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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근혜의 귀환, ‘탄핵의 강’을 거슬러 오르는 보수 정치의 퇴행 [천지인뉴스]

박근혜의 귀환, ‘탄핵의 강’을 거슬러 오르는 보수 정치의 퇴행 [천지인뉴스]

정범규 기자

박근혜의 귀환, ‘탄핵의 강’을 거슬러 오르는 보수 정

  • 박근혜 전 대통령, 대구 이어 대전·공주까지 선거 지원 확대
  • 국민의힘, 미래 비전 대신 ‘보수 결집’ 의존 비판 확산
  • 탄핵 이후 9년… 한국 보수 정치의 퇴행 논란 재점화

2017년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 파면이라는 역사적 심판을 받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다시 선거판 한복판에 등장했다. 지난 23일 대구 칠성시장을 찾아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선 데 이어, 25일에는 대전과 충남 공주까지 방문하며 본격적인 전국 선거 지원 행보에 나섰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사실상 정치 전면에서 물러나 있던 박 전 대통령의 공개적 정치 행보는 단순한 지역 방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탄핵 이후 9년이 지난 지금, 한국 보수 정치가 과연 ‘탄핵의 강’을 건넜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 진영 내부에서는 여전히 박 전 대통령의 상징성이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다. 이른바 ‘선거의 여왕’이라는 과거의 정치적 이미지를 앞세워 핵심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전략이다. 그러나 촛불 혁명을 통해 헌정 질서를 바로 세웠던 국민 다수의 시선에서 이번 행보는 정치적 복귀라기보다 민주주의 퇴행의 상징처럼 비치고 있다. 국정농단 사태는 단순한 정권 실패가 아니라 국가 권력의 사유화와 헌정 질서 붕괴라는 중대한 역사적 사건이었다. 그 최종 책임자로 지목돼 탄핵된 인물이 다시 선거 유세 현장에 서는 장면 자체가 많은 시민들에게는 불편함과 허탈감을 안기고 있다.

물론 자연인으로서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는 누구에게나 보장된다. 그러나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전직 대통령이라면 무엇보다 깊은 성찰과 역사적 책임 의식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지적 역시 피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번 행보에서는 반성과 자숙보다는 TK 지역을 중심으로 한 보수 지지층의 향수와 동정 여론을 자극하려는 정치적 계산이 더욱 선명하게 읽힌다. 특히 대구·경북을 넘어 전국 선거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충청권까지 행보를 확대한 것은 단순한 상징 정치가 아니라 보수 진영 전체의 선거 전략과 연결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더욱 논란이 되는 것은 일부 보수 언론의 태도다. 일부 매체들은 발목에 압박 붕대를 감고 절뚝이며 이동하는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을 두고 ‘붕대 투혼’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감성적 서사를 만들어내고 있다. 아픈 몸을 이끌고 선거 지원에 나선 전직 대통령이라는 이미지에 집중할 뿐, 그가 왜 탄핵됐고 어떤 역사적 책임을 지고 있는지에 대한 본질적 질문은 의도적으로 흐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권력을 사유화해 국가 시스템을 마비시켰던 국정농단의 역사보다 ‘비운의 정치인’이라는 프레임을 강조하는 모습은 언론의 비판 기능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라는 지적까지 제기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초라해 보이는 것은 결국 국민의힘 의 현재 모습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미래 비전과 정책 경쟁으로 승부하기보다 탄핵당한 전직 대통령의 상징성에 기대 보수 결집만 외치고 있다는 점에서다. 대구의 추경호 후보는 물론 충청권 여당 후보들까지 새로운 지역 발전 전략이나 민생 해법을 제시하기보다는 과거 정치의 향수에 의존하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결국 보수 정치 스스로 혁신 동력을 상실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실제 대구와 경북 지역은 장기간 특정 정당 중심 정치 구조 속에서 지역 경제 침체와 청년 인구 유출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겪어왔다. 충청권 역시 수도권 집중 심화 속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향수나 특정 정치인에 대한 충성 경쟁이 아니라, 현실적인 민생 대안과 미래 산업 전략, 그리고 지역의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는 실질적 리더십이다.

결국 이번 박 전 대통령의 선거 지원 행보는 단순한 개인 정치인의 복귀 문제가 아니다. 탄핵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한국 보수 정치가 과연 민주주의적 책임과 혁신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가를 가늠하는 상징적 장면이다. 역사를 망각한 정치가 반복될수록 시민의 피로감과 정치 불신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과거의 향수에 기대는 정치가 아니라 미래를 책임질 정치가 필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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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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