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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스마트한 독재’라는 형용모순, 김민석은 역사의 피눈물을 잊었는가 [천지인뉴스]

‘스마트한 독재’라는 형용모순, 김민석은 역사의 피눈물을 잊었는가 [천지인뉴스]

정범규 기자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개발독재 시기를 언급하며 “박정희 대통령이 가졌던 스마트함 때문에 산업화를 해냈다”, “초기에는 독재적 방식이 불가피했다”는 취지로 발언한 이후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적지 않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인사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민주당의 역사 인식과 정체성을 둘러싼 논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산업화의 성과를 인정할 수 있느냐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산업화 과정은 역사적 사실이며 그 성과를 연구하고 평가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민주주의가 훼손되고 국가폭력이 자행된 역사까지 함께 바라볼 것인지가 더욱 중요한 문제다.

김 전 총리의 발언은 경제 성장 과정에서 권위주의적 통치가 일정한 역할을 했다는 역사 해석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스마트한 독재’라는 표현은 독재 체제가 남긴 수많은 희생과 상처를 상대적으로 가볍게 받아들이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민주주의를 핵심 가치로 삼아온 정당의 대표를 자임하는 정치인이라면 이러한 역사적 표현은 더욱 신중했어야 한다.

박정희 정권 시기 발생한 인혁당 재건위 사건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국가권력에 의한 대표적인 인권침해 사례로 기록된다. 당시 사형이 집행된 피해자들은 수십 년이 지난 뒤 재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고, 국가의 불법행위가 사법적으로 확인됐다. 조봉암 진보당 당수 사건 역시 뒤늦게 재심을 통해 무죄가 확정되며 국가권력의 오판과 정치적 탄압이 역사적으로 재평가됐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은 산업화의 성과를 논할 때도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가치가 결코 배제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경제발전은 중요한 국가적 성취지만, 국민의 자유와 생명, 민주주의 위에 세워진 국가폭력까지 함께 정당화할 수는 없다.

정치 지도자의 역사 인식은 개인의 견해를 넘어 공적 메시지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민주당 당대표를 꿈꾸는 정치인이라면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수많은 시민과 민주화 운동의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국민적 검증을 피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김 전 총리의 발언이 중도층을 겨냥한 외연 확장 전략의 일환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 전략이 역사적 가치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민주주의의 정통성을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외연 확장은 민주주의의 원칙을 희생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 가치를 더욱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경제성장과 맞바꿀 수 있는 가치가 아니다. 대한민국은 산업화를 이룩한 국가인 동시에 수많은 시민의 희생으로 민주화를 완성해 온 나라다. 어느 한쪽의 성과만을 강조하고 다른 한쪽의 희생을 소홀히 여긴다면 역사는 왜곡될 수밖에 없다.

김 전 총리의 발언이 국민에게 던진 질문은 단순히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아니다. 오늘날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정치세력이 어떤 역사 인식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다.

정치인은 역사를 평가할 자유가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 사회에서 권력을 행사했던 독재체제를 설명하는 언어는 무엇보다 신중해야 한다. 산업화의 성과는 평가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희생된 민주주의와 국민의 생명까지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는 누군가의 희생 위에 세워진 가치다. 그 희생을 기억하는 것이야말로 오늘의 정치가 가져야 할 최소한의 역사적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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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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