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 제27화. 화해의 합환주, 사슬을 끊는 신력
[연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 제27화. 화해의 합환주, 사슬을 끊는 신력

깽! 깽! 깽깽깽-!
하동 천신장군암 신당의 서슬 퍼런 촛불이 시퍼렇게 일렁였다. 제단 앞 주안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유진의 친정 불사 조상들과 정환의 시댁 부정 영가들 사이에는, 당장이라도 피가 튈 듯한 살벌한 냉기가 흐르고 있었다.
하얀 고깔을 쓴 친정 조상들은 소복 자락을 걷어쥐며 “더러운 피비린내가 풍기는 가문과 어찌 한 핏줄을 섞으랴!” 하고 엄히 비방했고, 썩어 들어가는 손으로 칼을 쥔 시댁 영가들은 “맑은 척 고결한 척 우리를 뱀 보듯 멸시하는구나!”라며 이를 갈았다. 양측의 영적 충돌로 인해 신당 내부의 공기가 팽팽하게 찢어질 듯 요동치던 그때, 북채를 쥔 김 법사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둥-! 둥-! 콰르르릉-!
천장을 울리는 거대한 북소리와 함께 김 법사가 대신부채를 펼쳐 제단을 강하게 내리쳤다. 벼락신장의 신력이 그의 온몸을 휘감자, 신과 인간의 다리 역할을 자처한 무속인의 입에서 추상같은 호령이 터져 나왔다.
“양가 조상님네들, 모두 그 입을 닥치고 내 말을 들으소사! 지금 안방에서 보살님의 맑은 불사줄과 사내의 부정 섞인 양기가 목숨을 걸고 부딪히고 있소! 묻겠소이다. 조상이라는 양반들이 해묵은 감정 싸움으로 제 자손줄을 말려 죽이는 게 진정 조상이 할 짓이오? 아니면 서로 합을 맞추어, 저 가엾은 자손들이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백년해로하고, 귀한 자손 잉태하고 순산하여 가문의 대를 이어 나가게 돕는 게 옳겠소!”
벼락신장의 엄중한 중재가 신당을 가득 채우자, 등을 돌리고 있던 양가 조상들의 환영이 멈칫하며 술렁이기 시작했다. 김 법사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시댁 조상들의 썩어 들어간 손을 바라보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정환의 조상님네들, 살아생전 보신을 한답시고 영물인 구렁이와 뱀들에게 지은 죄와 업장이 얼마나 깊은지 스스로 잘 아실 게요. 그 피눈물의 원한을 내 오늘 밤, 계룡산에서 받아온 벼락신장의 무서운 신력으로 깔끔하게 소멸시켜 저승길을 닦아줄 테니 나를 믿고 그 집요한 동물 부정을 내 앞에 다 뱉어내시오! 그리고 유진의 불사 조상님네들 역시 이 법사의 법력을 믿고, 저 가엾은 자손들의 행복을 위해 한 걸음만 물러서 주소사!”
김 법사의 진심 어린 설득과 신령님의 엄한 위엄 앞에, 마침내 지독한 원한의 사슬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핏발 선 눈으로 이빨을 갈던 정환의 시댁 조상들이 서서히 무기를 내려놓더니, 김 법사를 향해 허리를 숙이며 뼛속 깊이 맺힌 부정과 업장을 소멸해 달라며 묵직한 절을 올렸다. 유진의 친정 조상들 역시 고결한 고깔을 숙이며 비로소 그들을 가족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무언의 합의를 마쳤다.
“오냐, 비로소 음과 양이 마주 보는구나!”
김 법사는 신단 아래 차려진 주안상 위로 맑은 술을 가득 채운 잔 두 개를 올렸다. 부부의 온전한 결합과 조상의 화해를 뜻하는 술, 바로 합환주(合歡酒)였다.
양가의 조상들은 비로소 등을 돌려 상을 마주 보았다. 친정의 불사 조상이 잔을 들자 시댁의 조상이 그 잔을 맞부딪쳤고, 그들이 함께 술을 들이켜는 순간 신당을 가득 채웠던 역겨운 하수구 냄새와 피비린내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시커멓게 썩어 있던 시댁 조상들의 손이 하얗게 정화되었고, 그들의 얼굴에 맺혀 있던 원한의 그늘이 가라앉으며 마침내 자손들의 앞날을 축복하는 환한 웃음이 피어올랐다.
“잘 가소사, 잘 가소사! 원한도 부정도 다 털어내고 극락왕생 하소사!”
김 법사의 마지막 축원 소리와 함께, 양가 조상들의 환영은 한 줄기 따스한 빛이 되어 환한 미소를 남긴 채 허공으로 부드럽게 물러갔다. 신당의 시퍼렇던 촛불이 다시 따스하고 붉은 본연의 빛으로 돌아온 바로 그 시각, 부산의 안방에서도 거대한 영적 기류가 요동치며 마지막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다음 회에 계속) 글쓴이 계룡산 벼락신장법사
진실과 공정한 천지인 뉴스, 정확한 팩트
정범규 기자
뉴스 제보 : chonjiinnews@gmail.com
저작권자 © 천지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글은 자료 정리 과정에서 AI 기술이 참고 수준으로 활용됐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