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평 천지인 영감/연재 소설

[연재]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

[제1화] 양철지붕 위로 내리는 공수 (2)

“흐윽…… 법사님…….”

김 법사의 서슬 퍼런 호령에 부산 여인은 결국 참았던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양철지붕을 때리는 바람 소리조차 벼락신장의 꾸짖음처럼 들려 방 안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김 법사는 여전히 대신방울과 대신부채를 쥔 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여인을 매섭게 쏘아보았다. 강내림을 통해 주장신의 공수가 그의 입을 빌려 거침없이 터져 나왔다.

“지 서방 바람난 거 잡겠다고 여기까지 와서 질질 짜고 앉았냐? 네 남편 탓하기 전에 네 년이 남편을 어떻게 대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을 해봐! 네가 남편을 남자가 아니라 돌부처 보듯 밀어내는데, 그 사내가 집구석에 발을 붙이겠냐!”

“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여인은 눈물이 범벅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사실 여인이 천신장군암을 찾은 진짜 이유는 요즘 들어 부쩍 늦는 남편의 외도를 의심해서였다. 그런데 김 법사는 남편의 바람기보다 여인의 태도를 먼저 꾸짖고 있었다.

“저는 잘못한 게 없어요! 살림도 열심히 했고, 아이도 잘 키웠고…….”

“이 미련한 년아! 사내를 잠자리에서 뱀 보듯 멀리하고, 한 이불 덮고 누워서도 벽 보고 돌아누운 게 누구냐! 네 몸에서 서늘한 음기(陰氣)가 풀풀 풍기는데, 어떤 사내가 네 살을 섞고 싶겠어? 네 놈이 지은 죄를 네 놈만 모르는구나!”

짤랑!

마지막 방울 소리와 함께 김 법사의 몸이 크게 한번 들썩였다. 이윽고 깊은 한숨을 내쉬며 대신방울과 부채를 신단 위에 내려놓았다. 강내림의 서슬 퍼런 기운이 가라앉고, 다시 본래의 온화하고 정중한 김 법사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김 법사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여인에게 가만히 건넸다. 말투 역시 언제 호통을 쳤냐는 듯 극진한 존댓말로 바뀌어 있었다.

“아이고, 많이 놀라셨지요. 제 말에 너무 섭섭해하지 마십시오. 신령님께서 두 분 성품을 답답해하시어 호통을 치신 겁니다. 자, 눈물 닦으시고 제 눈을 똑바로 보십시오.”

여인은 떨리는 손으로 눈물을 닦으며 김 법사를 바라보았다. 호통을 칠 때는 저승사자 같던 이가, 지금은 세상에서 가장 인자한 친정아버지 같은 눈빛을 하고 있었다.

“보아하니 보름달이 뜰 때마다 밤마다 가위에 눌리시지요? 그리고 남편분이 곁에 오기만 해도 몸에 소름이 돋고 짜증부터 나셨을 겁니다. 맞습니까?”

“네…… 맞아요, 법사님! 귀신같이 아시네요. 저도 제 마음을 모르겠어요. 남편이 싫은 게 아닌데, 막상 잠자리를 하려고 하면 몸이 거부해요. 자꾸 가위도 눌리고요…….”

김 법사는 혀를 쯧쯧 찼다.

“그게 다 이유가 있어서 그렇습니다. 손님 본인이 잘못해서 그런 게 아니라, 본인도 모르게 몸에 ‘이것’이 침범해서 그래요. 자, 굿할 필요도 없고 돈 쓸 필요도 없으니 제가 시키는 대로 딱 세 가지만 하십시오.”

김 법사의 눈이 영리하게 빛났다. 과연 30년 내공의 김 법사가 내린 돈 안 드는 민간 비방은 무엇일까.

(다음 회에 계속)

글쓴이 계룡산 벼락신장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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