사회

[천지인뉴스] 실종 104일 만에 숙소 400m 거리서 발견된 장미란 씨…제주경찰 ‘허위 종결’ 파문

[천지인뉴스] 실종 104일 만에 숙소 400m 거리서 발견된 장미란 씨…제주경찰 ‘허위 종결’ 파문

정범규 기자

실종 신고받은 경찰관 “연락 닿았다” 허위 보고 뒤 사건 종결 혐의

장미란 씨 추정 시신, 마지막 숙소에서 불과 400여m 떨어진 곳서 발견

또 다른 실종 사건 허위 종결 정황까지…경찰 실종 대응 체계 전반 도마 위

지난 5월 제주에서 실종된 장미란 씨로 추정되는 시신이 실종 104일 만에 발견됐다. 시신이 발견된 장소가 장 씨가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숙소에서 불과 400여m 떨어진 곳으로 확인되면서 실종 신고 초기 경찰 대응과 수색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24일 오전 10시46분께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 일대에서 합동 수색을 벌이던 중 한 야자수농장에서 장 씨로 추정되는 시신을 발견했다.

시신은 부패가 상당히 진행돼 육안으로 신원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였으나, 실종 당시 장 씨의 인상착의와 일치하는 의류를 비롯해 금팔찌와 휴대전화 등 유류품이 함께 발견됐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감식을 통해 정확한 신원과 사망 원인을 확인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범죄 피해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는 않지만 시신 부패가 심해 외상 여부 등을 확인하기 어려운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특히 시신 발견 지점은 장 씨가 장기 투숙했던 숙소에서 약 400m 떨어진 곳으로, 걸어서 수분이면 도달할 수 있는 거리다. 실종 초기 정상적인 사건 처리가 이뤄졌다면 보다 신속하게 수색이 시작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경찰 대응의 적절성을 둘러싼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장 씨는 지난 5월 12일 오후 10시15분께 장기 투숙하던 숙소를 나선 뒤 인근 폐쇄회로(CC)TV에 포착된 것을 마지막으로 행방이 끊겼다. 함께 지내던 연인은 같은 달 15일 오후 6시43분께 제주서부경찰서에 실종 신고를 했다.

그러나 신고를 담당한 A 경장은 장 씨와 실제로 연락하지 않았음에도 연인에게 장 씨와 연락이 닿았으며 장 씨가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지 말라고 했다는 취지로 설명한 뒤, 신고 접수 약 2시간30분 만인 오후 9시16분께 사건을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경장은 경찰의 실종자 관리 시스템인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에 등록된 장 씨 관련 자료를 삭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장 씨에 대한 본격적인 수색은 실종 직후 이뤄지지 못했다.

장 씨의 연인은 지난 7월 17일 다시 신고하려 했지만 기존 기록 때문에 신고가 정상적으로 접수되지 않았고, 이후 가족 측이 같은 달 19일 서울에서 다시 실종 신고를 하면서 경찰 수색이 재개됐다.

더 큰 문제는 비슷한 사건이 장 씨 사례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A 경장은 지난 7월 접수된 60대 남성 실종 사건에서도 실종자와 접촉한 것처럼 처리해 사건을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남성의 가족은 장 씨 사건이 언론에 알려진 뒤 다시 신고했고, 남성은 지난 22일 숨진 채 발견됐다.

이와 별개로 24일 오전 제주시 애월읍의 한 계곡 인근에서도 실종 신고가 접수됐던 또 다른 사람이 수색 과정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제주에서 실종자들이 잇따라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경찰의 실종 신고 처리와 수색 체계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허위 종결 혐의로 긴급체포됐던 A 경장은 24일 제주지법이 체포적부심을 인용하면서 석방됐다. 법원은 A 경장의 소재가 계속 파악되고 있었던 만큼 영장을 발부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보기 어려워 긴급체포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체포적부심 인용은 A 경장에게 제기된 혐의 자체에 대한 유·무죄 판단과는 별개의 문제다. 검찰은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으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통해 구속 필요성이 다시 판단될 예정이다.

경찰은 A 경장이 장 씨와 60대 남성의 실종 사건을 허위로 종결한 경위와 동기를 조사하는 한편, 그가 담당했던 다른 실종 사건들의 처리 과정에도 문제가 없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청 역시 제주 실종 사건 처리 과정뿐 아니라 지휘·관리·감독 체계 전반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

이번 사건은 한 경찰관 개인의 일탈 여부를 규명하는 데서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종 신고는 초기 대응 속도가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사건이다. 신고가 접수된 뒤 실제 연락 여부와 안전 확인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절차조차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채 사건을 종결할 수 있었다면, 이를 걸러내지 못한 조직 내부의 관리·감독 체계 역시 점검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장 씨의 정확한 사망 시점과 사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만큼 경찰의 초기 대응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현 단계에서 단정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실종 신고가 정상적으로 처리됐다면 수색이 훨씬 일찍 시작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왜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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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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