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인뉴스] 조희대 ‘대법관 재제청’ 거부…제청권과 대통령 임명권 정면충돌
[천지인뉴스] 조희대 ‘대법관 재제청’ 거부…제청권과 대통령 임명권 정면충돌
정범규 기자
조희대 대법원장이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구를 거부하면서 대법관 인선을 둘러싼 갈등이 헌법기관 간 권한 충돌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헌법상 임명권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조 대법원장은 재제청 요구에 구체적인 헌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쟁점의 중심에는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인선이 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8월 18일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제청했지만 청와대는 같은 달 28일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지 않고 대법원장에게 다른 후보자를 다시 제청해 달라고 요청했다. 청와대는 당시 “제청과 임명은 3권분립의 원칙 아래 서로 다른 헌법기관에 배분된 권한”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조 대법원장은 재제청 요구 25일 만인 22일 이를 거부했다. 그는 재제청 요청 문서에 구체적인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적혀 있지 않고 별도로 이를 정당화할 헌법적 근거와 사유도 찾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200일 넘게 이어지고 있는 대법관 공석 사태도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헌법 제104조 제2항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장에게 제청권을, 국회에는 동의권을, 대통령에게는 임명권을 각각 부여한 구조다.
그러나 헌법 조문은 이번처럼 대통령이 제청된 후보자를 받아들이지 않고 재제청을 요구한 뒤 대법원장이 이를 거부하는 상황의 해결 절차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청와대는 지난달 28일 재제청을 요구하면서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사전 협의를 거쳐 제청해 온 관행을 강조했다. 당시 청와대는 대법원장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추천 이후 7개월 넘게 제청하지 않다가 실질적인 협의 없이 손 후보자를 서면으로 제청했다고 밝혔다.
특히 청와대는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대통령의 임명권을 대체하거나 무력화하는 권한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구성의 다양성 측면에서도 손 후보자 제청이 국민적 요구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반면 조 대법원장은 대통령의 재제청 요구 자체에 헌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같은 헌법 제104조를 놓고 청와대는 대통령의 ‘임명권’을, 대법원장은 자신의 ‘제청권’을 각각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갈등이 모든 대법관 인선에서 발생한 것도 아니다. 청와대는 이흥구 전 대법관 후임으로 제청된 김성수 후보자에 대해서는 대법원과 협의를 거쳐 의견이 모아졌다며 지난달 28일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했다. 청와대와 대법원의 갈등이 손봉기 후보자 인선을 중심으로 발생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치권의 충돌도 거세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의 결정을 대통령의 헌법상 임명권을 부정하는 행위라고 주장하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민주당과 범여권 법사위원들은 이를 ‘사법 쿠데타’라고 규정하고 국정감사를 통한 진상 규명과 조 대법원장 책임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는 민주당 측의 정치적 평가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재제청 요구가 대법원장의 헌법상 제청권과 사법부 독립을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조 대법원장의 결정을 옹호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태규 원내수석대변인은 조 대법원장의 결정을 사법권 독립을 지키기 위한 처신으로 평가했다.
결국 이번 사태의 핵심은 어느 한쪽의 정치적 수사보다 헌법이 서로 다른 기관에 나눠준 권한을 실제 인선 과정에서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에 있다.
대통령의 임명권이 단순한 형식적 절차인지, 대법원장의 제청권은 어느 범위까지 독립적으로 행사될 수 있는지, 대통령이 제청된 후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재제청을 요구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해석이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자리는 이미 200일 넘게 공석이다. 양측이 타협점을 찾지 못할 경우 대법관 공백이 조 대법원장의 내년 6월 임기 종료까지 이어질 가능성까지 법조계에서 거론되고 있다. 권한쟁의심판 등 헌법재판 절차를 통한 해결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치권의 공방을 넘어 장기간의 대법관 공석이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함께 살펴봐야 할 시점이다. 제청권과 임명권을 둘러싼 헌법기관 간 충돌이 어떤 방식으로 정리될지, 향후 청와대와 대법원의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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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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