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 제13화. 하얀 알약으로도 덮지 못한 핏빛 업보
[연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 제13화. 하얀 알약으로도 덮지 못한 핏빛 업보

견디다 못한 부부는 결국 유명하다는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다.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는 심도 있는 상담 끝에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한 심인성 수면 장애 및 공황 발작’이라는 차가운 진단을 내렸다. 부부는 의사의 권고에 따라 각방을 쓰며 신체적 접촉을 최소화하고, 처방받은 수면제와 항불안제를 꼬박꼬박 챙겨 먹으며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정환은 거실 소파에서 새우잠을 자면서도 아내의 병이 낫기만을 간절히 기도했다.
하지만 인간의 알약 몇 알로 수십 년을 묵어온 조상들의 피 튀기는 영적 전쟁을 덮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독한 수면제를 삼키고 억지로 잠에 빠져든 밤이면, 오히려 약기운에 짓눌려 무방비 상태가 된 유진의 육신을 비집고 더욱 생생하고 잔혹한 악몽이 파고들었다. 눈을 까뒤집은 시댁 조상들이 피 묻은 도끼를 들고 유진의 목을 조르고, 뱀의 허물들이 유진의 숨통을 옥죄었다. 깨어나려 발버둥 쳐도 약기운 때문에 가위에 눌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아아악-! 살려주세요! 뱀이… 뱀이…!”
새벽녘, 안방에서 들려오는 아내의 처절한 비명에 정환이 놀라 뛰쳐 들어갔다. 허공을 향해 미친 듯이 손을 휘젓는 유진을 진정시키려 정환이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으나, 유진은 남편의 손이 닿자마자 눈을 희번덕거리며 그의 팔뚝에 이빨을 박아 넣었다. 피가 배어 나올 정도로 깊게 물어뜯긴 고통 속에서도 정환은 아내를 놓지 못했다. 현대 의학의 차가운 진단서도, 남편의 헌신적인 사랑도, 핏줄에 스민 지독한 ‘동물 부정’의 저주 앞에서는 휴지 조각처럼 무력할 뿐이었다.
(다음 회에 계속) 글쓴이 계룡산 벼락신장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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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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