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부마·5·18 헌법 전문 수록 개헌안, 국민의힘 불참 속 표결 불성립 [천지인뉴스]

부마·5·18 헌법 전문 수록 개헌안, 국민의힘 불참 속 표결 불성립 [천지인뉴스]

정범규 기자

부마 민주항쟁·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추진
계엄 국회 승인 의무화 등 개헌안 본회의 상정
국민의힘 집단 불참으로 의결 정족수 미달 불성립

우원식 의장 SNS

39년 만에 다시 열린 개헌 논의의 문턱에서 국회가 또다시 거센 정치적 충돌 속에 멈춰 섰다. 부마 민주항쟁과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고, 계엄 선포 요건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헌법 개정안이 7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의 집단 불참으로 결국 표결 자체가 성립되지 못했다.

이날 국회 본회의장은 개헌을 둘러싼 여야의 극단적 대립이 그대로 드러난 현장이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본회의장에서 “39년 만에 열린 개헌의 문”이라며 여야 의원들에게 표결 참여를 거듭 호소했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끝내 회의장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후 2시 20분 개의된 본회의는 약 1시간 40분 가까이 공전하다 결국 오후 4시 투표 불성립 선언으로 마무리됐다.

우 의장은 “투표하신 의원 수가 178명으로 재적의원 3분의 2에 미치지 못했다”며 “따라서 이 안건에 대한 투표는 성립되지 않았음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헌법 개정안은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300석 기준 최소 200명의 찬성이 요구된다. 범야권이 확보한 의석만으로는 개헌 통과가 불가능한 구조였고 결국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의 참여 여부가 최대 변수였다.

이번 개헌안은 지난해 비상계엄 논란 이후 정치권에서 제기된 ‘계엄 통제 장치 강화’ 요구가 핵심 배경으로 작용했다. 개헌안에는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경우 국회 승인을 의무화하고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권을 보다 강력한 해제권 수준으로 보완하는 내용이 담겼다. 사실상 대통령 권한 남용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여기에 부마 민주항쟁과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 전문에 명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현행 헌법 전문에는 3·1운동과 4·19 민주이념이 담겨 있지만 민주화 과정에서 중요한 역사적 전환점으로 평가받는 부마항쟁과 5·18 정신은 명문화되지 않았다. 민주당 등 범야권은 이를 “민주주의 역사 복원의 문제”라고 규정해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개헌을 단순한 정치 일정이 아니라 민주주의 안전장치 강화의 문제로 강조했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위헌·위법 계엄은 꿈조차 꾸지 못하도록 가능성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며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권을 해제권으로 강화하고 승인권을 도입해야 한다. 헌법으로 민주주의의 제도적 방벽을 세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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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국민의힘은 개헌안 자체가 정치적 의도를 가진 졸속 추진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의원 일동은 결의문을 통해 “법치주의를 유린하는 세력이 다수의 힘으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헌법 개정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국민을 배신하는 행위이자 주권자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번 개헌안이 단순한 계엄 통제 장치를 넘어 향후 권력구조 개편 논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여권은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 이벤트 성격이 강하다”고 주장하며 사실상 전면 거부 입장을 유지했다.

본회의장 분위기는 갈수록 격앙됐다. 국민의힘 유상범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정부와 여당이 오히려 법치주의를 유린하고 있지는 않느냐”고 말하자 회의장 곳곳에서 야유와 고성이 터져 나왔다. 일부 범여권 의원석에서는 “내란 정당”이라는 거친 항의가 쏟아졌고 회의장은 한동안 소란스러운 분위기가 이어졌다.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는 지난해 계엄 해제 표결 당시 참여했던 국민의힘 의원들을 직접 호명하며 “그날 양심과 소신으로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했던 의원들이라면 오늘도 함께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압박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서는 “망상에서 벗어나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개헌 무산이 단순한 표결 실패를 넘어 한국 정치의 구조적 대립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개헌 필요성 자체에는 상당수 정치세력이 공감하면서도 실제 권력구조와 정치 지형에 미칠 파장을 둘러싼 계산이 엇갈리면서 논의가 번번이 좌초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헌법 개정은 대통령 또는 국회 재적 의원 과반 발의 이후 20일 이상 공고 과정을 거쳐야 하며 국회는 공고일로부터 60일 이내 의결해야 한다. 이후 국민투표를 통해 최종 확정된다. 이번 개헌안 역시 6월 3일 국민투표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지만 일정상 오는 10일까지 국회 의결이 마무리돼야 한다.

민주당은 8일 다시 본회의를 열어 재표결을 시도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기존 입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실제 처리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우원식 국회의장 역시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며 “8일 오후 2시 본회의를 다시 소집해 개헌안 처리를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상황은 2024년 12월 윤석열 당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당시를 떠올리게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에도 국민의힘 의원들의 집단 퇴장으로 재적의원 200명을 채우지 못해 투표 자체가 성립되지 못한 바 있다. 정치적 중대 사안이 반복적으로 의결 정족수 문턱을 넘지 못하는 현실은 한국 정치의 극단적 대치 구조를 다시 한 번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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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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