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인뉴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연설, 내부 분열은 외면…정부 비판에만 매달린 48분
정범규 기자

교섭단체 대표연설 내내 이재명 대통령 비판에 집중하며 정권 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당내 내분과 혁신 과제는 언급조차 하지 않은 채 경제·사법·안보 공세로 정국 주도권을 노렸다.
민생 대안보다는 과거식 정치 공세가 반복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집권 2년 차에 접어든 이재명 대통령 정부를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그러나 정작 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국민의힘 내부 분열과 혁신 과제에 대해서는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으면서, 제1야당의 자기 성찰은 실종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 대표는 약 1만5천 자 분량의 연설문을 48분간 읽어 내려가며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명 정부’, ‘이재명’이라는 표현을 모두 합쳐 30차례나 반복했다. ‘국민’이라는 단어보다 더 많이 대통령 이름을 언급한 셈이다. 관세·환율·물가·부동산·고용지표를 열거하며 정부의 ‘경제 실정’을 주장했고,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권 심판론을 전면에 띄우는 데 연설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연단에 붉은색 넥타이를 매고 선 장 대표는 해외 정세를 끌어와 한국 경제의 위기를 강조하며 “이재명 정부의 지난 8개월은 해체와 파괴, 붕괴와 추락의 시간”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정부의 재정 정책을 두고 “현금 살포식 포퓰리즘”, “반시장적 확장 재정”이라고 몰아붙이며, 지방선거를 앞둔 추가 재정 정책 가능성까지 ‘매표용 돈 풀기’로 단정했다.
사법개혁을 둘러싼 정부·여당의 입법 움직임에 대해서도 “체제 변경 시도”, “친위 수사대”라는 자극적 표현을 동원하며 강하게 공격했다. 김건희·내란·채해병 3대 특검 수사에 대해서는 “새로운 사실이 거의 없었다”고 주장하며 야당 탄압 프레임을 꺼내 들었다. 국방 분야에서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논의를 문제 삼아 국방비 부담 가능성을 부각시키는 등, 전반적으로 위기론을 앞세운 공세적 메시지가 이어졌다.
그러나 연설 전반에서 빠진 것은 국민의힘 자신의 모습이었다. 최근 당내에서 불거진 계파 갈등과 지도부 리더십 논란, 쇄신 요구, 당 혁신 방안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혼란스러운 당 상황을 수습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할 제1야당 대표의 연설이, 정부 비판 일변도로 채워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장 대표는 저출산 대책으로 신혼부부 초저금리 대출과 출산 시 원금 탕감 방안을 제시했고, 가족 세율 제도, 지방 이전 기업 법인세 면제, 세종 이전 구상 등 각종 정책 구상도 나열했다. 정치개혁과 관련해서는 필리버스터 보장 강화, 고위공직자 신상 공개, 국회의원 갑질 방지 등 이른바 ‘구태정치 청산 5대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제안들 역시 국민의힘 내부의 기득권 구조와 정치 문화부터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연설 도중 민주당 의원석에서는 “신천지까지 해서 특검하자”는 외침이 나오기도 했지만, 장 대표는 끝까지 정부 비판 기조를 유지했다. 민생 입법 드라이브를 강조하면서도, 정작 야당 스스로의 분열과 책임에 대한 언급이 빠진 점은 이날 연설의 가장 큰 공백으로 남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대표연설이 정책 경쟁보다는 정국 주도권을 겨냥한 전형적인 공세 정치에 머물렀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정부의 모든 책임을 대통령 개인에게 집중시키는 방식으로 위기감을 조성했지만, 제1야당으로서 국민 앞에 보여줘야 할 자기 혁신과 미래 비전은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진정 민생과 국가 미래를 말하려면, 정부 비판에 앞서 스스로의 분열과 무기력을 직시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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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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