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인뉴스] ‘암살자(들)’ 별점 논란 확산…20년 전 육영수 피격 다큐까지 다시 소환
[천지인뉴스] ‘암살자(들)’ 별점 논란 확산…20년 전 육영수 피격 다큐까지 다시 소환
정범규 기자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을 넘어 온라인 영화평점과 과거 방송 다큐멘터리까지 확산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역사 왜곡 등을 주장하고 허진호 감독의 국정감사 출석 필요성까지 제기한 가운데, 네이버에서는 일부 영화 관람평과 공감·비공감 수가 중복 반영되는 현상이 확인돼 긴급 조치가 이뤄졌다.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이를 “매크로 공격이고 조작”이라며 정치세력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다만 현재 네이버가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은 일부 관람평의 중복 등록과 공감·비공감 수의 중복 집계 현상이다. 매크로 사용이나 특정 정치세력의 조직적인 개입 여부까지 확인된 것은 아니어서 정치권의 주장과 확인된 사실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영화 논란이 거세지면서 20여 년 전 제작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 관련 시사다큐멘터리도 다시 소환됐다. 2005년 방송된 ‘이제는 말할 수 있다’의 ‘육영수와 문세광’ 편이 최근 유튜브에 다시 공개되면서 수십만 조회를 기록하는 등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2026년 개봉한 영화 한 편이 1974년 사건은 물론 과거 언론의 취재와 기록까지 다시 들춰보게 만든 셈이다.
네이버는 지난달 29일 고객센터를 통해 최근 일부 관람평이 중복 등록되거나 공감·비공감 수가 중복 집계되는 현상이 있었다고 밝혔다.
문제를 확인한 즉시 긴급 조치를 진행했으며 중복 등록된 관람평은 삭제하고 공감·비공감 수 역시 중복 집계된 수치를 제외해 정상적으로 반영하겠다고 설명했다.
논란은 영화 ‘암살자(들)’의 실관람객 평점과 일반 네티즌 평점 사이에 큰 차이가 나타나고, 정치적 표현을 담은 낮은 평점과 이에 대한 대규모 공감이 이어지면서 커졌다.
노종면 의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SNS를 통해 네이버의 공지를 거론하며 “매크로 공격이고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최하 평점과 색깔론적 표현, 여기에 대규모 공감이 붙는 현상을 지적하며 영화와 영화인에 대한 정치적 공격이 일반 관객의 영화 선택권까지 침해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노 의원은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강하게 비판하면서 허진호 감독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불러 세우려는 시도를 막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매크로 공격자가 실제 존재한다면 이를 밝혀내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그러나 매크로와 정치세력 개입은 현재까지 노 의원이 제기한 의혹이다. 네이버가 공식적으로 확인한 범위는 관람평과 공감·비공감 수의 중복 반영 현상까지다. 실제 매크로가 사용됐는지, 누가 개입했는지는 추가적인 기술적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다.
영화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도 계속되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암살자(들)’이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왜곡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태규 원내수석대변인은 과거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취지로 비판했고, 이진숙 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역사를 다시 쓰려는 시도라는 취지의 주장을 내놨다.
허진호 감독의 국정감사 출석 요구도 나왔다. 영화 제작 자본을 둘러싸고 중국 자본과의 연관성을 의심하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제작진은 이에 대해 선을 그었다. ‘암살자(들)’은 1974년 발생한 역사적 사건을 모티브로 당시 사건과 관련해 작성된 다양한 기록을 토대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한 극영화이며 정치적 목적이나 의도로 제작한 작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중국 자본이 영화 제작에 유입됐다는 주장 역시 부인했다.
논쟁이 커지자 과거의 기록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05년 3월 방송된 ‘이제는 말할 수 있다’의 ‘육영수와 문세광’ 편이 최근 유튜브에 다시 공개됐다. 재공개 영상에는 ‘영화 암살자(들) 논란? 이 다큐를 보고 이야기하라’는 제목이 붙었다.
약 1시간 20분 분량의 이 프로그램은 당시 수사기록과 관계자 증언 등을 토대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 당시의 총성과 총탄, 문세광의 행적과 수사 과정 등을 둘러싼 여러 의문을 추적했다.
이 같은 의문이 2026년 영화 개봉과 함께 처음 등장한 것이 아니라는 점도 이번 논란을 통해 다시 알려지고 있다. 과거 다른 방송에서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과 관련해 공식 수사 결과 이후 남은 의문들을 다룬 바 있다.
다만 과거 다큐멘터리가 의문을 제기했다는 사실과 그 내용이 역사적으로 확정됐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당시 방송 역시 기록과 증언을 토대로 의혹을 추적한 것이며, 제기된 가설을 그대로 역사적 사실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한쪽에서는 과거 다큐멘터리가 다시 주목받는 반면 최근 제작된 ‘암살자(들)’ 관련 일부 유튜브 콘텐츠가 비공개로 전환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한국사 강사 최태성과 영화 유튜버 지무비가 공개했던 관련 영상이 비공개됐고,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참여한 영화 리뷰 영상 역시 비공개로 전환됐다. 각각의 비공개 결정 배경이 모두 동일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영화 논쟁이 온라인 콘텐츠 영역까지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영화의 역사 해석을 비판하는 것은 정치권에도, 관객에게도 허용된 영역이다. 반대로 영화 제작자가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어디까지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지 역시 창작과 표현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함께 논의할 문제다.
온라인 평점은 또 다른 문제다. 실제 이용자가 자신의 판단에 따라 1점이나 10점을 주는 것과 기술적 수단을 이용해 평가나 공감 수를 인위적으로 반복시키는 것은 구분돼야 한다.
네이버가 확인한 중복 등록·집계 현상이 단순한 시스템 문제인지 누군가 의도적으로 악용한 결과인지도 앞으로 확인해야 한다.
결국 영화 한 편을 둘러싼 논란이 50여 년 전 사건과 20여 년 전 취재 기록을 다시 현재로 불러냈다.
영화적 상상력이 역사적 사실을 대신할 수 없듯 정치권의 주장 역시 사실을 대신할 수 없다. 과거 사건에 의문이 있다면 기록과 증거로 확인하고, 영화는 작품 자체로 평가하며, 온라인 평가 조작 의혹이 있다면 기술적 조사와 객관적 증거를 통해 규명하는 것이 이번 논란을 바라보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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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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