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평 천지인 영감/연재 소설

[연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 제12화. 잃어버린 체온, 빗나간 위로

[연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 제12화. 잃어버린 체온, 빗나간 위로

정환은 처음엔 아내가 단순히 직장 스트레스나 극도의 피로 때문에 예민해진 것이라 여겼다. 평소 다정하고 가정적이었던 그는 아내의 기분을 풀어주려 부단히 애를 썼다. 퇴근길에 유진이 좋아하는 라벤더 향초를 사 오고, 자기 전에는 따뜻한 우유를 데워주며 긴장을 풀어주려 노력했다. “힘들면 아무것도 안 해도 돼. 그냥 푹 자자.” 정환은 불안에 떠는 유진을 부드럽게 안아주려 팔을 벌렸다. 그의 넓은 품은 언제나 유진에게 가장 안전한 피난처였으니까.

하지만 친정의 맑은 불사줄이 쳐둔 영적인 결계는 남편의 선의마저도 무참히 튕겨냈다. 정환의 가슴팍에 뺨이 닿는 순간, 유진의 온몸에 돋아난 솜털이 쭈뼛 서며 위액이 왈칵 치밀어 올랐다. 자신을 다독이는 정환의 낮은 목소리는 수십 마리의 뱀들이 쉭쉭거리는 섬뜩한 파열음처럼 들려왔다. 결국 유진은 짐승처럼 비명을 지르며 정환의 가슴을 거칠게 밀쳐내고 화장실로 달려가 변기를 붙잡고 노란 위액을 토해냈다.

화장실 문밖에서 굳어버린 정환의 한숨 소리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유진은 눈물이 범벅된 얼굴로 거울 속 자신의 참담한 몰골을 바라보았다. 머리로는 남편을 사랑한다고 수백 번 외치는데, 몸은 그를 치명적인 병균이나 끔찍한 괴물 취급하며 사시나무 떨듯 발작하고 있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사랑하는 사람을 찢어지게 아프게 하고 있다는 지독한 죄책감과, 닿기만 해도 미쳐버릴 것 같은 생리적 혐오감 사이에서 유진의 영혼은 서서히 조각나고 있었다.

(다음 회에 계속) 글쓴이 계룡산 벼락신장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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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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