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인뉴스] 이준석 없는 개혁신당 어디로…지선 참패·지도부 총사퇴, 창당 후 최대 위기
[천지인뉴스] 이준석 없는 개혁신당 어디로…지선 참패·지도부 총사퇴, 창당 후 최대 위기

정범규 기자
이준석 “쇄신 제안 호응 못 얻어”…대표직 전격 사퇴, 지도부도 동반 퇴진
지방선거 192명 후보 내고 기초의원 1석…정이한 사태까지 겹치며 정치적 타격
천하람 직무대행 체제로 전당대회 준비…독자생존·보수연대 갈림길
개혁신당의 상징과도 같았던 이준석 대표가 당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지방선거 참패 이후 당의 자강과 쇄신을 추진했지만 내부 동의를 끌어내지 못했다는 것이 이 전 대표가 직접 밝힌 사퇴 이유다.
그러나 이번 사퇴는 당대표 한 사람의 퇴진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창당 이후 사실상 ‘이준석’이라는 강력한 정치적 브랜드를 중심으로 존재감을 유지해 온 개혁신당이 이준석 없는 지도체제로 독자생존할 수 있느냐는 더 근본적인 질문을 마주하게 됐다.
이 전 대표는 2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혁신당 대표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그는 6·3 지방선거 이후 석 달 가까이 당의 자강과 쇄신을 위한 고민과 제안을 해왔지만 당내에서 충분한 호응을 얻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누구의 탓도 아니라며 당 구성원들을 설득하지 못한 책임은 대표인 자신에게 있다는 취지로 사퇴의 책임을 스스로에게 돌렸다.
이 전 대표의 사퇴와 함께 개혁신당 지도부도 지방선거 패배 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다.
당은 천하람 원내대표가 당대표 직무대행을 맡아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준비하기로 했다.
개혁신당 당헌·당규상 대표 궐위 시 잔여 임기 등에 따라 직을 승계하거나 60일 이내 임시전당대회를 개최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이번 지도부 총사퇴의 출발점에는 6·3 지방선거의 참패가 있다.
개혁신당은 지방선거에서 전국적으로 192명의 후보자를 공천했지만 확보한 의석은 경기지역 기초의원 1석에 그쳤다.
원내 정당이라는 간판과 이준석 대표의 전국적 인지도를 감안하면 뼈아픈 결과였다.
여기에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했던 정이한 전 후보의 이른바 ‘피습 자작극’ 사건까지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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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전 후보가 관련 혐의로 구속기소되면서 개혁신당은 선거 패배를 수습하기도 전에 후보 검증과 당 관리 책임 문제까지 떠안았다.
결국 이 전 대표는 선거 이후 당의 체질을 바꾸고 2028년 총선을 준비하기 위한 쇄신 작업에 나섰지만 이 과정에서도 내부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2028년 총선을 앞두고 주요 당 인사들을 경기 남부 등에 전략적으로 배치해 지역 기반을 확대하는 방안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내 주요 인사들이 각자 다른 지역구를 염두에 두면서 총선 전략을 둘러싼 의견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이번 사퇴를 단순히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전 대표 스스로도 사퇴 기자회견에서 ‘자강과 쇄신을 위한 제안이 당 안에서 충분한 호응을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대표가 당을 바꾸려 했지만 당을 설득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여기에는 두 가지 평가가 가능하다.
당대표가 선거 패배와 쇄신 실패의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난 것은 정치적 책임을 지는 방식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이 창당을 주도하고 사실상 당의 얼굴 역할을 해온 상황에서 당내 구성원들이 자신의 쇄신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표직을 내려놓는 것이 과연 위기에 빠진 정당을 책임지는 최선의 방법이었느냐는 질문도 남는다.
더 큰 문제는 이제 개혁신당이 답해야 한다.
개혁신당은 국민의힘에서 탈당한 이준석 의원이 2024년 창당을 주도한 이후 제3지대와 ‘개혁보수’를 표방하며 독자적인 정치세력을 구축하려 했다.
12·3 비상계엄 이후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이 전 대표가 후보로 출마했고 지방선거에서도 전국적으로 후보를 냈다.
그러나 전국 단위 선거에서 당의 조직력과 지역 기반이라는 현실적인 한계가 드러났다.
192명의 후보자를 냈지만 기초의원 1석에 그쳤다는 결과는 단순한 선거 패배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정당은 유명 정치인 한 사람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지역조직과 당원, 정책, 인재 그리고 선거에서 실제 표를 만들어낼 조직력이 함께 있어야 한다.
개혁신당이 창당 이후 ‘이준석당’이라는 평가에서 충분히 벗어나지 못했다면 이번 사퇴는 역설적으로 그 한계를 검증하는 첫 시험대가 될 수 있다.
당장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과의 합당 또는 보수연대 가능성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합당 논의가 실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단정할 근거는 없다.
개혁신당은 이 전 대표 사퇴 직후 공식 입장을 통해 지도부 누구도 다른 정당 합류를 고려하거나 논의한 사실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 역시 현시점에서 개혁신당과의 합당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국민의힘은 범보수 세력이 연대할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면서 향후 상황에 따라 합당이나 연대 가능성을 유연하게 판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따라서 현재 단계에서 ‘국민의힘과 합당한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다.
그러나 2028년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개혁신당이 독자 후보로 전국적인 선거를 치를 것인지, 국민의힘과 선거연대 또는 정치적 재편을 모색할 것인지는 피하기 어려운 선택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
개혁신당이 독자생존을 선택한다면 더욱 어려운 숙제를 풀어야 한다.
국민의힘과 무엇이 다른지부터 다시 설명해야 한다.
단순히 국민의힘보다 젊은 보수정당인지, 세대교체를 내세운 정당인지, 기존 보수와 다른 정책노선을 가진 정당인지 국민에게 분명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이준석이라는 정치인의 화제성과 개인적인 정치 메시지가 사라진 자리에서 당 자체의 정책과 철학으로 유권자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천하람 직무대행과 차기 지도부가 짊어질 부담이 무거운 이유다.
이 전 대표에게도 이번 사퇴가 정치적 책임의 끝은 아니다.
그는 당대표에서는 물러났지만 개혁신당 당원이자 국회의원으로서 역할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대표직만 내려놓았을 뿐 개혁신당과 결별한 것도, 정계를 떠난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차기 지도부와 어떤 관계를 설정할지도 중요하다.
뒤에서 당의 의사결정에 계속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지도부 교체의 의미가 퇴색할 수 있다.
반대로 완전히 거리를 둘 경우 개혁신당은 창당 이후 가장 강력했던 정치적 구심점을 잃게 된다.
이준석 전 대표의 사퇴가 개혁신당 쇄신의 시작인지, 제3지대 정치 실험의 한계를 보여주는 장면인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대표 한 사람을 바꾸는 것만으로 지방선거에서 확인된 정당의 취약한 기반이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결국 개혁신당이 앞으로 답해야 할 질문은 ‘누가 다음 대표가 되느냐’보다 더 근본적이다.
이준석이 대표가 아니어도 국민이 개혁신당을 선택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개혁신당의 위기는 이준석 대표 사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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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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