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인뉴스] ‘민혁당이면 다 사형?’ 웃음 터진 JTBC 장르만 여의도…비평의 선을 넘었다
[천지인뉴스] ‘민혁당이면 다 사형?’ 웃음 터진 JTBC 장르만 여의도…비평의 선을 넘었다

정범규 기자
김준일 평론가 ‘다 사형당할 것 같은데’ 발언 논란…제작진 영상 삭제·사과
진행자 정영진도 웃음으로 넘겨…사법살인 역사를 정치적 농담 소재로 소비했다는 비판
조국 “도를 넘어도 한참 넘어”…김준일 사과에도 방송 진행 책임은 남아
JTBC 유튜브 시사 프로그램 ‘장르만 여의도’에서 조국혁신당의 당명 변경 문제를 다루던 중 한국 현대사의 대표적 사법살인 사건인 ‘인혁당 재건위 사건’을 연상시키는 발언이 웃음의 소재로 소비되면서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논란은 지난 26일 방송에서 시작됐다. 조국혁신당의 새로운 당명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던 중 김준일 평론가가 ‘민주혁신당’을 제안했고, 다른 출연자가 이를 줄여 ‘민혁당’이라고 언급했다.
그러자 김 평론가는 “다 사형당할 거 같은데”라는 취지의 말을 하며 웃었고, 진행자 정영진 씨를 비롯한 출연진도 웃음을 보였다. 방송은 이 발언의 역사적 무게를 즉각 짚거나 제지하기보다 웃음 속에서 이어졌다.
문제는 ‘사형’이라는 표현이 단순한 정치적 말장난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한국 현대사의 비극과 맞닿아 있다는 데 있다.
인민혁명당 재건위 사건에서는 1975년 4월 8일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된 피고인 8명에 대해 불과 18시간 만인 다음 날 사형이 집행됐다. 이후 재심을 통해 2007년 희생자들에 대한 무죄가 확정됐다. 오랫동안 한국 현대사의 대표적인 사법살인 사건으로 평가돼 온 이유다.
정치인을 풍자하고 정당을 비판하는 것은 언론과 시사 프로그램이 당연히 누릴 수 있는 표현의 자유 영역이다. 그러나 국가권력에 의해 생명을 빼앗긴 피해자들의 역사를 ‘사형’이라는 말과 함께 웃음의 소재로 소비하는 것은 정치 풍자와는 다른 문제다.
특히 이번 논란에서 김준일 평론가의 발언만큼 짚어야 할 부분은 진행자의 역할이다.
진행자는 출연자의 발언을 단순히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다. 생방송이나 유튜브 방송에서 발언이 인권과 역사적 비극의 경계를 넘어갈 경우 이를 제지하거나 바로잡는 것도 진행자의 중요한 역할이다. 문제의 발언이 나온 직후 정영진 씨가 웃음으로 반응하고 대화를 이어간 장면은 바로 이 지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더구나 JTBC는 ‘장르만 여의도’를 출범시키면서 정치 현안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정치 버라이어티’를 표방했다. 당시 MC 정영진 씨 역시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시민의 눈높이”에서 즐길 수 있는 방송을 선보이겠다는 취지의 포부를 밝혔다. 재미와 풍자를 앞세운 프로그램이라 하더라도 역사적 희생자의 죽음까지 웃음의 재료가 될 수 있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논란이 확산하자 ‘장르만 여의도’ 제작진은 해당 발언이 부적절했으며 자신들의 불찰이라고 사과하고 문제 부분을 영상에서 삭제했다. 김준일 평론가 역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 인혁당 사건 유가족과 조국혁신당 구성원들에게 사과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 평론가는 유가족에게 전화로 사과했으며 직접 찾아가 다시 사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사과는 필요하다. 그러나 사과가 있었다는 사실과 방송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를 평가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도 강하게 반발했다. 조 원장은 조국혁신당을 조롱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비평과 언론의 자유에 해당할 수 있지만 사법살인의 희생자를 연상시키는 표현을 사용하며 웃는 것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조국혁신당은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방침도 밝혔다.
조국혁신당 역시 성명을 통해 인혁당 사건 피해자들을 희화화했다며 반발했고, 희생자와 유가족뿐 아니라 당원과 지지자들에게도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했다. 이는 조국혁신당의 공식적인 주장과 요구이며 향후 실제 법적·행정적 절차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번 사안의 본질을 특정 정당에 대한 호불호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
조국혁신당은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다. 당명을 풍자할 수도 있고 정치인의 발언을 조롱 섞인 방식으로 비평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국가폭력과 사법살인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죽음까지 웃음의 장치로 끌어들이는 순간 이야기는 달라진다.
특히 영향력 있는 언론사의 간판을 달고 방송하는 시사 콘텐츠라면 ‘재미있는 정치 방송’이라는 형식 뒤에 숨을 수 없다. 유튜브라고 해서 언론의 책임까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김준일 평론가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단순히 문제 장면을 삭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왜 이런 발언이 방송에서 아무런 제동 없이 웃음으로 소비될 수 있었는지를 돌아보는 일이다.
진행자 역시 마찬가지다. 진행자의 책임은 말을 많이 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확인하고 방송의 방향을 바로잡는 데 있다.
정치 풍자가 살아 있으려면 권력을 향해 날카로워야 한다. 역사적 희생자의 죽음을 향해 가벼워져서는 안 된다.
이번 논란이 ‘말실수 한 번’으로만 정리된다면 비슷한 일은 다시 일어날 수 있다. JTBC와 ‘장르만 여의도’가 진정으로 책임 있는 시사 프로그램을 지향한다면 삭제와 짧은 사과를 넘어 진행자와 출연진 모두가 방송에서 어떤 선을 지켜야 하는지 분명한 답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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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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