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국회의원 면책특권, 언제까지 허위정보의 방패로 방치할 것인가 [천지인뉴스]
[사설] 국회의원 면책특권, 언제까지 허위정보의 방패로 방치할 것인가 [천지인뉴스]
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의원들이 국회에서 쏟아내는 말은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가. 국정감사장과 상임위원회, 본회의장에서 제기된 의혹이 사실 확인도 끝나기 전에 언론의 제목이 되고, 방송의 주요 뉴스가 되고, 유튜브의 자극적인 영상으로 확산한다. 뒤늦게 사실관계가 바로잡히더라도 최초의 주장은 이미 수많은 국민의 머릿속에 남는다. 정치인의 한마디가 검증되지 않은 정보의 대량 유통을 촉발할 수 있는 구조다.

천지인뉴스는 특히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국회라는 공적 공간에서 내놓은 발언과 그 이후의 정보 유통 과정을 주목한다. 야당이 정부와 여당을 비판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그러나 야당의 감시권이 사실을 확인할 책임까지 면제해 주지는 않는다. 국민의 대표라는 지위와 국회의 권위를 앞세워 제기한 주장이 틀렸다면 그 책임 또한 분명히 져야 한다.
실제 사실 검증에서 오류가 지적된 사례가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노란봉투법의 원청 사용자 범위 확대가 세계에 유례없는 입법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나 2025년 9월 공개된 언론 팩트체크에서는 캐나다와 호주의 관련 제도, 미국과 일본의 원청 사용자성 인정 사례를 근거로 해당 주장을 ‘대체로 거짓’이라고 판정했다. 노동자의 교섭권과 기업의 책임을 다루는 중요한 법안에서 해외 제도를 단정적으로 설명한 발언이 검증 대상이 된 것이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이진숙 당시 방송통신위원장,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을 둘러싼 이른바 ‘윤석열 커피’ 논란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2025년 뉴스타파는 이들이 자사의 보도 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설명했다며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이 된 2022년 뉴스타파 기사에는 커피를 건넨 인물이 윤석열 당시 검사가 아닌 다른 검사로 언급돼 있었다. 뉴스타파는 이를 윤석열이 직접 커피를 타줬다는 보도로 설명한 발언들이 원문을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소송 제기와 법적 책임의 확정은 별개지만, 정치인이 언론 보도를 비판하기 전에 원문부터 정확히 확인했는지 묻게 하는 사건이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국민의힘 김태규 의원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졌다. 진보당 손솔 의원은 김 의원이 국정감사 질의 중 고성으로 끼어들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부엉이바위’ 발언을 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김 의원의 전두환 내란 관련 발언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전두환 신군부의 내란과 반란에 관한 사법적 판단은 이미 확정돼 있다. 정치적 견해의 차이를 이유로 확정판결의 역사적 사실까지 가볍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
이진숙 의원 역시 5·18 민주화운동 관련 행사와 발언을 둘러싸고 민주당의 비판을 받았다. 5·18에 대한 역사적·사법적 판단은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바뀌는 문제가 아니다. 다만 행사에서 발생한 모든 논란을 주최자 개인의 직접적인 발언이나 지시로 단정해서도 안 된다. 책임을 묻기 위해서라도 사실관계의 경계는 정확해야 한다.
이 사례들이 모두 같은 종류의 허위정보 사건은 아니다. 언론의 팩트체크에서 사실 오류가 지적된 주장, 보도 원문을 둘러싼 법적 분쟁, 국회 발언의 품격과 역사 인식에 관한 논란은 구별해야 한다. 그러나 공통으로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국회의원은 자신의 발언을 뒷받침할 근거를 얼마나 충실하게 확인하고 있는가.
더 심각한 문제는 그다음에 벌어진다. 정치인이 의혹을 제기하면 일부 언론은 사실관계보다 발언의 자극성에 주목한다. ‘누가 무엇을 주장했다’는 형식만 갖추면 보도 책임을 다했다고 여기는 듯한 기사도 나온다. 상대방의 반론은 뒤늦게 짧게 처리되거나 아예 빠지기도 한다. 이런 보도 관행은 정치적 주장에 사실의 외피를 씌울 위험이 있다.
언론이 국회의원의 발언을 전달하는 것 자체는 잘못이 아니다. 문제는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제목과 방송 자막에서 사실처럼 보이게 하는 방식이다. 정치인의 발언을 따옴표 안에 넣었다고 해서 언론의 검증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국민은 누가 더 자극적인 말을 했는지가 아니라 그 말이 사실인지 알고 싶어 한다.
정치 유튜브에서는 이 문제가 더욱 증폭될 수 있다. 국정감사의 짧은 충돌 장면을 잘라내고 자극적인 제목을 붙이면 복잡한 정책 논쟁이 몇 초짜리 분노의 콘텐츠로 바뀐다. 반복 노출은 사실 검증을 대신하지 못하지만, 같은 주장을 여러 차례 접한 시청자는 이를 이미 확인된 사실로 받아들일 위험이 있다. 조회수와 광고수익에 유리한 콘텐츠가 정확한 설명보다 앞서는 구조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모든 언론과 유튜버가 이런 행태를 보인다는 뜻은 아니다. 개별 매체가 고의로 허위정보를 유통했다는 판단에도 구체적인 증거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원자료 확인 없이 정치인의 발언을 확대 재생산하고, 오류가 드러난 뒤에도 정정에는 소극적인 관행이 있다면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정책의 실제 효과를 따져야 할 시간에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둘러싼 분노가 여론을 지배할 수 있다. 노동자의 권리, 주거 불안, 지역경제, 복지와 같은 민생 문제는 정치적 충돌에 밀려난다. 민주주의의 토론장은 사실을 겨루는 공간이 아니라 자극적인 발언의 경쟁장으로 변질될 위험에 놓인다.
이 지점에서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다시 물어야 한다. 헌법 제45조는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대해 국회 밖에서 책임을 지지 않도록 보장한다. 권력의 보복을 두려워하지 않고 정부를 감시하라는 취지다. 이 제도는 민주주의에 필요한 보호장치다. 그러나 보호받는 발언의 자유가 근거를 확인할 의무까지 없애는 것은 아니다.
면책특권을 전면 폐지한다면 오히려 권력을 감시하는 야당 의원과 내부고발 성격의 문제 제기가 소송과 수사의 압박에 노출될 수 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면책특권의 존재 자체뿐 아니라 그 제도를 둘러싼 책임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다. 국회 안에서 명백한 사실 오류를 정정하도록 요구하고, 반복적인 왜곡과 중대한 윤리 위반에 대해 실효성 있는 심사와 징계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국민의힘은 정부를 견제하는 야당으로서 비판의 강도만큼 근거의 정확성도 보여줘야 한다. 민주당과 정부 역시 반론을 제기할 때 객관적인 자료를 내놓아야 하며 같은 기준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 사실을 확인하는 원칙에는 여야의 예외가 있을 수 없다.
천지인뉴스는 묻는다. 국민의 대표가 자신의 말에 책임지지 않고, 언론이 이를 검증하지 않으며, 온라인 플랫폼이 자극적인 내용의 확산에만 기울어진다면 국민은 누구를 믿어야 하는가.
국회의원 면책특권은 국민을 대신해 권력에 맞서라고 부여한 방패다. 그 방패가 국민에게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쏟아내는 수단으로 쓰인다면 제도의 운영과 책임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국회는 발언의 자유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진실을 확인하고 오류를 바로잡는 책임부터 증명해야 한다.
진실과 공정한 천지인뉴스, 정확한 팩트
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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