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인뉴스] 실종 신고를 경찰이 ‘셀프 종결’…장미란 사건이 드러낸 경찰 시스템의 구멍
[천지인뉴스] 실종 신고를 경찰이 ‘셀프 종결’…장미란 사건이 드러낸 경찰 시스템의 구멍
정범규 기자
제주 실종 사건 허위 종결 파문…민주당, 경찰 ‘6대 폐단’ 개혁 예고

담당자 혼자 사건 해제 가능한 구조적 허점 확인…부산도 야간 1인 처리 가능
국민의힘 “보완수사권 살려야”…민주당 “현재 보완수사권 작동 중 발생한 사건”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실종 신고가 담당 경찰관의 판단과 허위 입력만으로 사실상 ‘종결’될 수 있었다는 제주 장미란 씨 사건이 경찰 수사·실종 관리체계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 내부의 제 식구 감싸기와 사건 암장, 무단 종결 등을 ‘6대 폐단’으로 규정하고 경찰개혁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26일 경북 안동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제주 실종 사건의 허위 종결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며 경찰개혁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가 지목한 경찰의 6대 폐단은 ‘제 식구 감싸기, 사건 암장, 무단 종결, 증거 은폐·조작, 수사정보 유출, 개인정보 침해’다.
대책으로는 외부 감사 확대와 수사 제척사유 강화, 피해자에 대한 설명 강화, 불법·부실 수사에 대한 법적 책임 강화 등을 제시했다.
민주당의 경찰개혁 주장은 정치적 선언에 그치지 않고 이번 사건에서 실제로 드러난 제도적 허점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장미란 씨 사건은 실종자를 찾지 못한 단순 수사 실패와 성격이 다르다.
경찰이 실종 사건을 정상적으로 계속 관리했다면 살아 있든 숨져 있든 실종자의 행방을 끝까지 확인해야 했다. 그러나 담당 경찰관이 사실과 다른 내용을 시스템에 입력하면서 사건 자체가 종결 처리됐다는 것이 이번 사태의 핵심이다.
문제는 이런 일이 특정 경찰관 한 명의 일탈만으로 가능했느냐는 데 있다.
부산지역 경찰 운영 실태를 확인한 보도에서도 비슷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났다. 부산지역 16개 경찰서 가운데 15곳에서 야간 실종 업무를 담당자 한 명이 맡고 있으며 시스템 접근과 사건 해제 권한도 담당자에게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담당자가 마음먹고 사실과 다른 내용을 입력할 경우 전산 절차 자체만으로 이를 막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이는 제주 사건을 한 경찰관의 비위로만 정리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실종 사건은 일반 행정업무와 다르다. 사건 처리의 지연이나 잘못된 종결은 한 사람의 생명과 직결될 수 있다.
그런 업무를 담당자 한 명이 사실상 종결할 수 있고, 이를 실시간으로 검증하거나 상급자가 교차 확인하는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경찰 개인의 책임을 묻는 것만으로 재발을 막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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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정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26일 긴급 경찰 지휘부 회의를 열어 제주 실종 사건 허위 종결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함께 전국 경찰관서의 장기 실종 사건을 점검하도록 지시했다.
윤 장관은 사건 암장이나 제 식구 감싸기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며 경찰 조직을 밑바닥부터 다시 쌓는다는 각오로 쇄신할 것을 주문했다.
이번 사건은 검찰개혁과 경찰개혁을 둘러싼 정치권의 또 다른 논쟁으로도 번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제주 사건과 최근 경찰 수사 논란을 근거로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경찰에 막대한 권한을 집중시켜 놓고 이제 와서 경찰개혁을 주장한다며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검찰 보완수사권을 되살리는 것이 국가 수사망을 정상화하는 길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제주 사건을 검찰 보완수사권 문제와 직접 연결하는 데 선을 긋고 있다.
김민석 대표는 제주 실종 사건의 허위 종결이 현재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작동하는 상태에서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쟁에서 분명히 구분할 부분도 있다.
장미란 씨 사건은 최초 단계부터 범죄 혐의가 특정돼 검찰에 송치된 형사사건이 아니라 실종 신고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다. 따라서 이번 사건 하나만으로 검찰 보완수사권의 존치 또는 폐지가 옳다고 단정하는 것은 사건의 성격을 지나치게 단순화할 가능성이 있다.
오히려 지금 우선적으로 확인해야 할 것은 왜 실종 신고를 담당 경찰관 한 명이 허위로 종결할 수 있었는지, 상급자의 확인과 감독은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 전국의 다른 경찰서에서도 동일한 일이 가능한지다.
검찰과 경찰의 권한 배분 논쟁도 중요하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어느 기관이 더 많은 권한을 갖느냐보다 자신의 신고와 사건이 제대로 처리되는지가 훨씬 중요하다.
민주당이 경찰개혁을 추진한다면 바로 이 지점에서 성과를 보여야 한다.
‘6대 폐단 척결’이라는 정치적 구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실종 사건 종결 시 복수 경찰관의 확인을 의무화할 것인지, 상급자 승인 절차를 둘 것인지, 사건 장기 미처리와 종결 과정에 대한 외부 감사를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 등 국민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제도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
경찰의 권한이 커지는 만큼 견제와 책임 역시 강해져야 한다는 원칙에는 진보와 보수의 구분이 있을 수 없다.
검찰개혁이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요구하는 것이라면 경찰개혁 역시 같은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
수사기관 개혁의 목적은 한 기관의 권한을 빼앗아 다른 기관에 넘겨주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국민이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사건이 사라지지 않고, 실종된 가족을 신고했을 때 국가가 마지막까지 찾아주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개혁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장미란 씨 사건이 남긴 질문도 결국 하나다.
국민이 국가에 도움을 요청했을 때, 그 신고를 누군가 마음대로 지워버릴 수 있는가.
그 답은 어떤 수사기관이든 분명히 ‘아니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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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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