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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검찰청 간판만 내리면 끝인가, ‘캐비닛 정치’ 의혹 이번에는 끝까지 밝혀라 [천지인뉴스]

[사설] 검찰청 간판만 내리면 끝인가, ‘캐비닛 정치’ 의혹 이번에는 끝까지 밝혀라 [천지인뉴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을 연일 제기하고 있다. 녹취록과 과거 수사 관련 자료 등이 잇따라 공개되면서 논란은 이제 김 후보자의 처신과 청탁 의혹만을 따지는 단계를 넘어섰다. 한 의원이 공개한 자료가 어디에서 나왔는지, 검찰이 보유하거나 작성한 비공개 수사자료가 외부로 유출된 것은 아닌지를 두고 또 다른 의혹이 커지고 있다.

먼저 분명히 할 것이 있다. 김승원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은 후보자의 정치적 소속과 관계없이 철저하게 검증돼야 한다. 법무부 장관은 수사·사법행정을 관장하는 자리다. 부적절한 청탁이나 직무와 관련한 위법행위가 있었다면 청문회든 수사든 사실관계를 밝혀 책임을 물어야 한다. 검찰 수사자료 유출 의혹이 제기됐다는 이유로 후보자 본인에게 제기된 의혹까지 덮여서는 안 된다.

그러나 그것과 한동훈 의원이 공개한 자료의 출처를 확인하는 문제는 전혀 별개다.

민주당은 한 의원이 공개한 자료 가운데 일반인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검찰 수사 관련 문건 등이 포함돼 있다며 이른바 ‘검찰식 캐비닛 정치’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병도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인사들은 자료의 입수 경위를 밝히라고 요구했고, 김민석 대표도 검찰 내부 협력 또는 자료 유출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실제 유출자가 확인되면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이를 정치검찰 문제와 검찰개혁의 과제로까지 연결했다.

한동훈 의원의 반론도 분명하다. 한 의원은 9일 “검찰로부터 어떤 자료를 받은 사실도 없고 검찰과 어떤 협업도 한 사실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부인했다. 자신이 확보한 자료는 공익제보에 따른 것이며 제보자의 신원을 밝히라는 요구는 부당하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김민석 대표의 주장에 대해서는 허위사실이라며 법적 대응 방침도 밝혔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다. 말싸움으로 결론 내릴 것이 아니라 조사하면 된다.

오히려 이 문제는 여야 진영논리만으로 정리하기도 어려워졌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김 후보자를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한 의원이 강조해온 ‘오빠’라는 표현이나 녹취록 입수 경위 논란으로 로비 의혹의 본질이 흐려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의 주장은 후보자 의혹을 먼저 규명해야 한다는 야당의 시각을 보여준다.

이 역시 존중돼야 한다. 후보자의 의혹은 후보자의 의혹대로 검증하면 된다. 동시에 자료 유출 의혹 역시 자료 유출 의혹대로 조사하면 된다.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지우는 방패가 돼서는 안 된다.

이 문제를 단순한 여야 공방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 의원이 공개한 김 후보자 관련 수사자료 논란과 관련해 관계기관이 자료 유출 경위와 위법 여부, 사실관계를 면밀히 확인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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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주목할 대목은 이진수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의 답변이다. 이 대행은 한 의원이 공개한 것으로 지목된 서울서부지검 사건처리 관련 보고서에 대해 수사·증거기록으로 편철되지 않은 사건처리 보고서로 보인다며, 만약 이런 자료가 유출됐다면 공무상비밀누설이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 과거 수사팀의 유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했다.

이쯤 되면 “검찰 캐비닛이냐 아니냐”를 정치권의 말싸움으로만 남겨둘 이유가 없다.

검찰 내부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한 의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조사 결과 그렇게 밝히면 된다. 정상적인 공익제보를 통해 확보한 자료라면 공익제보자의 보호 원칙 역시 존중해야 한다. 반대로 검찰 내부의 비공개 자료가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외부로 전달됐다면 누가, 왜, 어떤 경로로 이를 빼냈는지 반드시 밝혀야 한다.

이 문제를 천지인뉴스가 엄중하게 바라보는 이유는 검찰개혁이 중대한 전환점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가 지난 4일 입법예고한 공소청 직제안에 따르면 공소청의 전체 정원은 검사 2,292명과 일반직 6,120명 등 8,412명으로 설계됐다. 현재 검찰청 전체 정원 1만706명과 비교하면 2,294명, 약 21.4%가 줄어든다. 직접수사를 담당했던 상당수 조직과 범죄정보기획관 등도 폐지된다. 법무부는 이를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공소청을 소추기관 본연의 역할에 집중시키기 위한 개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검사 정원 2,292명은 그대로 유지된다.

