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민의힘 투표용지 사태 ‘선거 무효’ 맹공… 오세훈 당선 딜레마에 스탠스 변할까 [천지인뉴스]

국민의힘 투표용지 사태 ‘선거 무효’ 맹공… 오세훈 당선 딜레마에 스탠스 변할까 [천지인뉴스]

정범규 기자

국민의힘 장동혁 상임선대위원장은 서울 일부 지역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두고 선거 무효와 즉각적인 개표 중단을 강력히 촉구했다. 선관위의 안일한 대처로 유권자의 참정권이 침해되고 선거의 공정성이 심각하게 오염되었다며 재선거 실시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그러나 자당 소속인 오세훈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되면서, 당초 강하게 밀어붙였던 선거 불복 프레임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정치적 딜레마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본투표 당일 발생한 사상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두고 정국이 요동치는 가운데, 국민의힘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향해 전면적인 십자포화를 퍼부으며 선거 무효 카드를 꺼내 들었다. 국민의힘 장동혁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지난 3일 밤 늦게 현안 관련 긴급 브리핑을 열고 서울 송파구를 비롯한 17개 투표소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고갈 사태를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중대 범죄적 상황으로 규정했다. 특히 잠실2동의 경우 구청 관계자가 3시간 전부터 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경고했음에도 선관위가 어떠한 사전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으며, 헌법이 보장한 유권자의 참정권이 국가 기관의 직무 유기로 인해 심각하게 침해당했다고 맹비난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행정적 실수를 넘어 선거 전체의 공정성을 뿌리째 뒤흔든 사안이라고 주장하며 공세의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장 위원장은 과거 선거 투표율 추이를 고려할 때 충분한 여유분의 투표용지를 준비하지 않은 선관위의 변명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으며, 용지를 기다리다 지쳐 돌아가거나 뉴스를 접하고 아예 투표를 포기한 유권자가 상당수 존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저녁 6시 이후에 투표를 진행한 유권자들의 경우 개표방송을 접한 상태에서 기표소에 들어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이는 명백히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심각한 훼손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 선거는 이미 오염된 무효 선거임을 선언하며, 진상 파악이 완료될 때까지 모든 개표를 즉각 중단하고 필요시 서울 지역에 대한 전면적인 재선거를 실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이러한 초강경 선거 무효 공세는 개표 결과가 윤곽을 드러내면서 예상치 못한 정치적 딜레마에 직면하게 되었다. 치열한 접전 끝에 서울시장 선거에서 자당 소속인 오세훈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면서, 스스로 당선시킨 시장의 선거를 무효라고 주장해야 하는 자가당착적인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당초 강남 3구 등 보수 강세 지역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하자 지지층 이탈을 우려해 선거 불복의 명분을 선점하려 했던 여권의 포석이, 막상 승리라는 결과표를 받아 들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셈이다. 선관위의 관리 부실은 엄히 따져 물어야 할 중대 사안임이 분명하나, 당락의 유불리에 따라 선거 전체의 유효성을 멋대로 재단하려 했던 야권의 태도는 다분히 정략적이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국민의힘이 오세훈 시장의 흠집 없는 임기 시작을 위해 기존에 핏대를 높였던 전면 재선거 및 선거 무효 주장을 슬그머니 거둬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여권과 시민사회 진영에서는 국민의힘이 불리할 때는 선거 무효를 외치고 승리했을 때는 침묵하는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댄다면 대의민주주의를 훼손한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선관위의 뼈아픈 실책이 선거의 신뢰성에 큰 상처를 남긴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나, 이를 빌미로 정쟁을 유발했던 여당이 승리라는 결과 앞에서 어떠한 스탠스 변화를 보일지, 그리고 선관위 개혁이라는 본질적인 과제는 또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향후 정치권의 셈법이 복잡하게 얽혀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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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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