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인뉴스] 호르무즈 파병 고심 깊어지는 정부…민주당서도 “신중해야” 반대론 확산
[천지인뉴스] 호르무즈 파병 고심 깊어지는 정부…민주당서도 “신중해야” 반대론 확산
정범규 기자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를 놓고 검토를 이어가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반대와 신중론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정부는 아직 파병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현지 상황을 점검한 조사단이 귀국하고 이란과의 고위급 외교 접촉까지 이뤄지면서 향후 정부의 선택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지난 10일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호르무즈 파병에 대해 “결정된 바가 없다”며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 정부는 항행의 자유와 원유 공급망, 국민 안전과 국가의 경제적 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는 입장이다.
정치권에서는 신중론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파병이 국익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따져야 한다며 반대 또는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여론 역시 찬성보다 반대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정부로서는 한미 관계와 에너지 안보뿐 아니라 국내 여론과 중동 외교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정부의 움직임도 구체화되고 있다. 국방부와 외교부, 합동참모본부 관계자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현지조사단은 호르무즈 해협 일대 정세와 안전 상황 등을 살펴본 뒤 지난 10일 귀국했다.
국방부는 조사단 파견이 파병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며 전반적인 상황을 평가하고 검토하기 위한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두희 국방부 차관도 국회에서 국민 안전과 경제적 이익, 공급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공개적인 신중론과 반대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기헌 의원을 비롯한 일부 의원들은 파병의 명분과 실익에 의문을 제기했고, 대정부질문에서도 파병 결정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정부의 고민을 더욱 깊게 만드는 것은 이란과의 관계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11일 세예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교장관과 전화통화를 하고 호르무즈 파병과 관련해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는 정부 입장을 설명했다. 조 장관은 한국을 포함한 모든 선박의 자유롭고 안전한 통항이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도 전달했다.
이란은 한국의 파병 가능성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이에 따라 실제 파병 결정이 내려질 경우 한미동맹 차원의 협력을 넘어 이란과의 외교 관계, 중동 지역에 체류하는 국민의 안전, 에너지 수급 등 여러 문제가 동시에 얽힐 가능성이 있다.
국내 여론 역시 정부가 가볍게 넘기기 어려운 변수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45%, 찬성은 36%로 조사됐다. 모름·무응답은 19%였다.
특히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55%, 진보층에서는 60%에 달했다. 중도층에서도 반대 43%, 찬성 35%로 반대 의견이 더 높았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찬성 46%, 반대 40%로 찬성 의견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전화면접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15.4%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호르무즈 문제는 이제 단순히 군사적 파병 여부만을 판단할 사안으로 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원유 공급망과 항행의 자유라는 경제·안보적 이해가 걸려 있는 동시에 파병에 따른 군 장병의 안전과 이란과의 외교관계, 재외국민 보호까지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현 단계에서 파병을 기정사실화하는 것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외교·안보에 직결되는 결정인 만큼 충분한 정보 공개와 국민적 공감대 형성 과정 역시 중요하다.
현지조사단의 조사 결과가 향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논의에 어떤 형태로 반영될지,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가 최종적으로 어떤 판단을 내릴지가 호르무즈 파병 문제의 다음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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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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