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천지인뉴스] 제주 ‘실종 허위종결’ 파문 확산…지휘라인 4명 대기발령·298건 전수조사

[천지인뉴스] 제주 ‘실종 허위종결’ 파문 확산…지휘라인 4명 대기발령·298건 전수조사

정범규 기자

경찰청, 전·현직 제주서부경찰서장 등 지휘라인 4명 대기발령

A 경장이 처리·종결한 실종 신고 298건 전수조사…전국 실종사건 점검으로 확대

이재명 대통령 “권한의 크기만큼 책임 강화”…경찰 개혁안 마련 지시

제주 장기 실종사건 허위 종결 의혹이 담당 경찰관 개인의 문제를 넘어 경찰 조직의 지휘·감독 체계와 실종사건 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점검으로 확대되고 있다.

경찰청은 25일 제주 장기 실종사건 허위 종결과 관련해 제주서부경찰서 지휘라인 4명을 전원 대기발령하고 지휘·감독 책임에 대한 감찰 조사에 들어갔다.

대기발령 대상에는 사건이 최초 접수됐을 당시 제주서부경찰서장과 현 서장, 형사과장, 실종팀장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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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은 이들을 상대로 사건 처리 과정에서 지휘와 감독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지난 5월 실종된 장미란 씨에 대한 신고를 담당했던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A 경장이 장 씨와 실제 연락하지 않았음에도 연락이 닿은 것처럼 처리하고 사건을 종결한 혐의가 드러나면서 시작됐다.

A 경장은 지난 5월 15일 오후 장 씨에 대한 실종 신고가 접수된 지 약 2시간30분 만에 신고자에게 장 씨가 무사하며 자신의 위치를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설명하고 사건을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수사에서는 사건 종결 이후 경찰의 실종자 관리 시스템에 등록됐던 장 씨 관련 자료가 삭제된 정황도 드러났다.

25일에는 더욱 구체적인 정황이 알려졌다.

경찰은 A 경장이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에서 장 씨 관련 자료를 관리목록에서 삭제하기 위해 ‘교통사고 사상자’에 해당하는 코드를 선택한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에서는 변사나 교통사고 사상자 등 특정 사유에 해당하는 유형 코드를 선택해야 관리목록에서 관련 자료를 삭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유사한 사건이 한 건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A 경장은 지난 7월 접수된 60대 남성 실종 사건에서도 장 씨 사건과 비슷한 방식으로 사건을 허위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남성 역시 가족이 다시 신고한 뒤 경찰 수색 과정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장 씨로 추정되는 시신도 지난 24일 실종 104일 만에 발견됐다. 발견 장소는 장 씨가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숙소에서 약 400m 떨어진 야자수농장이었다.

경찰은 장 씨의 정확한 신원과 사망 원인을 확인하기 위한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경찰의 초기 대응과 장 씨의 사망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확인된 것은 아닌 만큼 이에 대해서는 향후 수사와 감식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실종사건을 경찰관 한 명이 허위로 종결하고 관리 시스템의 자료까지 삭제할 수 있었다면 이를 지휘·감독 단계에서 왜 발견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피하기 어렵다.

경찰청이 담당 경찰관뿐 아니라 지휘라인까지 조사 대상으로 확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사 범위는 더욱 커지고 있다.

경찰은 A 경장이 그동안 담당해 처리하거나 종결한 실종 신고 298건에 대해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제주에서 시작된 점검은 전국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경찰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각 시도경찰청에 최근 3년간 실종사건 접수와 처리 현황을 전수점검하도록 지시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의 경우 2024년 1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관내에서 접수된 실종사건 7만7천483건을 대상으로 점검에 들어갔다. 특히 실제 실종자의 안전을 확인하지 않고 서류상으로만 종결된 사례가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볼 방침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경찰의 책임과 조직 개혁을 공개적으로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장 씨 추정 시신 발견 이후 경찰 조사 과정 전반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지시하고 사건 종결 경위와 경찰의 지휘·감독 체계 전반을 점검하도록 했다.

이어 25일 제37회 국무회의에서도 최근 경찰의 기강해이와 치안 문제에 대한 무책임이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권한의 크기만큼 책임도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국무총리에게 국민의 폭넓은 의견을 수렴해 경찰 개혁 방안을 구상할 것을 주문했다.

이번 사태에서 확인해야 할 핵심은 특정 경찰관이 왜 이 같은 방식으로 사건을 처리했는지만이 아니다.

실종자의 생명과 안전을 다루는 사건을 종결할 때 어떤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담당자의 판단과 시스템 입력을 상급자가 어떻게 검증하는지, 허위 또는 잘못된 종결을 시스템 자체가 걸러낼 장치는 충분한지까지 따져봐야 한다.

특히 실종사건은 시간이 지날수록 소재 파악과 구조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어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담당자의 판단 하나가 수색 여부를 좌우하는 구조라면 이를 교차 확인하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한편 A 경장은 직무유기와 공전자기록 위작 및 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를 받고 있으며 25일 제주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았다.

수사기관은 A 경장의 범행 동기와 추가 허위 종결 여부를 계속 조사하고 있다.

제주에서 시작된 실종사건 허위 종결 파문은 이제 한 경찰관에 대한 형사책임을 넘어 경찰 조직 전체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신고를 어떤 방식으로 관리해왔는지를 묻는 문제로 번지고 있다.

전국적인 실종사건 전수점검에서 또 다른 부실 처리 사례가 확인될지, 경찰이 실종사건 종결과 지휘·감독 체계를 어떻게 개선할지가 이번 사태의 다음 관문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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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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