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인뉴스] “표현의 자유인가, 절차 위반인가”… 신도중 ‘토끼풀’ 신문 배포 금지 논란 확산
정범규 기자
학생 자치신문 ‘토끼풀’ 배포 후 하루 만에 전량 회수
학교 “절차 안 지켰다” vs 학생 “언론 자유 침해”
서울시교육청 “학생 인권 침해 여부 직권 조사 착수”

서울 은평구 신도중학교가 학생들이 제작한 신문 <토끼풀>의 배포를 금지한 조치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학교는 절차적 정당성을 내세우고 있지만, 학생들은 “표현의 자유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어 교육 현장에서 학생 언론의 자율성과 학교 관리의 경계선을 두고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토끼풀>은 지난 8월 28일 신도중에서 제15호 신문 100부를 부장교사 사전 승인 아래 배포했다. 그러나 다음 날인 29일, 학교 측은 “정식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배포 중단을 지시하고 이미 배포된 신문을 전량 회수했다.
<토끼풀>은 연신중·영락중·진관중·신도중 등 4개교 학생 약 30여 명이 모여 운영하는 연합 학생신문으로, 학생들이 주제 선정부터 취재·편집·배포까지 직접 진행한다.
문성호 편집장은 “학교는 아무런 사전 경고 없이 신문을 압수했고, 이후 면담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신도중은 “교육의 중립성과 학부모 민원 우려 때문에 정식 동아리 발행물만 허용하기로 부장회의에서 결정했다”고 해명했지만, 회의록 등 구체적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학생들은 서울시 서부교육지원청에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학교는 “부장회의는 법정 회의가 아니라 회의록이 없다”며 반복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이에 <토끼풀> 측은 “무엇이 교육 중립성 위반인지, 왜 침해라는 판단이 내려졌는지 명확한 근거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학교 측은 이후 관련 학생들을 교장실로 불러 “언론 탄압이라 부르는 게 맞다고 생각하느냐”며 사실상 경고성 대화를 이어갔다는 증언도 나왔다. 학생들은 “일방적인 지시와 회수 조치는 명백한 언론 자유 침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두고 교육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한 교육 관계자는 “학교는 학부모 민원과 평가 지표에 얽매여 외부 단체나 학생 자율 활동에 과도하게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 있다”며 “그러나 대화 대신 일방적 조치를 취한 것은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위원회는 10월 16일 긴급 회의를 열고 “학생 인권 침해 여부를 확인하라”며 학생인권옹호관에게 직권 조사를 권고했다. 시교육청은 이번 사례를 포함해 서울 지역 각 학교의 표현의 자유 규정 현황을 조사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토끼풀>은 같은 날 청소년 단체 23곳과 함께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도중은 신문 배포 금지 조치를 철회하고 불법 압수한 신문을 원상 복구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청소년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공식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토끼풀>은 항의의 뜻으로 10월 16일자 제17호 신문 1면을 백지로 발행했다. 해당 호에는 “언론 탄압에 항의하며 1면을 백지로 발행한다”는 사과문이 실렸다. 이전 호 사설에서는 “결재를 받아야 신문을 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언론 허가제”라며 “지금이 전두환 정권 시절인가. 민주주의는 학생의 입을 막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목소리를 토론으로 풀어가는 과정”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토끼풀>이 활동하는 4개 학교 중 3곳에서 비슷한 배포 제한 조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도중에서 활동하던 학생 6명 중 2명은 최근 압박감과 피로감으로 활동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성호 편집장은 “교육청에서 합리적인 기준을 제시한다면 언제든 수용할 용의가 있다”며 “혐오 표현 금지 등 건전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학교마다 다른 잣대를 적용하기보다 교육청 차원의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학생들의 자율적 언론 활동을 보장하되, 학교의 교육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균형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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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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