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제4화. 뱀 비늘처럼 소름 돋는 체온
제4화. 뱀 비늘처럼 소름 돋는 체온

“처음에는 그저 피곤해서 그런 줄만 알았습니다. 제가 예민해진 탓이라고,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뿐이었지요.”
양철지붕을 때리는 빗소리가 조금 잦아들 무렵, 여인의 입술이 파르르 떨리며 고통스러운 고백이 이어졌다. 그녀의 시선은 신단 위에서 위태롭게 흔들리는 붉은 촛불에 못 박혀 있었다. 조상들이 억지로 자신을 떼어놓으려 했다는 김 법사의 공수를 듣고 나니, 지난 1년 동안 안방에서 벌어졌던 기괴한 감각들이 뇌리를 스치며 소름을 돋게 만들었다. 여인은 마른침을 삼키며 두 팔로 자신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밤이 되는 게 너무 무서웠어요. 남편이 퇴근하고 돌아와 욕실에서 씻고 나올 때면, 그 특유의 스킨 냄새와 바디워시 향기가 방문 틈으로 새어 들어오잖아요. 연애할 때는 그 냄새가 그렇게 포근하고 좋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 향기를 맡으면 역겨운 피비린내나 썩은 흙내새처럼 느껴져서 헛구역질이 올라왔습니다. 숨을 쉴 수가 없어서 창문을 열고 겨울바람을 마셔야만 겨우 진정이 될 정도였어요.”
김 법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찻잔에 따뜻한 작설차를 채워주었다. 조상신들의 맹렬한 거부감은 인간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오감을 완전히 교란해 버린다. 여인이 겪은 것은 단순한 권태기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영적인 힘에 의해 철저하게 조작된 생리적 혐오감이었다. 따뜻한 찻잔을 쥔 여인의 손끝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가장 끔찍한 건 잠자리였습니다.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워있을 때 남편의 손이 제 허리나 어깨에 닿기라도 하면… 온몸의 털이 쭈뼛 서고 살갗이 찢어지는 것처럼 끔찍했어요. 마치 차갑고 미끌미끌한 거대한 뱀이 제 몸을 휘감는 것 같았습니다. 그 사람의 뜨거운 숨결이 목덜미에 닿으면 귓가에서 수십 명의 사람들이 날카롭게 비명을 지르는 듯한 이명까지 들렸으니까요.”
여인의 눈에서 다시 굵은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져 찻잔 위로 번졌다.
“결국 비명을 지르며 남편을 거칠게 밀쳐내고 화장실로 도망쳐 변기를 붙잡고 토하기 일쑤였습니다. 문밖에서 남편이 짐승 쳐다보듯 기막혀하며 내뱉던 그 한숨 소리…. ‘내가 그렇게 징그럽냐’며 방문을 쾅 닫고 거실로 나가버리던 그 뒷모습을 보면서도, 제 몸은 남편이 떨어져 나갔다는 사실에 미친 듯이 안도하고 있었습니다. 머리로는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외치는데, 제 육신은 그 사람을 병균 취급하고 있었던 거예요.”
자신이 미쳐가는 줄만 알았던 지난날의 공포가 생생하게 되살아난 듯, 여인은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흐느꼈다. 부부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으면서도 한 침대에서 서로를 저주해야 했던 참담한 시간들이 좁은 도량 안에 무겁게 가라앉았다. 김 법사는 지그시 눈을 감은 채, 여인의 어깨에 짙게 드리워진 서늘하고 탁한 기운을 날카로운 신안(神眼)으로 꿰뚫어 보고 있었다.
(다음 회에 계속)
글쓴이 계룡산 벼락신장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