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제51화. 참제자의 길, 그리고 단호한 거절
[연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
제51화. 참제자의 길, 그리고 단호한 거절

신당 바깥으로 짓쳐 나간 박선영 기주는 망설임이 없었다. 어스름한 어둠이 깔린 마당을 지나, 마치 눈앞에 환한 등불이라도 켜진 듯 신당 뒤편으로 거침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천신장군암 신당 뒤편, 장군님 전의 정기가 깊게 서린 바위 곁에는 김 법사가 매일 아침 정성을 올리는 ‘칠성탑’이 우뚝 서 있었다. 선영은 칠성탑 뒤쪽의 어두운 구석으로 망설임 없이 손을 집어넣더니, 그곳에 깊숙이 숨겨져 있던 놋쇠 대신방울을 정확히 집어 들고 돌아왔다.
그 모습에 김 법사의 입가에 나지막한 탄식이 흘러나왔다. 무당이 미리 말해주지도 않은 신기물의 위치를, 신기의 눈으로 찾아내어 손에 쥐고 돌아온 것이다.
선영은 놋쇠 방울을 찰랑이며 다시 신당 제단 앞에 무릎을 꿇었다. 김 법사는 지극히 진중한 눈빛으로 선영을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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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주님, 눈으로 확인하셨지요? 판가름이 확실하게 났습니다. 기주님은 명백한 ‘신명제자’의 팔자입니다. 신장대를 들고 뛰며 공수를 터뜨리고, 숨겨둔 기물까지 찾아낸 것은 거짓이 없는 참신령의 지기입니다. 다만 그 거룩한 신을 모실 줄 몰라 비워둔 틈을 타고 잡귀가 치고 들어왔던 겁니다. 지금 허주를 털어냈다 한들, 본인이 신을 받아 모시지 않는다면 그 비어있는 신의 자리를 노리고 또다시 다른 허주가 치고 들어올 것입니다.”
자신의 팔자가 명백한 신제자의 길임을 확인한 선영은, 서럽게 울면서도 짚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김 법사의 바짓가랑이를 털썩 잡았다.
“법사님……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법사님이 저를 위해 내림굿을 해주세요! 법사님 같은 분 밑에서 제자가 되고 싶어요. 제발 저를 거두어주세요!”
선영이 바닥에 머리를 짓찧으며 애원했지만, 김 법사는 단호하게 그녀의 손을 뿌리치며 고개를 저었다.
“안 됩니다, 기주님. 나 김 법사는 기주님의 내림굿을 해줄 수 없습니다.”
“왜요, 법사님?! 이렇게 제 사정을 잘 아시고 허주까지 쳐주셨으면서 왜 저를 외면하십니까?!”
선영이 울부짖자, 김 법사는 한숨을 내쉬며 진솔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신제자를 만든다는 것은 단순히 굿 한 번 해주고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제자의 평생 영을 돌봐야 하고, 신당을 꾸리는 법부터 공수 내리는 법까지 평생을 스승으로서 책임지고 건사해야 하는 지독하게 무거운 업(業)입니다. 하지만 나 김 법사는 아직 그만한 능력이 되지 않습니다. 내 신당 모시고 내 기도 올리는 것만으로도 하루하루가 벅차고 버거운 사람입니다. 내 욕심에 덜컥 제자로 거두었다가 기주님의 인생을 망칠 수는 없습니다.”
김 법사는 완강하게 거절하면서도, 절망에 빠진 선영의 손을 따뜻하게 감싸 안으며 위로와 당부를 건넸다.
“그러니 부디 덕망 높고 바른 신선생님을 찾아가십시오. 참된 선생님을 만나 올바른 신제자의 길을 가셔야 합니다.”
김 법사는 눈물 범벅이 된 선영을 보며 묵직하고 진심 어린 약속 하나를 덧붙였다.
“다만, 훗날 기주님이 제대로 신을 모시고 제자가 된 뒤에…… 신의 길을 걷다가 너무 힘들고 막힐 때, 징을 치는 법이나 고장(북과 꽹과리)을 타는 법, 혹은 조상 축원하는 법처럼 어렵고 막히는 소리나 법도가 있거든 언제든 나를 찾아오십시오. 그때는 내가 아는 한 모든 것을 기꺼이 다 가르쳐 줄 것이고, 같은 신의 길을 걷는 동업자이자 선배로서 아낌없이 도와줄 것입니다.”
스승으로서 제자를 거둘 사리사욕은 철저히 경계하면서도, 같은 고행의 길을 걸어갈 가련한 중생을 향해 마지막 버팀목이 되어주겠다는 김 법사의 진실한 온정. 선영은 그 묵직한 위로 앞에 눈물을 흘리며 깊이 고개를 숙였다.
(다음 회에 계속) / 글쓴이 계룡산 벼락신장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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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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