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제4화. 남편의 손길이 뱀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연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제4화. 남편의 손길이 뱀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유진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남편을 미워하지 않으면서도 몸은 그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처음에는 제가 너무 피곤해서 그런 줄 알았어요.”
유진이 말했다.
“회사 일도 힘들었고 결혼하고 나서 신경 쓸 것도 많았으니까요. 그래서 잠자리가 싫은 날이 있는 것도 그냥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했어요.”
그런데 한두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남편 정환이 가까이 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슬쩍 피했다.
“오늘 너무 피곤해. 다음에 하자.”
그 정도였다.
정환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유진의 반응이 달라졌다.
남편이 퇴근해서 욕실에서 씻고 나오면 방문을 닫아버렸다.
침대에 함께 누워 있어도 정환이 가까이 오면 자기도 모르게 몸을 벽 쪽으로 붙였다.
어느 날은 정환이 뒤에서 가볍게 안았는데 유진이 비명을 지르며 팔을 뿌리쳤다.
“남편이 정말 놀랐어요.”
“뭐라고 하던가요?”
“왜 그러느냐고 했죠. 자기가 뭐 잘못했느냐고.”
유진은 그때 일을 떠올리는 것조차 괴로운 듯했다.
“저도 미안하다고 했어요. 그런데 이유를 설명할 수가 없었어요. 저도 모르니까요.”
가장 이상했던 것은 냄새였다.
정환이 연애할 때부터 사용하던 스킨과 향이 있었다.
유진은 그 냄새를 좋아했다고 한다.
데이트를 하고 헤어진 뒤에도 옷에 남은 정환의 냄새를 맡으면 마음이 편해질 정도였다.
결혼하고 나서는 욕실에서 씻고 나온 남편에게서 그 향이 나면 먼저 다가가 안기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같은 냄새가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
“비린내가 났어요.”
“남편 몸에서 말입니까?”
“네. 그런데 실제로 냄새가 나는 건지 저한테만 그렇게 느껴지는 건지 모르겠어요.”
정환에게 직접 물어본 적도 있었다.
혹시 회사에서 이상한 냄새가 밴 것이 아니냐고.
정환은 황당해하며 자기 옷 냄새를 맡아봤고 샤워를 다시 한 적도 있었다.
그래도 유진에게는 마찬가지였다.
“어떨 때는 젖은 흙냄새 같았어요. 비 온 뒤에 땅 파면 올라오는 냄새 있잖아요.”
“뱀꿈에서도 그런 냄새가 났습니까?”
유진의 표정이 굳어졌다.
“네.”
대답이 짧았다.
“꿈에서 뱀이 나올 때도 똑같은 냄새가 났어요.”
이제 꿈과 현실에서 겹치는 것이 하나 더 생겼다.
단순히 뱀의 형상만 반복되는 것이 아니었다.
냄새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꿈 이야기를 좀 더 해보십시오.”
유진은 처음에는 망설였다.
하지만 여기까지 이야기한 뒤에는 더 숨길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조금씩 풀어놓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뱀 한두 마리가 나오는 평범한 꿈이었다.
산길에서 뱀을 보기도 했고, 집 안으로 뱀이 들어오는 꿈도 있었다.
그런데 갈수록 꿈이 이상해졌다.
뱀의 수가 많아졌다.
어떤 날은 발 디딜 곳이 없을 만큼 바닥에 뱀이 깔려 있었다.
더 기괴한 것은 누군가 그 뱀들을 잡아 죽이고 있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있었어요.”
“아는 얼굴이었습니까?”
“처음에는 몰랐어요. 얼굴이 잘 안 보였거든요.”
“남자였습니까?”
“대부분 남자였던 것 같아요.”
유진은 손으로 자기 팔을 문질렀다.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도 소름이 돋는 모양이었다.
“칼 같은 걸 들고 뱀을 죽였어요. 피가 많이 났고요. 저는 도망가려고 하는데 발밑에도 뱀이 있고…….”
“그때 누가 보살님을 막아줍니까?”
유진이 나를 빤히 바라봤다.
“어떻게 아셨어요?”
“계속 말씀해보십시오.”
