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평 천지인 영감/연재 소설

[연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 제14화. 무너진 자존심, 폭발하는 원망

[연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 제14화. 무너진 자존심, 폭발하는 원망

노력이 실패를 거듭하고 이유 없는 거부가 반년 넘게 지속되자, 바위 같던 정환의 인내심도 결국 바닥을 드러내고 말았다. 매일 밤 소파에 웅크려 자며 금욕적인 생활을 강요받던 사내의 억눌린 양기는, 점차 뾰족한 분노와 자괴감으로 변해 그를 갉아먹었다. 직장에서도 핏발 선 눈으로 신경질을 부리기 일쑤였고, 퇴근 후 현관문을 열 때마다 숨이 막히는 냉기에 가슴이 답답해졌다.

어느 비 오는 밤, 술을 잔뜩 마시고 들어온 정환이 참았던 감정을 터뜨리며 잠긴 안방 문을 거칠게 두드렸다. 문이 열리고 겁에 질린 유진이 파리한 얼굴로 물러서자, 정환의 입에서 그동안 억눌러왔던 원망이 비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럴 건데! 내가 뭐 몹쓸 짓이라도 했어? 약을 먹어도 소용없고, 병원을 가도 헛수고면 나보고 어쩌라고! 내가 그렇게 징그럽냐? 내 손이 닿는 게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보다 더 소름 끼쳐?”

정환의 붉어진 두 눈에서 억울하고 비참한 눈물이 떨어졌다. 사내로서 가장 내밀한 자존심이 갈기갈기 찢긴 남자의 처절한 울부짖음이었다.

“그게 아니야… 여보, 내 몸이 내 마음대로 안 돼서 그래. 나도 미칠 것 같아…….”

“거짓말하지 마! 넌 그냥 나를 남자로, 남편으로 보지 않는 거야. 내가 다가가기만 해도 벌레 보듯 기겁하는 그 눈빛… 내가 언제까지 그 미친년 같은 눈빛을 참아줘야 하는데!”

‘미친년’이라는 남편의 폭언에 유진은 심장이 멎는 듯했다. 무너져 내리는 아내를 뒤로한 채 정환은 거칠게 현관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쾅, 하고 닫힌 문소리가 텅 빈 집안을 무겁게 울렸다. 조상들의 저주가 기어코 부부의 마음에 회복할 수 없는 깊은 균열을 만들어낸 것이다.

(다음 회에 계속) 글쓴이 계룡산 벼락신장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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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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