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평 천지인 영감/연재 소설

[연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 제6화. 젖은 숨결, 가장 뜨거웠던 밤의 기억

제6화. 젖은 숨결, 가장 뜨거웠던 밤의 기억

양철지붕을 때리던 굵은 빗소리가 아득하게 멀어졌다. 촛불의 붉은 일렁임 속에서 두 눈을 감은 여인의 의식은, 서늘하고 탁한 기운이 맴도는 하동의 신당을 벗어나 가장 뜨겁고 찬란했던 3년 전의 어느 여름밤으로 속절없이 빨려 들어갔다.

그날도 오늘처럼 장대비가 쏟아졌었다. 우산 하나에 몸을 구겨 넣은 채 좁은 자취방으로 뛰어 들어왔을 때, 두 사람의 옷자락은 이미 무겁게 젖어 있었다. 현관문을 채 닫기도 전에 정환의 단단한 팔이 여인의 허리를 거칠게 휘감아 당겼다. 빗물에 젖어 묵직해진 그의 셔츠 너머로, 사내 특유의 뜨거운 체온과 맥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어두운 현관에 선 채로 얽혀든 입술에서는 빗물의 비릿함과 달콤한 타액이 정신없이 뒤섞였다. 숨이 막힐 듯 농밀한 입맞춤 속에서, 여인은 이미 자신의 몸 깊은 곳에서부터 걷잡을 수 없는 끈적한 열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감기 들어…. 어서 씻어야지….”

입술을 떼어낸 정환이 쇳소리가 섞인 짐승 같은 숨을 몰아쉬며 속삭였다. 하지만 그의 크고 뜨거운 손은 여인의 젖은 블라우스 단추를 조급하게 풀어헤치고 있었다. 비에 젖어 살갗에 들러붙은 얇은 천이 바닥으로 툭 떨어지고, 어둠 속에서 여인의 희고 부드러운 곡선이 드러났다. 정환의 시선이 닿는 곳마다 마치 불도장이 찍히듯 살갗이 화끈거렸다. 평소에는 그토록 점잖고 다정하던 사내가, 단둘이 남겨진 밤만 되면 숨겨둔 맹수의 본능을 꺼내놓듯 맹렬하게 그녀를 탐했다. 여인은 그 폭력적일 만큼 강렬한 시선과 열망이 미치도록 좋았다.

정환의 두꺼운 손바닥이 여인의 맨어깨부터 허리선을 따라 미끄러지듯 쓸어내렸다. 그의 손끝에 닿은 피부가 오소소 소름을 일으키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지금은 그 손길이 차가운 뱀 비늘처럼 소름 끼친다며 구역질을 해대지만, 그 시절 여인에게 남편의 손길은 세상에서 가장 짜릿하고 달콤한 탐닉이었다. 여인은 까치발을 들어 정환의 탄탄한 목덜미에 팔을 감고, 그의 귓가에 젖은 숨을 토해내며 매달렸다. 넘칠 듯이 끓어오르는 정환의 양기(陽氣)를, 여인은 자신의 깊고 유연한 음기(陰氣)로 남김없이 집어삼키고 싶었다.

이내 두 사람의 젖은 몸이 좁은 침대 위로 무너져 내렸다. 정환의 묵직한 체중이 여인의 위를 빈틈없이 내리눌렀다. 창밖에서 번개가 칠 때마다 남편의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땀방울과 팽팽하게 솟아오른 근육의 굴곡이 어지럽게 번뜩였다. 살과 살이 마찰하며 내는 질척한 파열음과 짐승처럼 억눌린 신음이 눅눅한 여름밤의 공기를 가득 채웠다. 여인은 남편의 넓은 등에 손톱을 깊게 세운 채, 척추를 타고 오르는 짜릿한 전율에 몸을 떨며 밤이 새도록 그의 뜨거운 품속으로 녹아들었다. 그것은 완벽한 하나 됨이었고, 서로의 체온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을 것 같았던 지독한 중독이었다.

“그렇게… 숨 막히게 사랑했던 사람이었는데…….”

과거의 농밀했던 환영이 스러지고 다시 서늘한 신당의 공기가 폐부를 찌르자, 눈을 뜬 여인의 두 뺨 위로 참담한 눈물이 속절없이 흘러내렸다.

(다음 회에 계속) 글쓴이 계룡산 벼락신장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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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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