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인뉴스] 장동혁 “민주당 정권이 진짜 범인”…국회 대신 ‘투표함’ 찾은 제1야당 대표
[천지인뉴스] 장동혁 “민주당 정권이 진짜 범인”…국회 대신 ‘투표함’ 찾은 제1야당 대표
정범규 기자
제주 실종 허위종결 사건에 “문재인·이재명 민주당 정권이 진짜 범인” 주장
경찰 수사종결권 통제 필요성은 제기할 수 있지만 개별 사건을 정권 책임으로 확대
하루 전엔 정점식 원내대표 교섭단체 대표연설 대신 올림픽공원 투표함 현장 찾아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제주 경찰의 실종신고 허위종결 사건을 계기로 경찰 수사종결권에 대한 통제 강화와 특별검사 도입을 요구하면서 문재인·이재명 민주당 정권을 사건의 “진짜 범인”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9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정책위원회가 개최한 ‘국민안전-경찰 수사종결권 통제·개선 토론회’에 참석해 검찰청 폐지와 검사의 보완수사권 문제를 거론하며 경찰 수사에 대한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제주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 도입도 촉구했다.
제주 실종 허위종결 사건은 그 자체로 엄중하게 다뤄야 할 사안이다. 경찰이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허위로 종결했다면 관련자의 책임은 물론, 경찰의 수사종결 이후 잘못을 발견하고 바로잡을 제도가 충분한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장 대표의 문제 제기도 여기까지라면 형사사법제도에 관한 정책 논쟁의 영역이다.
그러나 장 대표는 책임을 전·현 정부로 확대했다. 그는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부여하고 검찰의 수사지휘를 폐지한 점을 거론하며 “문재인, 이재명 민주당 정권이 이 사건의 진짜 범인”이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정부를 향해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포기했다는 취지의 강도 높은 비판도 내놨다.
개별 경찰관의 부실 또는 위법한 사건 처리와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제도의 문제점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경찰 수사종결권에 허점이 확인된다면 이를 보완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특정 사건이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형사사법제도를 개편한 전·현 정부를 사건의 ‘진짜 범인’으로 규정하려면 제도 변경과 해당 사건 사이의 구체적인 인과관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정책의 책임을 묻는 것과 개별 사건의 범인을 지목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장 대표의 최근 정치 행보는 하루 전인 8일에도 논란을 낳았다.
장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으로 방향을 돌렸다. 장 대표 자신도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보기 위해 국회로 가던 중 차를 돌렸다고 밝혔다.
6·3 지방선거 개표소로 사용됐던 장소에서 경찰과 대한체육회 산하 단체 관계자들의 진입 및 물품 반출이 진행되자 현장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장 대표는 현장에서 투표함과 투표용지 등의 보관 상태를 살펴본 뒤 육안으로는 선거 관련 물품이 제대로 보관돼 있었다면서도, 외부인 출입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한다며 특검이 투표함과 투표용지가 오염되지 않았다는 점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거 관련 자료가 제대로 보존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의문이 있다면 선거관리 당국에 설명을 요구하는 것은 정치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다만 제1야당 대표가 자당 원내대표의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 참석보다 투표함 현장을 직접 확인하는 것을 우선한 선택은 가볍게 볼 장면은 아니다.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경제와 민생, 복지, 외교·안보 등 주요 국정 현안에 대해 제1야당이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는지 국민에게 제시하는 자리다. 정 원내대표 역시 이날 이재명 정부의 경제·민생 정책 등을 비판하고 국민의힘의 정기국회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제주 경찰 사건과 올림픽공원 투표함 문제는 서로 다른 사안이다. 두 사건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틀 동안 이어진 장 대표의 행보는 제1야당 대표가 어떤 정치적 의제에 무게를 두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제주 사건을 계기로 경찰 수사종결권의 문제점을 검토하고 국민의 권리구제 장치를 강화하자는 주장은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할 가치가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전건 송치나 이의신청권 강화 등 제도적 대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제도 개선 논의와 정치적 수사는 구별돼야 한다.
개별 경찰 사건을 근거로 전·현 정부를 ‘진짜 범인’이라고 규정하거나, 투표함과 투표용지의 보존 상태가 현장에서 확인됐음에도 ‘오염’ 가능성을 정치적 의제로 계속 제기한다면 그 주장에 상응하는 객관적인 근거 역시 제시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정부·여당을 견제해야 할 제1야당이다. 동시에 고물가와 주거, 일자리, 복지 등 국민의 삶과 직결된 현안에 정책적 대안을 내놓아야 할 책임도 있다.
강한 표현은 순간적으로 정치적 주목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제1야당의 정치가 설득력을 얻는 길은 의혹의 크기를 키우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확인된 사실을 토대로 문제를 짚고, 잘못된 제도가 있다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데 있다.
특히 선거의 신뢰와 형사사법체계처럼 민주주의의 토대를 다루는 문제라면 더욱 그렇다.
장 대표가 제주 사건을 통해 던진 ‘경찰 수사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국회가 답해야 할 문제다. 하지만 그 답이 곧바로 ‘민주당 정권이 진짜 범인’이라는 결론이 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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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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