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
[제1화] 양철지붕 위로 내리는 공수 (1)

경상남도 하동의 깊은 산자락. 외진 오솔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다 보면,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초라한 양철지붕 집 한 채가 덩그러니 나타난다. 마당 한구석, 녹슨 파이프 끝에 매달린 적색과 백색의 깃발만이 이곳이 무속인의 도량임을 알리고 있다.
벼락신장(霹靂神將)을 주장신으로 모시는 기도도량, ‘천신장군암’.
이곳의 주인인 김 법사는 신과 인간의 중간에 서서 그 고달픈 다리 역할을 자처하는 이다. 일찍이 영험하기로 이름난 계룡산에서 내림굿을 받은 후 대전, 대구, 진주까지 영남과 충청의 대도시를 거치며 삼십 년 세월 동안 수만 명의 인간 군상을 상대했다. 한때는 무섭게 돈을 긁어모으기도 했으나, 3년 전 모든 번잡함을 내려놓고 이 외딴 하동 산자락으로 들어와 오직 기도에만 몰두하고 있다.
“멀리서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차가 많이 막히진 않으셨인지요?”
평복 차림으로 거실에 앉아 손님을 맞이하는 김 법사의 태도는 극진했다. 희끗희끗한 머리칼에 온화한 미소, 나직하고 예의 바른 말투는 영락없는 점잖은 이웃집 선생님 같다.
부산에서 새벽차를 타고 왔다는 서른 중반의 여성은 김 법사의 정중한 모습에 긴장이 조금 풀린 듯 조심스럽게 물었다.
“법사님, 제가 요즘 하는 일마다 꼬이고 밤마다 가위에 눌려서요…….”
“네, 사주와 이름을 적는 동안 잠시 마음을 편히 가지십시오.”
김 법사는 정성스레 한지에 손님의 인적 사항을 적은 뒤,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신당 문을 열었다. 촛불이 일렁이는 신단 앞, 벼락 도끼를 든 위엄 넘치는 벼락신장의 탱화가 마주 보였다.
김 법사가 자리에 앉아 마침내 대신방울과 대신부채를 손에 쥐었다.
짤랑! 짤랑! 짤랑-!
조용한 산사에 날카로운 방울 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김 법사의 고개가 크게 한 번 꺾였다. 신과 접촉하는 순간, 즉 강내림이 시작된 것이다. 온화하던 김 법사의 눈빛이 순간 번뜩이는 벼락처럼 매섭게 가라앉았다. 주장신의 기운이 그의 몸을 지배하자, 입에서 거친 호령이 터져 나왔다.
“이 미련한 년아! 네 발로 지옥 불에 걸어 들어가면서 누굴 탓해!”
양철지붕이 들썩일 듯한 호통에 손님은 번개라도 맞은 듯 몸을 크게 떨었다. 방금 전까지 예의 바르게 차를 권하던 그 김 법사는 그곳에 없었다. 신과 인간을 잇는 엄숙하고도 서슬 퍼런 다리가 놓인 순간이었다.
(다음 회에 계속)
글쓴이 계룡산 벼락신장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