“흰옷 입은 사람들이 나왔어요.”
나는 더 이상 끼어들지 않았다.
“여자도 있었고…… 정확히 몇 명인지는 모르겠어요. 그 사람들이 저한테 오지 말라고 했어요. 저쪽으로 가지 말라고.”
“뱀을 죽이는 사람들 쪽으로?”
“네.”
유진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남편 얼굴이 거기서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 말을 하고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그래서 더 미칠 것 같았어요. 꿈에서 깨고 옆을 보면 남편이 자고 있잖아요. 꿈속에서 본 얼굴하고 겹쳐 보여요.”
그때부터 남편의 손길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싫어졌다고 했다.
정환이 잠결에 허리에 팔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유진은 화들짝 놀라 몸을 피했다.
심한 날은 화장실로 달려가 토했다.
“남편이 처음에는 걱정했어요.”
유진이 말을 이었다.
“병원 가보자고 하고, 어디 아픈 것 아니냐고 하고…….”
그러다 같은 일이 반복되자 정환도 지쳐가기 시작했다.
“한 번은 남편이 그러더라고요.”
유진의 목소리가 잠겼다.
“내가 그렇게 징그럽냐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말을 듣는데 너무 미안했어요. 그런데 그날도 남편이 가까이 오니까 또 밀어냈어요.”
“보살님은 남편을 밀어내고 싶지 않았는데 몸이 먼저 반응했다?”
“네.”
“그때부터 각방을 썼습니까?”
“처음부터는 아니에요. 그래도 어떻게든 같이 자보려고 했어요.”
그 노력이 오히려 두 사람을 더 힘들게 했다.
정환이 조심스럽게 다가오면 유진이 움찔했고, 그 반응을 본 정환은 상처를 받았다.
유진은 미안해서 울고, 정환은 이유를 몰라 답답해했다.
한 번의 거부가 두 번이 되고 두 번이 몇 달로 이어졌다.
그러면서 부부 사이의 대화까지 줄어들었다.
“제가 남편을 밖으로 밀어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나는 바로 대답했다.
“그것과 남편이 실제로 밖에서 어떤 행동을 했는지는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유진이 나를 바라봤다.
“보살님이 남편을 받아들이지 못한 데에는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남편이 잘못된 행동을 했다면 그것까지 보살님 책임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유진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나는 휴지를 건넸다.
“그러니 지금부터는 죄가 누구에게 있느냐부터 따지지 마십시오. 먼저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를 찾아야 합니다.”
“그럼 정말 조상 문제일까요?”
“내 점사에서는 그쪽이 강하게 잡힙니다. 하지만 확인할 것이 남았습니다.”
남편 집안 이야기로 돌아갔다.
“남편분의 할아버지나 그 윗대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전혀 모르십니까?”
“시골에서 살았다는 정도밖에는…….”
“어디입니까?”
유진이 지역을 말했다.
나는 그 말을 적어두었다.
“남편에게 전화해서 물어볼 수 있겠습니까?”
“지금요?”
“지금 당장 할 필요는 없습니다. 집에 돌아가서 자연스럽게 물어보십시오. 할아버지가 무슨 일을 했는지, 집안에서 동물을 많이 잡았던 사람이 있었는지.”
유진의 얼굴에 다시 불안이 떠올랐다.
“뱀하고 관계가 있는 건가요?”
나는 섣불리 단정하지 않았다.
“꿈에 반복해서 나오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겁니다.”
밖에서 바람이 불었다.
집 뒤 대나무들이 한꺼번에 흔들리면서 마른 잎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유진은 잠시 그쪽을 바라보다가 다시 나를 보았다.
“법사님.”
“말씀하십시오.”
“제가 여기 오기 전날에도 뱀꿈을 꿨어요.”
“어떤 꿈이었습니까?”
“이번에는 전하고 달랐어요.”
나는 자세를 고쳐 앉았다.
유진의 다음 이야기가 이 점사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게 된다.
(다음 회에 계속)
글쓴이 | 천신장군암 계룡산 벼락신장법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은 실제 점사와 무속 현장에서 겪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소설 형식으로 재구성한 연재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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