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논객&사설

[천지인 사설] 헌법 정신 모독한 이진숙의 ‘5·18 폭주’, 팬덤 정치에 인질 잡힌 보수 야당과 맹목적 공천의 비극

[천지인 사설] 헌법 정신 모독한 이진숙의 ‘5·18 폭주’, 팬덤 정치에 인질 잡힌 보수 야당과 맹목적 공천의 비극

정범규 기자

국민의 민의를 대변하고 헌법적 가치를 수호해야 할 민의의 전당 국회도서관이 13일, 차마 입에 담기조차 부끄러운 반역사적 웅변과 망언의 난장판으로 전락했다. 국민의힘 이진숙 의원(대구 달성군)이 뉴라이트계 성향 단체와 손잡고 주최한 소위 ‘5·18 민주화운동 재조명 포럼’에서 벌어진 사태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 대한 명백한 모독이자 헌법 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정치적 폭거였다.

이날 포럼에서 터져 나온 발언들은 상식적인 국민의 눈과 귀를 의심케 하기에 충분했다. 5·18 민주화운동을 가리켜 “열흘 간의 소요 사태”라고 폄하하는가 하면, 민주화의 상징곡인 ‘임을 위한 행진곡’을 “역사의 퇴역물”로 깎아내렸다. 더 나아가 무고한 시민들을 향해 비상계엄의 총칼을 누누이 휘둘렀던 전두환 신군부 세력에 대해 “부국과 민주 정치의 연착륙”이라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역사적 학살 책임마저 면죄부를 주려 했다.

5·18 민주화운동은 이미 1995년 특별법 제정, 1997년 법정 국가기념일 지정, 대법원의 전두환·노태우 내란죄 확정 판결, 그리고 201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통해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의 확고한 뿌리로 역사적·법적 평가가 완료된 국가적 자산이다. 그럼에도 수십 년간 신체적·정신적 트라우마 속에서 ‘폭도’라는 억울한 낙인과 싸워온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의 가슴에 다시금 대놓고 소금을 뿌린 행위는 그 어떤 학술적 자유나 표현의 자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더욱 분노를 자아낸 것은 행사를 주최한 이진숙 의원의 무책임하고 자극적인 태도였다. 현장에서 역사 왜곡에 항의하는 시민들과 참석자들 사이에 고성과 물리적 충돌이 오가는 아수라장이 펼쳐졌음에도, 이를 수습하기는커녕 “행사가 중단되도록 하는 것이 특정 세력의 목표”라며 장내 소란을 오히려 부채질했다. 논란이 불거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당 지도부의 사전 철회·취소 권고까지 무시한 채 행사를 강행한 속셈은 명확해 보인다.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더라도 극우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아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겠다는 극렬한 ‘팬덤 정치’의 셈법이자, 역사를 인질 잡은 노회한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국민의힘은 “개인 차원의 행사일 뿐 당과는 무관하다”며 비겁한 ‘꼬리 자르기’에 급급해하고 있다. 그러나 공당으로서의 책무는 결코 그렇게 가볍게 털어낼 수 없다. 헌법 정신과 당의 공식 정강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편향되고 왜곡된 역사관을 가진 인물을 싹부터 검증하지 못한 채 공천을 주고 국회의원 금배지를 달아준 주체가 누구인가. 당 차원의 명확하고 강력한 제재나 징계조차 주저하면서 ‘개인 일탈’로 치부하는 것은 망언을 방치하고 동조하는 것과 다름없다.

대구 달성군 지역 유권자들과 시민의식 역시 냉정한 성찰을 피할 수 없다. 정당의 간판만 보고 묻지마식으로 표를 몰아준 결과, 국가적 국격을 실추시키고 지역의 명예에 먹칠을 하는 자격 미달의 인물이 대구 정치의 얼굴을 자처하게 되었다. 맹목적인 진영 투표가 불러온 이 씁쓸한 결과물은 공천권에만 목을 매며 국민 상식과 거리를 두는 ‘무능한 정치꾼’을 양산하는 악순환을 만들 뿐이다.

이진숙 의원은 국회를 민주주의 폄훼의 장으로 전락시킨 책임을 지고 국회의원 자격을 스스로 내려놓아야 마땅하다. 또한 국민의힘 지도부는 말로만 ‘5·18 정신 계승’을 외칠 것이 아니라, 이 의원에 대한 즉각적인 당 차원의 중징계 결단과 함께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에 적극 동참하는 행동으로 공당으로서의 진정성을 입증해야 할 것이다. 역사와 국민을 배신한 정치의 끝은 결국 국민의 냉혹한 심판뿐임을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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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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