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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메뚜기떼’로 전락한 정치 평론, 대한민국 언론과 민주주의를 갉아먹는다[천지인뉴스]

[사설] ‘메뚜기떼’로 전락한 정치 평론, 대한민국 언론과 민주주의를 갉아먹는다[천지인뉴스]

정범규 기자

오늘날 대한민국의 미디어 생태계는 종편 출범과 유튜브라는 뉴미디어의 폭발적 성장 속에서 유례없는 풍요를 누리는 듯 보인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미디어법 개정안 통과라는 거센 진통 끝에 2011년 12월 4개 종합편성채널(TV조선, JTBC, 채널A, MBN)이 일제히 개국했다. 당시 여권은 매체 다양성과 여론의 외연 확장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15년이 지난 지금, 그 종편이 낳은 유산과 유튜브의 결합은 대한민국을 ’24시간 정치 과잉과 극단적 양극화’의 늪으로 밀어 넣었다.

지금 지상파와 라디오, 종편은 물론이고 이들이 간판으로 내세운 유튜브 시사 채널을 돌릴 때마다 목격하는 풍경은 기괴하기 짝이 없다. 채널과 플랫폼을 막론하고 하루 종일 똑같은 얼굴의 대여섯 명이 화면을 점령하고 있다. 아침에는 라디오, 낮에는 종편, 저녁과 밤에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메뚜기떼처럼 사방으로 뛰어다니며 똑같은 논리를 무한 반복한다. 시청자들 사이에서 이들을 일컬어 ‘메뚜기 패널’이라는 조롱 섞인 비유가 나오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의 정체성과 평론의 질이다. 옳바른 언론과 정치 시사 프로라면 학계나 현장의 중립적 전문가들이 객관적 사실(Fact)에 기반해 균형 잡힌 해설을 제공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현재 마이크를 잡은 패널들의 상당수는 평론가가 아닌 ‘정치 지망생’들이다. 이들에게 방송은 공론의 장이 아니라, 오직 자신의 인지도를 높여 차기 국회 입성이나 공천을 따내기 위한 ‘스펙 쌓기용 사설 무대’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평론은 필연적으로 객관성을 잃고 오염된다. 이들은 국민과 시청자의 눈이 아니라, 오직 공천권을 쥔 권력자와 자기를 지지해 줄 극단적 지지층의 눈치만 살핀다. 보수와 진보라는 거대 진영 논리를 넘어, 당내 특정 계파의 이익이나 본인의 공천 가능성에 따라 어제의 논리를 오늘 뒤집는 주관적 궤변을 서슴없이 쏟아낸다. 사실을 전해야 할 방송이 정치적 야욕을 채우는 배설구로 전락한 것이다.

여기에 언론사와 유튜브 채널의 상업주의적 공모가 더해진다. 언론사들은 공정성과 심층성이라는 고단한 길을 버리고, 시청률과 유튜브 조회수를 쉽게 올릴 수 있는 ‘자극적이고 확증편향적인’ 패널들을 골라 무대에 세운다. 자기 진영의 입맛에 맞는 소리만 골라 해주는 패널을 돌려막기 하며 확증편향을 장사 수단으로 삼는 미디어의 행태는 언론의 자멸 행위나 다름없다.

‘메뚜기 패널’들의 정치적 야욕과 언론의 상업주의가 결탁한 24시간 확성기 정치는 국민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민주주의의 기초인 합리적 토론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시청자를 바보로 만들고 정치를 희화화하는 이 막장 평론 생태계를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규제 기구는 특정 패널의 과도한 ‘겹치기·돌려막기’ 출연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세워야 하며, 언론사 역시 정치적 야욕을 가진 자들에게 무분별하게 마이크를 쥐여주는 행태를 스스로 거두어야 한다. 괴물이 된 정치 평론 시장을 바로잡지 못한다면, 대한민국 언론의 미래도, 민주주의의 미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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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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