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평 천지인 영감/연재 소설

[연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제48화. 벼락치듯 베어내다, 서슬 퍼런 벼락신장의 칼날

[연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

제48화. 벼락치듯 베어내다, 서슬 퍼런 벼락신장의 칼날

“흑, 흑…… 법사님, 살려주세요…….”

가슴을 쥐어짜며 울부짖던 선영의 울음소리가 순간 뚝 끊겼다.

고요해진 신당 안, 선영의 고개가 아주 천천히 들어 올려졌다. 눈물이 범벅이 된 얼굴이었지만, 조금 전까지 공포에 질려 있던 눈빛은 간데없고 동공이 풀린 기괴한 안광이 김 법사를 향했다. 그녀의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눅눅하고 썩은 시고랑물 냄새가 거실 전체로 확 풍겨 나왔다. 선영의 목소리 톤이 순식간에 바뀌며 쇠가 긁히는 듯한 웅장하고 거친 음성이 터져 나왔다. 마침내 허주가 본색을 드러내며 여자의 입을 빌려 말하기 시작한 것이다.

“네 이놈, 벼락신장 법사 놈아! 감히 삼십 년 제자라는 자가 천신(天神)을 모신 내 몸주를 건드리려 하느냐!”

인간과 신명(神明)의 중간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는 허주. 오랜 세월 인간들의 탐욕과 무속 유튜브 등에서 흘러나오는 가짜 지식들을 받아먹으며 비대해진 잡귀는, 이미 웬만한 신령의 세력을 흉내 낼 만큼 막강한 힘을 키운 상태였다. 제 본색이 들통나자 김 법사를 향해 적반하장으로 호통을 치는 꼴이었다.

김 법사는 법상 위의 오방기를 움켜쥐고 단호히 내려다보았다.

“가소롭구나. 천하의 잡귀 놈이 신당 문밖에서 개처럼 떨던 것이 엊그제이거늘, 이제는 제법 신의 시늉을 내며 인간의 육신을 갉아먹는구나!”

법사의 서슬 퍼런 신위에 기가 밀리자, 허주는 극도의 발악을 시작했다. 선영의 몸이 기이한 각도로 뒤틀렸다. 척추가 활처럼 꺾이더니, 그녀는 찢어지는 듯한 비명을 지르며 제 손톱으로 가슴팍을 사정없이 긁어내리기 시작했다.

북! 부드드득!

“악! 아악! 뜨거워! 몸이 타들어 가!”

광기에 휩싸인 선영의 손톱이 지나간 자리를 따라 살가죽이 붉게 찢어지며 선혈이 배어 나왔다. 동시에 그녀가 입고 있던 얇은 실크 블라우스가 사정없이 갈기갈기 찢겨 나갔다. 허주가 몸부림치며 뿜어내는 기괴한 영력과 발악에 옷자락이 터져 나간 것이다.

어께선부터 허리춤까지 블라우스가 완전히 찢어발겨 지며, 새하얀 어깨와 풍만한 가슴의 굴곡, 그리고 잘록한 허리선 등 그녀의 매끄러운 속살이 여과 없이 노출되었다. 드러난 흰 살결 위로 선연하게 그어진 핏빛 손톱자국이 기묘하리만치 자극적이면서도 섬뜩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선영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땀과 피로 범벅이 된 나신을 뒤흔들었고, 그 모습은 마치 뱀이 허물을 벗듯 외설적이면서도 처절한 고통의 몸부림이었다.

김 법사는 안광을 번뜩이며 시퍼런 신장칼을 집어 들었다. 하지만 무턱대고 신의 무기로 내리치기 전, 마지막으로 영가에게 기회를 주고자 차분한 목소리로 타일렀다.

“허주 영가여, 들으라. 너 역시 오랫동안 인간의 몸에 빌붙어 도를 닦았으니, 신과 귀의 중간 경계까지 올라선 그 공력이 아깝지 않으냐. 여기서 조금만 더 욕심을 내려놓고 차분히 공부를 하거라. 인간의 명을 갉아먹는 악행을 멈추고, 업을 소멸하며 신명 전에 공을 들이면 너 역시 훗날 맑은 신(神)의 자리로 들어설 수 있거늘, 어찌 이리 미련하게 파멸의 길을 걷느냐!”

김 법사의 자비로운 달램에 선영의 몸주에 실린 귀신은 잠시 주춤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내 붉게 충혈된 눈으로 이빨을 갈며 앙칼지게 소리쳤다.

“닥쳐라! 내가 왜 그 지루한 세월을 다시 기다려야 한단 말이냐! 나는 지금 당장 이 년의 몸을 받아 세상의 왕이 될 것이다! 방해하는 놈들은 다 찢어 죽여 버리겠다!”

결국 천도와 상생의 길을 거부하고 스스로 파멸을 택한 잡귀였다. 이제 남은 것은 가차 없는 징벌뿐이었다.

“어리석은 것, 결국 스스로 신의 매를 버는구나!”

김 법사는 온몸의 내공과 함께 주장신인 벼락신장의 무서운 신력(神力)을 삼십 년 묵은 신장칼에 가득 실었다. 칼날의 서슬이 푸른빛을 발하며 진동하기 시작했다.

“벼락신장 대령하셨다! 천지신명 모독하고 산 사람의 목숨 줄을 탐하는 몹쓸 잡귀는 이 칼날에 목숨을 내놓아라!”

휘이이잉- 팟!

김 법사가 허공을 가르며 신장칼을 사정없이 내리쳤다. 보이지 않는 영적인 칼날이 선영의 몸을 덮치고 있던 시커먼 허주의 형상을 정확히 수직으로 갈라버렸다.

“끄아아아아아악-!”

사람의 목소리가 아닌, 쇠가 찢어지는 듯한 단명 비명이 신당을 울렸다. 선영의 어깨를 짓누르던 거대한 음기의 형상이 칼날에 베여 두 갈래로 쪼개지더니, 하얗게 타오르는 불꽃과 함께 재가 되어 공중으로 흔적도 없이 소멸해 갔다.

“아아아악!”

그와 동시에 선영은 제 영혼이 찢어지는 듯한 극심한 고통을 느끼며 비명을 질렀고, 이내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찢어진 블라우스 사이로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 알몸을 드러낸 채 바닥에 쓰러져 정신을 잃었다. 지독했던 허주가 마침내 천신장군암의 서슬 퍼런 칼날 아래 완전히 소멸하는 순간이었다.

(다음 회에 계속) / 글쓴이 계룡산 벼락신장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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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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