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인뉴스] 자택 앞 시위·신변 위협 논란 속 유해진, ‘왕과 사는 남자’로 남우주연상
[천지인뉴스] 자택 앞 시위·신변 위협 논란 속 유해진, ‘왕과 사는 남자’로 남우주연상
정범규 기자
배우 유해진이 영화 ‘왕과 사는 남자’로 제35회 부일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최근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쟁이 배우 개인에 대한 자택 앞 시위와 신변 위협 문제로까지 번진 상황에서 받은 상이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7일 부산 해운대구 시그니엘 부산에서 열린 제35회 부일영화상에서 유해진은 ‘만약에 우리’ 구교환, ‘어쩔수가없다’ 이병헌, 같은 작품의 박지훈, ‘호프’ 조인성과 함께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최종 수상자로 선정됐다. 유해진은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았으며 제작사 온다웍스 임은정 대표가 대신 트로피를 받았다.
임 대표는 유해진이 촬영 일정으로 함께하지 못했다고 설명하며 ‘왕과 사는 남자’를 함께 만든 장항준 감독과 배우·스태프, 배급사와 관객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유해진은 작품에서 폐위돼 영월 청령포로 유배된 단종의 곁을 지키는 촌장 엄흥도를 연기했다.
‘왕과 사는 남자’는 장항준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어린 단종과 엄흥도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역사의 비극을 풀어냈다. 올해 2월 개봉한 뒤 1,69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서도 큰 성과를 거뒀다.
이번 수상은 최근 유해진을 둘러싼 상황과 맞물리면서 더욱 관심을 받고 있다.
유해진이 출연한 허진호 감독의 영화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둘러싼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작품이다. 개봉 이후 작품의 역사적 해석과 일부 설정을 두고 정치권과 시민사회 일각에서 역사 왜곡 논쟁이 이어졌다.
영화의 내용과 역사적 사실을 놓고 비판하고 검증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라면 작품이 어디까지 사실에 근거하고 어디부터 창작적 해석인지 따져보는 것 역시 관객과 언론의 몫이다.
그러나 작품에 대한 비판과 배우 개인을 향한 행동은 구분해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일부 단체는 영화에 출연했다는 이유로 유해진의 자택 앞에서 사과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온라인에서도 신변을 위협하는 표현 등이 이어지면서 소속사는 허위사실 유포와 악의적인 인신공격, 사생활 침해, 신변 위협 등에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의 신변보호 조치까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의 역사적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영화와 제작진을 비판할 수 있다. 영화 속 내용 가운데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구체적인 자료를 토대로 문제를 제기하고 토론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배우의 집은 영화관도, 토론장도 아니다.
특정 작품에 출연했다는 이유만으로 배우 개인의 주거 공간 앞까지 찾아가 압박하거나 신변의 위협을 느끼게 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면 이는 영화에 대한 비평과는 다른 문제로 봐야 한다.
배우는 작품 속 인물을 연기한다. 배우가 맡은 역할과 영화가 제시하는 모든 역사적·정치적 해석을 배우 개인의 실제 생각과 동일시할 수도 없다.
더구나 한 배우의 평가는 하나의 작품이나 정치적 논쟁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이번 부일영화상에서 유해진이 남우주연상을 받은 작품은 논란이 된 ‘암살자(들)’이 아니라 ‘왕과 사는 남자’다.
심사 대상이 된 것은 ‘왕과 사는 남자’에서 엄흥도를 연기한 유해진의 연기였다.
최근 논쟁과 이번 수상을 억지로 연결해 어느 한쪽의 승리나 패배로 해석할 이유도 없다.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적 논쟁은 사실과 자료를 놓고 별도로 검증하면 되고, ‘왕과 사는 남자’에서 보여준 배우의 연기는 영화상 심사를 통해 평가받은 것이다.
문화예술 작품에 대한 비판의 자유는 존중돼야 한다.
동시에 배우와 감독, 제작진이 정치적 압박이나 신변 위협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작품 활동 자체를 포기하게 되는 상황 역시 경계할 필요가 있다.
관객에게도 선택권이 있다.
영화의 내용에 동의하지 않으면 보지 않을 수 있고, 역사적 사실과 다르다고 판단한다면 근거를 들어 비판할 수 있다. 반대로 영화의 문제의식과 배우들의 연기를 높이 평가하는 관객 역시 자신의 의견을 말할 자유가 있다.
그것이 문화와 표현을 둘러싼 건강한 논쟁이다.
유해진은 이날 시상식장에 없었다.
그러나 ‘왕과 사는 남자’에서 보여준 그의 연기는 남우주연상이라는 결과로 무대에 이름을 올렸다.
작품에 대한 평가는 작품으로, 역사에 대한 논쟁은 사실과 근거로, 배우 개인의 안전과 사생활은 별개의 권리로 다루는 사회적 경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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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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