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인뉴스] ‘5·18 왜곡 논란’ 이진숙 제명 촉구안 국회 통과…헌정사상 처음
[천지인뉴스] ‘5·18 왜곡 논란’ 이진숙 제명 촉구안 국회 통과…헌정사상 처음

정범규 기자
재석 159명 중 찬성 157명…국회의원 제명 촉구 결의안 첫 본회의 의결
이진숙 주최 포럼서 ‘5·18은 소요’ 발언…국민의힘 지도부도 행사 취소 요청
이진숙 “민주당 독재” 강력 반발…결의안 법적 강제력 없어 실제 제명과는 별개
5·18 민주화운동을 둘러싼 역사 왜곡 논란이 결국 국회의원의 제명을 촉구하는 헌정사상 첫 국회 본회의 의결로 이어졌다.
국회는 26일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이진숙 의원에 대한 ‘국회의원 제명 촉구 결의안’을 재석 의원 159명 가운데 찬성 157명, 반대 1명, 무효 1명으로 가결했다.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한 제명 촉구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국민의힘은 본회의에 앞서 의원총회를 열고 결의안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하기로 결정했지만 일부 소속 의원들은 표결에 참여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 13일 이진숙 의원이 시민단체 새역사국민운동과 공동으로 국회도서관에서 개최한 ‘5·18 민주화운동의 재조명 국회 공개포럼’에서 시작됐다.
당시 포럼에서는 5·18 민주화운동을 ‘소요 사태’라고 표현하는 발언이 나왔다.
새역사국민운동 이영훈 공동대표는 1980년 5월 광주에서 있었던 일을 ‘소요 사태’라고 표현하면서 5·18을 둘러싼 기존 역사적 평가와 다른 주장을 펼쳤다.
이 단체는 강령에서도 1980년 광주에서 발생한 인명피해를 국가폭력이 기획한 학살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히고 있으며 전두환 전 대통령의 공적을 정당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입장도 명시하고 있다.
논란의 책임 소재를 따질 때 구분해야 할 대목도 있다.
‘5·18은 소요’라는 직접적인 표현은 이진숙 의원 자신의 발언이 아니라 포럼 발표자에게서 나왔다.
그러나 이 의원은 국민의힘 원내지도부가 사전에 행사 취소를 요청했음에도 포럼 개최를 강행했다.
이 의원은 포럼에서 5·18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고 전제하면서도 5·18이 특정 진영의 소유물이 돼서는 안 되며 자유로운 연구와 토론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논란이 커진 이후에도 이 의원은 5·18에 대한 토론 자체를 막는 것은 성역화를 강요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나 5·18 관련 단체들은 이를 단순한 학술적 토론의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5·18기념재단과 5·18 유족회·공로자회·부상자회 등 관련 단체들은 포럼에서 학술적 연구를 명분으로 5·18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주장이 나왔다고 비판하며 이 의원의 제명을 요구했다.
5·18기념재단 측은 포럼에서 나온 발언을 증거로 수집하고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위반 여부가 확인될 경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주목할 부분은 비판이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에서만 나온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도 포럼 개최 전 이 의원에게 행사 취소를 요청했다.
행사가 강행된 이후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토론회 개최가 ‘상당히 부적절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히고 재발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국민의힘 책임당원 3천700여 명도 이 의원을 당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이들은 당 원내지도부의 취소 요청에도 행사를 강행한 점 등을 문제 삼았다.
다만 국민의힘 지도부는 현재 이 의원에 대한 당 차원의 징계를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의원에 대한 공세 수위를 계속 높였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26일 본회의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 의원이 5·18을 폄훼하는 자리를 만들어 놓고 이를 학술적 재조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결의안 통과 방침을 밝혔다.
민주당은 국가폭력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킨 5·18을 ‘재조명’이라는 이름으로 왜곡하는 것은 단순한 표현의 자유 차원을 넘어선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이진숙 의원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 의원은 자신의 제명 촉구 결의안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본회의장에서 퇴장한 뒤 다수당과 대통령에게 밉보이면 사실상 국회의원 탄핵이 가능해지는 상황이라며 민주당의 독재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 측에서는 포럼이 5·18을 부정하기 위한 행사가 아니라 기존 해석을 포함해 역사적 사건을 자유롭게 연구하고 토론하자는 취지였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서 제명 ‘촉구 결의안’과 실제 국회의원 ‘제명’은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26일 통과된 결의안은 이 의원의 제명을 정치적으로 촉구하는 내용으로 그 자체에 의원직을 박탈하는 법적 강제력은 없다.
실제 제명을 위해서는 별도로 발의된 징계안이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심사를 거쳐야 하며,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따라서 이번 표결로 이 의원이 제명됐거나 의원직을 상실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국회의원을 상대로 한 제명 촉구 결의안이 헌정사상 처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는 사실은 이번 논란의 정치적 무게를 보여준다.
이번 사안을 단순히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정쟁으로만 바라보기 어려운 이유도 있다.
대한민국에서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국가 차원의 역사적·법적 평가는 이미 상당 부분 확립돼 있다.
5·18은 국가기념일로 지정돼 있으며 국가 차원의 진상규명과 피해자 명예회복 작업도 오랫동안 진행돼 왔다.
역사적 사건에 대한 학문적 연구와 토론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토론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이미 국가적 조사와 사법적 판단 등을 통해 확인된 사실을 부정하거나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주장까지 아무런 책임 없이 허용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특히 이번 포럼은 개인 연구실이나 민간 학술공간이 아니라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국회 안에서 공동주최한 행사였다.
그렇다면 주최자에게도 어떤 단체와 행사를 공동으로 열었는지, 어떤 주장이 공적 공간에서 제기될 가능성이 있었는지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것은 피하기 어렵다.
동시에 민주당 역시 경계해야 할 지점이 있다.
역사 왜곡에 단호하게 대응하는 것과 다수 의석을 이용해 정치적 반대자의 표현 자체를 봉쇄하는 것은 구분돼야 한다.
이 의원의 주장과 포럼에서 나온 발언이 잘못됐다면 확인된 역사적 사실과 법적 근거로 반박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제명이라는 가장 강력한 국회 징계 수단을 논의하는 만큼 절차적 정당성과 명확한 기준 역시 지켜져야 한다.
그래야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가치를 지키는 일이 또 다른 정치적 진영싸움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5·18의 역사는 어느 정당의 소유물도 아니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국가폭력에 맞서 민주주의를 요구했던 시민들의 희생은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기억해야 할 역사다.
그 역사를 지키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금지와 구호만이 아니라 사실을 사실대로 기록하고, 왜곡에는 근거로 반박하며, 공직자의 책임에는 민주적 절차로 답하는 것이다.
이번 헌정사상 첫 제명 촉구 결의안이 그 원칙을 지키는 계기가 될지, 또 하나의 극단적 정치대립으로 남을지는 앞으로 진행될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와 정치권의 대응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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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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