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인뉴스] 임은정의 비판인가, 충언인가…윤호중 감찰 지시에 ‘입틀막 시작인가’ 논란
[천지인뉴스] 임은정의 비판인가, 충언인가…윤호중 감찰 지시에 ‘입틀막 시작인가’ 논란
정범규 기자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를 공개 비판해 온 임은정 광주지방중수청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하면서 정부의 검찰개혁 추진 방식이 논란에 휩싸였다. 신설 중수청의 조직 기강을 세우겠다는 정부의 설명과 달리, 인사 검증을 요구한 내부의 목소리부터 감찰 대상으로 삼는 것이 적절하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공직자의 상관 비판 문제로 보기 어렵다. 임 청장은 김 후보자의 과거 검찰 재직 시절 감찰 업무 처리와 관련한 의혹을 제기하며 초대 중수청장으로서의 적격성을 따져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윤 장관은 임 청장의 공개 비판을 고위공직자의 품위와 조직 기강에 맞지 않는 행동으로 판단했다.
정치권의 논쟁은 민주당 지지층 내부의 갈등과도 맞물리고 있다. 최근 온라인 정치 커뮤니티에서는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의 인사·개혁 방향에 비판적인 지지자들을 ‘반명’으로 규정하는 표현이 등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임 청장에 대한 감찰 지시는 정부를 향한 비판까지 허용하지 않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낳고 있다. 다만 SNS 반발의 전체 규모나 지지층의 대표적인 의견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윤 장관은 11일 자신의 SNS를 통해 임 청장에 대한 감찰 착수를 지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임 청장이 중수청을 정치하는 기관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하며, 신설 기관의 간부가 청장 후보자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는 행태에 우려를 나타냈다.
윤 장관은 중수청장 후보자의 검증은 대통령과 국회가 담당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고위공직자의 품위와 조직의 사명을 지키기 위한 기강 확립 역시 국민이 요구한 검찰개혁의 일부라는 입장이다.
정부가 공직자의 정치적 중립과 조직 기강을 강조하는 것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 신설 수사기관의 간부가 공개적으로 인사 문제에 관여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조직 내부의 갈등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공직자의 발언이 조직 기강을 해치는 행위인지, 공익적 문제 제기인지는 발언 내용과 근거를 먼저 검토한 뒤 판단해야 한다. 비판의 대상이 정부가 지명한 후보자라는 이유만으로 공개적인 의견 제시를 부적절한 정치 행위로 취급한다면 내부 검증 기능이 위축될 수 있다.
임 청장이 제기한 핵심 문제는 김 후보자의 과거 업무 처리에 관한 것이다. 임 청장은 김 후보자가 대검찰청 감찰 업무를 담당하던 시절 자신이 제기한 검사 비위 관련 감찰 요청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관련 사건 등에서도 김 후보자의 판단과 책임을 따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의혹이 모두 사실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김 후보자에게도 충분한 소명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필요한 것은 감찰 지시보다 먼저 객관적인 기록을 공개하고 후보자의 설명을 듣는 절차라는 지적이 가능하다.
임 청장은 감찰 지시가 알려진 뒤 SNS를 통해 중수청의 첫 감찰 대상이 된 데 대해 안타깝고 서글프다는 심경을 밝혔다. 과거 검찰 내부의 부당한 지시에 문제를 제기했다가 징계를 받았지만 징계취소 소송에서 승소했던 경험도 언급했다.
그는 이번에도 사명감을 갖고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과거 사건과 이번 감찰은 법적 쟁점이 다르지만, 임 청장의 발언은 내부 비판과 조직 기강 사이의 오래된 갈등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번 감찰이 검찰개혁을 지지해 온 시민들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다. 검찰개혁은 조직의 이름과 소속을 바꾸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권한 행사에 대한 감시와 비판, 내부 문제 제기가 실제로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새 기관의 출범 직후 처음으로 행사된 장관의 감독권이 인사 적격성을 문제 삼은 간부를 향했다. 법률상 감독권 행사 근거가 있다는 사실과 그 권한을 행사하는 방식이 적절한지는 별개의 문제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감찰 지시를 조직 기강을 위한 조치로 평가하지만, 김용민 의원 등은 검찰개혁을 둘러싼 비판적 목소리를 단순한 자리다툼이나 정치적 행동으로 취급하는 시각에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SNS에서도 정부의 판단을 옹호하는 목소리와 우려하는 의견이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오랫동안 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해 온 시민들 사이에서 정부의 정책과 인사에 대한 비판을 곧바로 ‘반명’으로 규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건강한 토론은 어려워진다.
이른바 ‘뉴이재명파’와 기존 지지층 사이의 갈등이라는 해석도 등장하지만, 지지층 전체를 두 집단으로 단순하게 나누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대통령을 지지하면서도 특정 인사나 정책에 반대할 수 있다. 정부를 비판한다고 해서 곧바로 대통령에 반대하는 정치세력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귀 기울여야 할 것은 비판자의 정치적 성향보다 그 비판에 담긴 사실관계다. 김 후보자의 적격성에 관한 의혹이 근거 없다면 자료와 설명으로 반박하면 된다. 문제가 확인된다면 인사 검증 과정에서 바로잡으면 된다.
감찰 역시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가 어떤 규정을 위반했는지 명확히 밝히고 공정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공개 비판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징계 필요성을 예단해서는 안 된다.
이번 논란을 곧바로 정부의 조직적인 ‘입틀막’이라고 확정할 수는 없다. 감찰의 대상과 범위, 실제 조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판적 발언 직후 감찰 지시가 내려졌다는 사실만으로도 공직사회에 위축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이재명 정부가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이유는 과거 검찰권의 폐쇄성과 권한 남용을 바로잡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새 수사기관에서는 과거보다 더 높은 수준의 투명성과 이의 제기 절차가 보장돼야 한다.
임은정의 발언이 부적절한 비판인지, 조직을 위한 충언인지는 근거와 절차를 통해 판단할 일이다. 정부가 먼저 보여줘야 할 것은 감찰의 속도가 아니라 인사 검증의 투명성이다. 검찰개혁을 내세운 정부가 내부의 불편한 목소리를 어떻게 대하는지, 바로 그 지점에서 개혁의 진정성이 시험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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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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