조국혁신당 신장식 대표가 이 부분을 강하게 문제 삼았다. 신 대표는 9일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공소청 검사 정원 유지와 검찰 출신 중수청장 후보 지명을 거론하며 현 개혁안을 검찰개혁이 아니라 ‘검찰 개명’이라고 비판했다. 검찰청의 이름은 없어지는데 기존 검사 중심의 조직과 문화가 그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묻고 있는 것이다.

인력 이동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기존 검찰청 소속 공무원 가운데 중대범죄수사청 특례임용 희망신청자는 2,375명에 달했다. 물론 희망신청자 전원이 중수청으로 이동한다는 뜻은 아니다. 행안부는 신청자들의 근무희망지와 경력, 전문성 등을 고려해 실제 임용 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렇기 때문에 검찰개혁을 조직의 이름과 수사권 배분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검찰이 비판받아온 이유 가운데 하나는 막강한 수사권과 기소권뿐만 아니라 수사 과정에서 취득한 정보가 얼마나 투명하고 엄격하게 관리됐느냐는 문제였다. 수사기관이 가진 정보가 특정 정치세력이나 언론으로 흘러가고, 그것이 여론 형성의 무기가 되는 구조에 대한 논란은 한국 정치에서 반복돼 왔다.

수사기관은 국민이 맡긴 권한으로 정보를 수집한다. 그 정보는 어느 검사 개인의 것도, 어느 정치인의 것도 아니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꺼내 쓰는 ‘캐비닛’이 존재해서도 안 되고, 그런 의혹을 가능하게 만드는 자료관리 문화가 남아서도 안 된다.

검찰청이라는 간판을 내리고 공소청과 중수청으로 조직을 나누는 것만으로 이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사람이 옮겨가고 조직문화가 이어진다면 과거의 잘못된 관행도 함께 이동할 수 있다. 검찰개혁의 진짜 성패는 건물의 간판이 아니라 권한과 정보가 어떻게 통제되는가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그래서 이번 사건은 그냥 지나가서는 안 된다.

김승원 후보자의 청탁 의혹이 사실인지 밝혀야 한다. 한동훈 의원이 공개한 자료가 정상적인 공익제보를 통해 확보된 것인지도 밝혀야 한다. 검찰 내부 자료가 포함돼 있다면 최초 작성자는 누구인지, 어떻게 보관됐는지, 외부로 나간 적이 있는지, 나갔다면 누가 어떤 경로로 전달했는지까지 조사해야 한다.

조사 결과 아무런 불법도 없다면 한동훈 의원에게 제기된 ‘검찰 캐비닛’ 의혹 역시 사실이 아니라고 분명하게 정리해야 한다. 정치적 의혹 제기는 누구에게나 책임이 따라야 한다.

반대로 비공개 수사자료가 실제로 불법 유출된 사실이 확인된다면 그때는 과거처럼 몇 차례 정치공방을 벌이다 시간이 지나 흐지부지해서는 안 된다. 현직 검사든 전직 검사든, 수사관이든 다른 관계자든 지위를 가릴 이유가 없다. 자료를 불법적으로 빼낸 사람과 전달한 사람이 있다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확인된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끝까지 책임지게 해야 한다.

공익제보는 보호해야 한다. 동시에 국가 수사기관의 비공개 정보를 사적으로 유출하는 행위까지 공익제보라는 이름으로 무조건 면책될 수는 없다.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는 정치인이 결정할 일이 아니라 수사와 객관적인 증거가 결정해야 한다.

정부도 이미 유출 경위와 위법 여부 확인 방침을 밝혔다. 그렇다면 이제 말이 아니라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

검찰청은 오는 10월 공소청 체제로 넘어간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간판 교체를 개혁의 완성이라고 선언하는 일이 아니다. 수사정보를 사유화하고 정치적 무기로 활용할 가능성까지 끊어내는 제도와 책임 체계를 만드는 일이다.

이번 의혹의 진상을 끝까지 밝히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불법이 없었다면 없었다고 국민 앞에 밝히고, 불법이 있었다면 누구라도 책임지게 하라. 그것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검찰개혁의 시험대다.

검찰개혁은 이름을 바꾸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국민이 맡긴 수사권과 수사정보가 다시는 정치의 무기가 되지 못하도록 만드는 데까지 가야 비로소 개혁이라 부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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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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