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평 천지인 영감/연재 소설

[연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 제36화. 악다구니와 오열, 핏줄을 찢는 비명

[연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 제36화. 악다구니와 오열, 핏줄을 찢는 비명

“나 혼자는 못 가! 이 놈 대가리를 깨부숴서라도 내 길동무 삼아 갈 테다!”

민우의 입을 빌린 노인의 원혼이 신당 바닥을 긁으며 짐승 같은 비명을 질렀. 서슬 퍼런 신장칼의 신위(神威)에 압도당하면서도, 삼베옷 노인의 지박령은 순순히 물러설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제 정체가 탄로 나자 악에 받친 듯 민우의 육신을 무자비하게 짓누르기 시작했다.

“컥… 끄으으으!”

순간 민우의 두 눈이 하얗게 뒤틀리며 뒤집어졌다. 온몸의 실핏줄이 터질 듯 팽팽하게 당겨졌고, 척추가 활처럼 팽팽하게 꺾이며 사지가 기이한 각도로 뒤틀렸다. 노인이 민우의 몸 안에서 빠져나가지 않으려고 발악을 하면 할수록, 고스란히 그 고통을 감당해야 하는 것은 열아홉 소년의 유약한 육신이었다. 민우의 입술 사이로 붉은 핏방울이 섞인 침이 울컥 울컥 배어 나왔다.

“민우야! 내 새끼야! 법사님, 우리 애가 죽습니다! 제발 어떻게 좀 해주세요!”

신당 한구석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어머니는 결국 이성을 잃고 비명을 질렀다. 자식의 뼈마디가 으스러지는 듯한 소리와 고통에 겨운 신음이 법당을 채우자, 자식을 둔 부모의 가슴은 형체도 없이 찢겨 나갔다. 어머니는 바닥에 기어 다니며 민우를 향해 손을 뻗었지만, 김 법사의 서슬 퍼런 경고가 떠올라 차마 아이의 몸을 대지 못한 채 방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오열했다.

그 처절한 통곡 소리를 들은 민우의 얼굴이 순간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비웃음과 살기가 뒤섞인 노인의 눈빛으로 어머니를 째려보며, 민우의 목소리로 지독한 악다구니를 퍼붓기 시작했다.

“시끄러워, 이 년아! 네 년이 어미야?! 자식 새끼가 귀가 찢어지게 아프다고 울부짖을 때는 병원 구석탱이에 처박아두더니, 이제 와서 누굴 보고 소리를 질러?! 가짜 눈물 흘리지 마! 역겨우니까!”

“민우야… 네가 어떻게 엄마한테 그런 말을…”

어머니는 자식의 입에서 터져 나온 잔인한 비수에 심장을 관통당한 듯 안색이 흙빛이 되었다. 지박령이 모녀의 천륜을 끊어놓고 아이의 영혼을 완벽히 고립시키기 위해, 가장 아픈 곳만을 골라 악독하게 짓밟고 있는 형국이었다.

악귀는 기세를 몰아 점상 위에 놓인 김 법사의 붓펜을 쳐서 날려버리고는, 시퍼런 신장칼을 쥔 김 법사를 향해 이빨을 드러내며 사납게 짖어댔다.

“너도 똑같아, 이 야바위꾼 무당 놈아! 네가 아무리 신칼을 휘둘러봐라, 내가 나가나! 내가 이놈 심줄을 꽉 쥐고 있어서 내가 죽으면 이놈도 같이 염라대왕 앞에 가는 거야! 어디 찌를 테면 찔러봐! 들이받아 봐!”

민우의 손톱이 제 가슴팍을 거칠게 긁어내려 교복 셔츠가 찢어지고 살점이 벌겋게 들이쳤다. 인질을 잡은 인질범처럼, 민우의 육신을 방패 삼아 악다구니를 부리는 지박령의 영악함과 잔혹함에 법당 안은 문자 그대로 아비규환의 지옥도로 변해갔다.

어머니의 핏빛 오열과 잡귀의 광기 어린 비명이 뒤엉킨 도량 안, 김 법사의 손에 쥐어진 신장칼이 한층 더 묵직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다음 회에 계속) / 글쓴이 계룡산 벼락신장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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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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