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선관위 수뇌부 ‘투표용지 대란’ 사태에 결국 동반 사퇴… 노태악 위원장 실상은 ‘임기 만료 조기 퇴임’ 논란 파문 [천지인뉴스]

선관위 수뇌부 ‘투표용지 대란’ 사태에 결국 동반 사퇴… 노태악 위원장 실상은 ‘임기 만료 조기 퇴임’ 논란 파문 [천지인뉴스]

정범규 기자

사상 초유의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파행적 개표 지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수뇌부가 5일 전격 동반 사퇴를 선언했다.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은 과천 청사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위원장직 사퇴와 외부 진상규명위원회 설치를 공표했고, 허철훈 사무총장 역시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노 위원장의 사퇴가 실상은 이미 지난 3월 임기가 만료되어 공백을 메우던 중 발생한 ‘무늬만 문책성 퇴임’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국민 기만이라는 거센 역풍과 함께 정국은 더욱 격렬한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국민의 신성한 참정권을 짓밟은 부실 관리 사태의 후폭풍이 결국 국가 헌법기관의 수뇌부를 통째로 집어삼켰다.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5일 오후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전례 없는 투표용지 고갈 사태와 극심한 국민적 혼란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선관위원장 직에서 물러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와 동시에 선관위의 전반적인 행정 실무와 선거 집행을 총괄하는 허철훈 사무총장 역시 동반 사의를 표명하면서, 국가 선거 행정의 양대 축이 한날한시에 무너져 내렸다. 선관위로서는 지난 2022년 제20대 대선 당시 이른바 ‘소쿠리 투표’ 부실 관리 파문으로 노정희 위원장과 김세환 사무총장이 불명예 퇴진한 이후, 불과 4년 만에 또다시 수뇌부가 동반 사퇴하는 헌정 사상 최악의 오점을 남기게 됐다.

노 위원장은 대국민 사과를 통해 참정권이라는 국민의 가장 소중한 기본권을 침해하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어떠한 변명의 여지도 없다고 고개를 숙였다. 선관위는 사태 수습과 대중적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학계, 언론계, 법조계, 시민단체 등 철저히 외부 인사로만 구성된 독립적인 ‘진상규명위원회’를 즉각 설치하고, 열흘 이내에 철저한 원인 분석과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확약도 덧붙였다. 그러나 이 같은 수뇌부의 전격적인 퇴진 카드와 수습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이번 지방선거를 둘러싼 정국의 파문과 국민적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야당인 국민의힘이 국회 차원의 고강도 국정조사와 사법적 책임 규명을 벼르고 있는 데다, 송파 잠실7동 등 전국 개표소 인근의 밤샘 시위와 대학가 중심의 선관위 규탄 시위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사실은 책임 정치의 일환으로 비쳤던 노태악 위원장의 사퇴 선언이 실상은 이미 임기가 만료된 상태에서 치러진 ‘ 기획된 퇴임 촌극’에 불과하다는 점이 폭로되면서 정치권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정치권과 법조계의 취재를 종합하면, 노 위원장의 대법관 및 선관위원장 본연의 임기는 이미 지난 3월 3일 자로 공식 종료된 상태였다. 당초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2월 후임으로 천대엽 대법관을 정식 지명했으나, 당시 여야의 극심한 정쟁과 국회 인사청문회 등 후속 행정 절차가 차일피일 지연됐다. 이에 선관위와 대법원은 거대한 지방선거의 관리 공백을 방지한다는 명분 아래, 이번 6·3 지방선거까지만 노 위원장 체제를 한시적으로 유지하기로 사전 합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결과적으로 노 위원장은 어차피 내려놓아야 했을 자리를 마치 이번 투표용지 사태의 책임을 전적으로 짊어지고 물러나는 듯한 ‘정치적 연출’을 감행한 셈이 되었으며, 이는 선관위가 국민을 상대로 기만적인 눈속임을 시도했다는 더 큰 질타로 이어지고 있다. 사태의 본질적인 행정 오류와 부실 관리에 대한 통렬한 반성보다는, 임기 만료라는 당연한 수순을 면피용 방패막이로 삼으려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헌법기관의 도덕성과 공정성이 뿌리째 흔들리는 가운데, 이번 ‘가짜 사퇴’ 논란이 향후 구성될 진상규명위의 조사 신뢰도와 여야의 국정조사 정국에 어떠한 폭발적인 메가톤급 파장을 미칠지 사법부와 정치권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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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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