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평 천지인 영감/연재 소설

[연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제8화. 일상을 집어삼킨 불꽃, 얽혀든 그림자

8. 일상을 집어삼킨 불꽃, 얽혀든 그림자

기억의 파편은 신혼집의 아늑했던 거실과 부엌으로 끝없이 번져나갔다. 두 사람에게 집 안의 모든 공간은 서로의 체온을 확인하고 탐닉하는 은밀한 성소(聖所)와도 같았다. 찌개가 보글보글 끓어오르고 도마 위로 경쾌한 칼질 소리가 울리던 어느 평범한 저녁. 퇴근 후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정환은, 앞치마를 두른 채 뒤돌아선 아내를 보자마자 마치 참았던 숨을 터뜨리듯 다가와 그녀의 허리를 등 뒤에서 강하게 끌어안았다. 바깥의 찬 공기가 채 가시지 않은 그의 정장 재킷 너머로, 수컷 특유의 묵직하고 뜨거운 뼛속 온기가 그녀의 얇은 실내복을 뚫고 고스란히 전해졌다.

“아, 깜짝이야… 씻고 와요. 밥 다 되어가니까.”

여인이 장난스레 몸을 비틀며 밀어내려 했지만, 정환의 억센 두 팔은 오히려 그녀의 숨을 막을 듯 짐승처럼 옥죄어왔다. 그의 단단한 턱이 여인의 어깨에 파묻히고, 뜨겁고 거친 숨결이 하얀 목덜미 위로 질척하게 흩어졌다. 음식 냄새를 순식간에 덮어버린 짙고 우디한 그의 향수 냄새와 수컷의 농밀한 체향이 코끝을 파고들자, 여인은 자신도 모르게 들고 있던 국자를 싱크대 위로 떨어뜨리고 말았다. 귓불을 잘근잘근 깨무는 그의 노골적인 애무에 다리의 힘이 풀리며 등줄기를 타고 찌릿한 전율이 솟구쳤다.

정환은 단숨에 여인의 몸을 돌려세우고는 차가운 대리석 아일랜드 식탁 위로 그녀를 번쩍 안아 올렸다. 맨살에 닿는 대리석의 서늘한 감촉과 달리, 그녀의 치맛자락 안으로 거침없이 파고드는 정환의 크고 뜨거운 손바닥은 불덩이처럼 달아올라 있었다. 부드러운 허벅지 안쪽을 쓸어 올리는 굳은살 박인 손가락의 감각에, 여인은 짐승처럼 헐떡이며 그의 넓은 어깨에 손톱을 깊숙이 박아 넣었다. 끓어 넘치는 가스레인지 위의 찌개도, 켜져 있는 거실의 TV 소리도 두 사람의 귓가에는 이미 들리지 않았다. 오직 서로의 타액을 게걸스럽게 탐하는 질척한 입맞춤과, 이성이 마비된 채 본능만 남은 거친 숨소리만이 좁은 주방을 가득 채웠다.

그의 품에 안겨 있을 때면 여인은 수치심이나 부끄러움 따위는 모두 잊은 채 창녀처럼 노골적으로 그를 원하고 또 갈구했다. 정환의 묵직한 허리가 거칠게 밀고 들어올 때마다, 여인은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황홀경에 빠져 허리가 활처럼 휘어지며 교성을 내질렀다. 서로의 영혼 밑바닥까지 핥아먹을 듯 맹렬하게 얽혀들던 그 일상적인 정사들은, 여인의 몸 세포 하나하나에 남편이라는 존재를 절대적인 구원으로 각인시켰다.

손끝 하나만 스쳐도 불꽃이 튀듯 타올랐고, 눈만 마주쳐도 아랫배가 뻐근해질 정도로 서로를 원했던 시간들이었다. 남편의 냄새, 남편의 땀방울, 남편의 짐승 같은 무게감까지… 그 모든 것이 여인에게는 지독한 마약과도 같았다. 그렇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남김없이 내어주고 미치도록 탐했던 사내였는데, 어떻게 그 살갗이 징그러운 뱀 허물처럼 변해버릴 수 있단 말인가. 과거의 달콤했던 기억이 짙어질수록, 현재의 기괴한 현실은 여인의 숨통을 더욱 잔인하게 조여오고 있었다.

(다음 회에 계속)글쓴이 계룡산 벼락신장법사

진실과 공정한 천지인 뉴스, 정확한 팩트
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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