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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를 ‘표현의 자유’로 포장한 한국 보수…독일은 왜 극우에 무관용인가 [천지인뉴스](사설)

혐오를 ‘표현의 자유’로 포장한 한국 보수…독일은 왜 극우에 무관용인가 [천지인뉴스]

정범규 기자

  • 스타벅스·무신사 역사 희화화 논란에 사회적 공분 확산
  • 노무현 추도식 조롱까지 이어진 극우 혐오 문화
  • 이재명 대통령 “혐오와의 전쟁” 선언…보수 진영은 “표현의 자유” 반발

대한민국 사회가 다시 한번 혐오와 조롱의 정치 앞에 서 있다.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맞춰 ‘탱크데이’ 마케팅을 벌인 스타벅스코리아 논란,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연상시키는 광고 문구로 재소환된 무신사 사태, 그리고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 현장에서 벌어진 극우 세력의 조롱까지 이어지면서 한국 사회의 역사 감수성과 민주주의 수준을 둘러싼 논쟁이 거세지고 있다.

문제는 단순한 실수나 일탈 차원을 넘어선다는 점이다. 역사적 비극과 민주주의 희생자들을 조롱하고 소비하는 문화가 일부 극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반복 재생산되고 있으며, 정치권 일각은 이를 단호히 끊어내기보다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사실상 방조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된 스타벅스코리아 사례는 상징적이다.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진행된 ‘탱크데이’ 프로모션은 군사정권의 폭압과 광주 학살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을 받았다. 여기에 세월호 참사 10주기에 진행됐던 ‘사이렌 클래식 머그컵’ 이벤트까지 재조명되며 기업 윤리와 역사 인식 부재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결국 신세계그룹은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를 전격 해임했고,정용진 회장까지 직접 사과에 나섰다.

무신사 논란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책상을 탁 쳤더니 억 하고 말라서”라는 광고 문구는 고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당시 경찰 발표를 패러디한 것이었다.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된 청년의 죽음을 상품 광고의 유머 코드로 활용한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사람의 탈을 쓰고 이럴 수 있느냐”고 비판한 이후 무신사 경영진은 뒤늦게 사과하고 박종철센터를 찾아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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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이런 혐오와 조롱 문화가 특정 기업의 일회성 실수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7주기 추도식 현장에 등장한 극우 성향 인사들의 조롱 행위는 한국 사회 극단주의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세월호 유가족을 조롱하고, 5·18 민주화운동을 왜곡하며, 민주주의 희생자들을 희화화해온 일부 극우 커뮤니티 문화가 이제는 공공 추모 공간까지 침범하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른바 ‘혐오와의 전쟁’을 선언한 배경 역시 여기에 있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일베 사이트 폐쇄와 징벌적 손해배상, 플랫폼 과징금 부과 등 혐오 표현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단순한 감정적 대응이 아니라 민주주의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국가적 개입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은 즉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국가 폭력”이라고 반발했다. 장동혁 의원 등은 특정 사이트 폐쇄 언급 자체가 위험한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질문이 있다. 민주주의는 과연 스스로를 파괴하는 혐오와 폭력까지 무제한 허용해야 하는가.

독일은 이 질문에 이미 역사적으로 답을 내린 나라다. 나치즘이라는 비극을 경험한 독일은 표현의 자유보다 인간의 존엄성과 민주주의 수호를 상위 가치에 둔다. 독일 형법 제130조인 국민선동죄는 특정 집단에 대한 증오 선동과 홀로코스트 부정 행위를 형사처벌한다. 나치 상징 사용 역시 형법 제86조와 86조a에 따라 엄격히 금지된다. 공공장소에서 하켄크로이츠를 사용하거나 나치 경례를 하는 것만으로도 처벌받는다.

독일의 네트워크 집행법(NetzDG)은 더욱 강력하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혐오 표현이나 나치 찬양 게시물이 올라올 경우 플랫폼은 24시간 내 삭제해야 하며, 이를 방치하면 최대 5천만 유로의 과징금을 부과받는다. 독일 사회는 이를 검열이 아니라 민주주의 방어 장치로 받아들인다.

독일 정치가 강조하는 ‘방어적 민주주의(Streitbare Demokratie)’ 개념도 중요하다.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세력에 대해서는 민주주의가 스스로 방어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철학이다. 극우 정당과 반헌법 단체에 대해 정당 해산과 활동 금지까지 가능한 이유다.

반면 한국 보수 정치의 태도는 지나치게 모순적이다. 5·18 민주화운동 왜곡 발언이나 세월호 유가족 폄훼 논란이 반복돼도 국민의힘은 언제나 애매한 거리두기에 그쳤다. 선거철마다 극우 유튜버와 아스팔트 세력의 결집력을 의식하며 단호한 결별을 회피했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실제 과거 국민의힘 계열 정치권에서는 세월호 유가족 비하 발언, 5·18 북한 개입설 옹호, 극우 역사관 논란이 반복적으로 터져 나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징계는 흐지부지됐고, 일부 인사들은 다시 공천을 받거나 정치 전면에 복귀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극우 혐오 담론 역시 정치적 면죄부를 얻어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핵심 가치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는 타인의 존엄과 공동체 안전을 파괴할 권리까지 포함하지 않는다. 민주주의 희생자들을 조롱하고 역사적 비극을 희화화하는 행위는 단순한 의견 표현이 아니라 공동체의 윤리 기반 자체를 훼손하는 문제다.

독일은 역사적 반성을 통해 혐오를 방치할 경우 민주주의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반면 한국 사회는 여전히 혐오 표현 규제를 두고 ‘검열’ 프레임에 갇혀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무한 관용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혐오와 극단주의를 방치하면 결국 가장 약한 시민부터 공격받고 민주주의 전체가 흔들리게 된다.

이재명 대통령의 강경 발언은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한국 사회가 이제는 극우 혐오와 역사 조롱 문제를 공적 의제로 다뤄야 한다는 경고에 가깝다. 정치권 역시 더 이상 극우 세력의 눈치를 보며 전략적 모호성 뒤에 숨을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인간 존엄이라는 최소한의 원칙 위에 분명히 서야 한다.

역사를 조롱하는 사회는 결국 스스로의 미래도 무너뜨린다. 혐오를 방치할 것인가, 민주주의를 지킬 것인가. 지금 한국 정치가 답해야 할 질문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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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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