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인뉴스] 추미애 ‘소방 재정 빨대’ 발언, 단어보다 맥락을 봐야 한다…국가직 소방 예산의 불편한 현실
[천지인뉴스] 추미애 ‘소방 재정 빨대’ 발언, 단어보다 맥락을 봐야 한다…국가직 소방 예산의 불편한 현실
국가직 전환 6년, 소방 재정 대부분 지방정부 부담…추미애가 지적한 구조적 모순
소방노조 반발 속 경기도 공식 해명…표현 논란 넘어 국가 재정 책임 따져야
정범규 기자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이른바 ‘소방 재정 빨대’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소방공무원 노동조합들이 소방관의 헌신을 폄훼했다며 사과를 요구하고, 국민의힘도 비판에 가세했다. 그러나 발언이 나온 국정감사 질의응답의 전체 맥락을 살펴보면 단순히 소방관을 재정 부담으로 지목한 발언으로만 해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추 지사가 지적한 핵심은 2020년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 이후에도 인건비와 운영비 등 소방 재정의 상당 부분을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고 있다는 구조적 문제다. 국가적 재난 대응체계의 책임은 강화됐지만, 이를 뒷받침할 중앙정부의 재정 부담은 충분히 확대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논란은 특정 단어의 적절성에 대한 비판과 함께 추 지사가 제기한 재정 문제의 실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표현을 둘러싼 공방만 반복된다면 정작 소방공무원들의 처우와 현장 안전에 직결되는 국가 재정 책임 문제는 논의에서 밀려날 수 있기 때문이다.
논란은 지난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시작됐다.
당시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은 소방 재원 확보 문제와 관련해 지방세 재원을 조정하는 방식보다 중앙정부의 국비 지원 비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추 지사는 소방 재정이 경기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취지로 답변하면서 소방을 ‘골치 아픈 재정 빨대’에 비유했다.
추 지사는 2027년 소방공무원 인건비가 약 1조 1천억 원, 사업비가 약 5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설명하며 지방정부가 감당해야 할 예산 규모를 강조했다.
발언의 표현만 놓고 보면 소방조직 자체를 재정 부담으로 지목한 것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러나 질의응답의 주제는 소방관 개인의 헌신이나 업무 가치가 아니라 국가와 지방정부 사이의 재정 분담이었다.
실제 소방공무원은 2020년 국가직으로 전환됐지만, 소방 예산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지방정부가 부담하고 있다.
경기도가 제시한 2026년 전국 소방재원 구성 자료에 따르면 시·도 일반회계 전입금이 69.5%, 소방분 지역자원시설세가 18.6%를 차지한다. 반면 소방안전교부세와 국고보조금을 합한 중앙정부 지원 비중은 10.7%로 제시됐다.
경기도 역시 올해 전체 소방재원 1조 5,655억 원 가운데 9,265억 원을 도 일반회계 전입금으로 충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수치들은 경기도가 제시한 자료에 근거한 것으로, 중앙정부의 재정 부담 확대 필요성을 검토할 때 중요한 참고자료다.
특히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은 대형 재난에 대한 국가적 대응 역량을 높이고 지역별 소방 서비스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제도적 변화였다.
그런데 소방공무원의 신분은 국가직으로 바뀌었지만 재정 부담 구조가 충분히 개선되지 않았다면 국가직 전환의 취지가 재정 측면에서는 완성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추 지사는 이번 논란 이전인 지난 8월에도 소방공무원 국가직화에 걸맞은 재정체계 마련을 요구한 바 있다. 소방 인건비를 안정적으로 지원할 별도 재원 대책과 중앙정부의 책임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이번 국감 발언 역시 이러한 정책적 문제의식과 연결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물론 표현에 대한 비판까지 부당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는 지난 14일 성명을 통해 추 지사의 발언이 소방공무원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한국소방공무원노동조합도 15일 유감을 표명했다.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위험한 현장에서 근무하는 소방관들에게 자신들의 조직이 재정 부담으로 표현되는 것은 충분히 불편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다만 소방노조의 문제 제기 역시 단순히 표현에 대한 항의에 머물지는 않았다. 한국소방공무원노동조합은 국가직 전환 이후에도 인건비를 지방정부가 부담하는 구조를 비판하며 국가 재정의 책임 확대를 요구했다.
추 지사가 지적한 재정 구조와 소방노조가 개선을 요구하는 문제가 상당 부분 맞닿아 있다는 의미다.
미래소방연합노동조합도 해당 표현은 부적절하지만 중앙정부의 소방 재정 지원 부족을 지적한 취지는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기도 역시 공식 해명을 내놨다.
홍은광 경기도 대변인은 해당 발언이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에도 관련 재정을 지방자치단체가 대부분 부담하고, 국고 지원 비율마저 줄어드는 현실을 강조하기 위한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또 소방 업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필수 업무라며 소방공무원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고 안정적인 소방 재원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이번 논란의 본질은 추 지사가 사용한 표현의 적절성만으로 정리될 문제가 아니다.
소방관들의 헌신을 존중해야 한다는 원칙과 국가직 소방공무원의 재정을 중앙정부가 더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은 서로 충돌하지 않는다. 오히려 소방관들의 헌신에 걸맞은 예산과 근무 여건을 확보하기 위해 함께 논의돼야 할 과제다.
기자의 시선 | ‘빨대’라는 단어에 가려진 국가의 책임
추미애 지사의 표현은 더 신중할 수 있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소방조직을 설명하면서 오해를 부를 수 있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분명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표현의 부적절성과 발언의 정책적 취지는 구분해서 살펴봐야 한다.
소방관을 비하하려는 발언이었는지, 국가직 전환 이후에도 지방정부에 집중된 재정 부담을 지적한 발언이었는지는 앞뒤 맥락을 통해 판단해야 한다. 특정 단어만 떼어내 발언 전체의 의미를 규정하는 접근은 정책 논쟁을 지나치게 단순화할 수 있다.
더욱 주목할 부분은 추 지사와 소방노조가 서로 다른 위치에서 사실상 같은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방노조는 국가직에 걸맞은 국가 재정 책임을 요구하고 있고, 추 지사 역시 중앙정부가 소방 재정을 더 부담해야 한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그렇다면 정치권이 집중해야 할 질문은 단순히 누가 어떤 단어를 사용했느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국가직으로 전환된 소방공무원의 인건비와 장비·운영비를 국가와 지방정부가 어떻게 분담해야 하는가. 소방관들의 처우와 국민 안전을 위해 안정적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 채 표현 논란만 확대된다면 정작 해결해야 할 소방 재정의 구조적 문제는 다시 뒤로 밀릴 수 있다.
소방관의 헌신을 존중하는 가장 실질적인 방법은 말에 그치지 않고 충분한 예산과 안전한 근무 환경을 보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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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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