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희대, 대법관 재제청 거부…청와대 “대통령 임명권 무력화” 정면충돌 [천지인뉴스]
조희대, 대법관 재제청 거부…청와대 “대통령 임명권 무력화” 정면충돌 [천지인뉴스]
정범규 기자
조희대 대법원장이 22일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청을 공식 거부하면서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권과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둘러싼 갈등이 정면충돌 양상으로 번졌다. 청와대는 즉각 “대통령의 임명권을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깊은 유감을 밝혔고, 여권과 야권도 각각 상반된 헌법 해석을 내놓으며 공방에 뛰어들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청와대가 지난달 28일 보낸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청’에 대해 구체적인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기재돼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대법원장은 “달리 재제청 요청을 정당화할 구체적인 헌법적 근거와 사유를 찾을 수 없다”며 재제청 요청에 응할 수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손봉기 후보자 제청을 사실상 반려하고 새로운 후보자 제청을 요구한 지 25일 만이다.
청와대는 곧바로 반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조 대법원장의 입장이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대통령의 임명권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이라며 헌법에 위배되는 인식이라고 주장했다. 또 대법원장이 후보자를 제청하면 대통령이 그대로 임명해야 한다는 논리는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의 임명권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갈등의 출발점은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 인선이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월 21일 김민기·박순영 서울고법 고법판사,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등 4명을 후보로 추천했다. 그러나 대통령실과 대법원 사이에서 최종 후보를 둘러싼 접점을 찾지 못했고,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18일 손봉기 부장판사를 임명 제청했다.
청와대는 열흘 뒤인 8월 28일 손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기로 하고 조 대법원장에게 재제청을 요청했다.
당시 청와대는 헌법 제104조 제2항을 근거로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과 국회의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면서, 제청권과 임명권은 서로 다른 헌법기관에 배분된 권한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대통령의 임명권과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상호 존중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는 당시 손 후보자 제청 과정 자체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추천 이후 7개월 넘게 제청이 이뤄지지 않다가 실질적인 협의 없이 손 후보자가 서면 제청됐다는 것이다. 반면 조 대법원장은 이날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 자체에 구체적인 헌법적 근거와 사유가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면서 양측의 입장이 정면으로 맞서게 됐다.
정치권의 반응도 극명하게 갈렸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범여권 국회 법제사법위원들은 조 대법원장의 결정을 “대통령의 헌법상 임명권을 정면으로 부정한 정치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 사안을 국정감사에서 따져 묻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사법쿠데타’라는 강한 표현까지 등장했지만, 이는 범여권 의원들의 정치적 평가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조 대법원장의 결정을 옹호했다. 국민의힘 측은 헌법 제104조 제2항을 들어 대통령의 재제청 요구가 오히려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침해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여권은 대통령의 ‘임명권’을, 야권은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각각 강조하면서 동일한 헌법 조항을 놓고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는 상황이다.
문제는 헌법기관 사이의 충돌이 장기화되는 동안 대법관 공석 역시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 자리는 이미 200일 넘게 비어 있다. 청와대는 대법관 1명이 연간 약 3천500∼4천600건의 사건을 처리하는 상황에서 장기 공석이 국민의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법관 인선은 대법원장의 제청, 국회의 동의, 대통령의 임명이라는 여러 헌법기관의 절차가 맞물려 있다. 이번 충돌이 단순한 인사 갈등을 넘어 헌법기관 간 권한 해석 문제로 확대되면서 후임 대법관 인선이 언제 정상화될지도 불투명해졌다.
조 대법원장이 재제청 요구를 공식 거부하고 청와대 역시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만큼, 대법관 장기 공석 문제와 제청권·임명권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정치권과 법조계의 핵심 쟁점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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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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