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인뉴스] 대법관 공석 200일 넘겼는데…조희대 ‘재제청 거부’ 논란 계속
[천지인뉴스] 대법관 공석 200일 넘겼는데…조희대 ‘재제청 거부’ 논란 계속
정범규 기자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대법관 후보 재제청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권과 대법원장의 제청권이라는 두 헌법상 권한이 충돌하는 가운데, 대법관 공석까지 장기화하면서 논란은 단순한 기관 간 갈등을 넘어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 문제로 번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8일 조 대법원장이 대통령의 재제청 요구를 거부하면서 대법관 공석이 200일을 넘겼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특히 대통령 순방 전 면담 이후 조 대법원장이 재제청 거부 입장을 밝힌 과정까지 문제 삼으며, 대법원장이 사법부 독립이라는 명분 아래 자신의 제청권을 지나치게 앞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 대법원장은 대통령의 재제청 요청에 명확한 사유가 제시되지 않았고, 이미 이뤄진 제청에 절차적 흠결이 있다는 주장도 헌법과 법률에 비춰 수긍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서도 대통령이 특정 후보자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와, 대통령의 임명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협의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맞서고 있다.
이번 갈등의 출발점은 대법관 후보자 제청 과정이다.
헌법은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장에게는 제청권이, 대통령에게는 임명권이 각각 부여돼 있는 구조다.
문제는 이 두 권한이 실제 인선 과정에서 어떻게 조정돼야 하느냐다.
청와대는 조 대법원장이 충분한 협의 없이 후보자를 서면 제청한 것을 문제 삼아 재제청을 요구했다. 반면 조 대법원장은 재제청 요구의 근거와 사유가 명확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의 문제 제기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간다.
조 대법원장의 선택으로 대법관 공석이 장기화되고 있다면 이를 단순히 ‘사법부 독립’이라는 말만으로 설명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사법부 독립은 재판과 법관의 독립을 보장하기 위한 헌법적 가치이지, 대법원장 개인의 인사 판단을 다른 헌법기관과의 협의보다 항상 우위에 두라는 의미는 아니라는 게 민주당 측 주장이다.
특히 민주당은 27일 법원행정처 내부에서 당초 재제청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검토가 있었다는 주장을 제기하며 관련 자료 공개와 조 대법원장의 설명을 요구했다.
다만 이 부분은 민주당이 제기한 주장으로, 사실관계가 독립적으로 확인됐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법원행정처가 실제 어떤 검토를 했고 조 대법원장에게 어떤 내용이 보고됐는지는 관련 문서와 당사자 설명 등을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논란이 커지는 또 하나의 배경에는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진행된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처리 과정이 있다.
당시 사건은 2025년 3월 28일 대법원에 접수된 뒤 4월 22일 소부에 배당됐고 같은 날 조 대법원장의 결정으로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 이후 5월 1일 대법원은 항소심 무죄 판결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대선을 불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주요 대선 후보의 사건이 매우 빠르게 처리되면서 정치권에서는 그 과정과 속도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졌다.
그러나 재판 처리 속도가 빨랐다는 사실만으로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확인해야 할 것은 왜 사건이 소부 배당 당일 전원합의체로 넘어갔는지, 신속한 심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구체적인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등 당시 의사결정 과정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사법부 독립’과 ‘정치 개입’이라는 두 구호의 충돌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다.
사법부 독립은 민주주의의 핵심 원칙이다. 동시에 사법부 역시 국민에게 설명할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기관은 아니다. 특히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인사권과 행정권이 다른 헌법기관과 충돌하고 대법관 공석 장기화로 이어진다면 그 과정에 대한 투명한 설명이 필요하다.
반대로 국회와 행정부 역시 정치적 불만만을 이유로 사법부의 독립적인 권한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이나 책임론 역시 구체적인 헌법·법률 위반 여부를 토대로 판단해야 할 문제다.
결국 이번 논란에서 먼저 풀어야 할 것은 사실관계다.
대법관 제청 과정에서 어떤 협의가 있었는지, 대통령의 재제청 요구에 조 대법원장이 응할 헌법적·법률적 의무가 있는지, 법원행정처 내부에서는 어떤 검토가 이뤄졌는지 등을 국민 앞에 명확히 밝힐 필요가 있다.
대법원장도 헌법기관이고 대통령도 헌법기관이다. 어느 한쪽의 권한만 절대적일 수는 없다.
더구나 그 충돌로 대법관 공석이 장기화한다면 결국 그 부담은 정치권도 대법원도 아닌 재판을 기다리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사법부 독립이라는 원칙을 지키면서도 대법원장의 권한 행사 과정이 적절했는지 검증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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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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