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EU 정상회담 개최…철강 무관세 쿼터·반도체 등 전방위 경제 협력 합의 [천지인뉴스]
한-EU 정상회담 개최…철강 무관세 쿼터·반도체 등 전방위 경제 협력 합의 [천지인뉴스]
정범규 기자
대한민국과 유럽연합(EU)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철강 무관세 쿼터 확보를 비롯해 반도체, 방위산업, 인공지능(AI) 등 미래 핵심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EU의 새로운 철강 수입 제도로 인한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고위급 통상 외교를 전개했으며, EU 측으로부터 한국의 요청을 최대한 고려하겠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이끌어냈다.
양측은 글로벌 공급망 무기화와 다자주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최상위급 경제 협력 채널인 ‘경쟁력 파트너십’과 ‘고위급 경제대화’를 출범시키고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한층 고도화하기로 합의했다.
대한민국과 유럽연합(EU)의 경제 동맹이 한층 더 견고해질 전망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브리핑을 통해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된 한-EU 정상회담의 경제 분야 주요 성과를 발표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라는 전례 없는 국제 통상 환경 속에서 치러진 만큼, 양측의 실질적인 경제 협력과 자유무역 질서 수호를 위한 전략적 자산을 확보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우리 정부는 철강, 반도체, 방산 등 국가 핵심 기간산업의 경쟁력을 지키고 對EU 수출 장벽을 낮추기 위해 행정부 총력을 기울인 통상 협상 결과를 공유하며 이번 회담이 지닌 중대한 의미를 부각했다.
이번 회담의 가장 시급한 현안은 단연 우리 철강 산업의 對EU 수출 물량 확보였다. EU는 오는 6월 30일로 기존 WTO 기반 철강 글로벌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가 종료됨에 따라, 7월 1일부터 새로운 규제인 ‘철강 공급과잉 대응법’을 시행할 예정이다. 동 제도는 철강 30개 품목의 관세를 50%로 대폭 인상하되 일정 물량에 대해서만 무관세 수입을 허용하는 관세할당제도(TRQ)를 골자로 한다. 문제는 EU가 허용하는 전체 무관세 수입 물량이 기존 3,382만 톤에서 1,835만 톤으로 무려 46%나 축소된다는 점이다. EU가 한국의 두 번째로 큰 철강 수출시장인 상황에서 이 같은 조치는 국내 제조업 전반에 거센 파도를 몰고 올 수 있는 위기 상황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정상회담 자리에서 철강 산업이 양국 관계 및 대한민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설명하며 최고위급 외교력을 발휘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 기업들이 불합리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최선의 배려를 요청하는 한편, 한-EU FTA를 통해 구축된 호혜적 관계가 훼손되지 않도록 다른 영역에서의 이해관계 조정까지 제안하는 등 다각적인 협상 카드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EU 측은 한국을 공동의 가치를 공유하는 핵심 파트너로 인정하며 우리의 요청을 최대한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실제로 우리 통상교섭본부장과 EU 통상 집행위원 간의 집중 협상을 통해 타국 대비 상당히 진전되고 우호적인 쿼터 물량 확보의 결실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철강 쿼터 협상 외에도 미래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한 의미 있는 합의들이 도출됐다. 양 정상은 한국의 강점인 제조 기술과 유럽의 강점인 장비 및 연구개발(R&D) 역량을 결합하여 반도체 공동연구를 긴밀히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아울러 세계 최대 과학기술협력 네트워크인 ‘호라이즌2’를 통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방위산업 분야에서의 협력 논의도 뜨거웠다. EU 측은 한국 방산의 강점인 고품질 제품의 신속한 생산 능력을 ‘대체 불가능한 혁신’이라 극찬하며, 유럽 방위산업 발전을 위해 한국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점을 강조해 향후 K-방산의 유럽 시장 영토 확장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글로벌 규범과 통상 제도에 대한 우리 산업계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도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곧 시행을 앞둔 EU의 ‘산업가속화법’과 관련해 일부 규정의 불명확성을 지적하며 한국이 FTA 체결국으로서 반드시 EU 내부와 동등한 처우를 받아야 함을 강하게 역설했다. 더불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검증 기관에 한국 기관을 포함해 줄 것을 요청하는 등 국내 수출 기업들의 행정적·경제적 부담을 실질적으로 낮추기 위한 세부 조율을 진행했다. AI 분야에서는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모두의 AI’ 정책을 소개하며 기술 발전의 혜택이 격차를 심화시키지 않고 포용적으로 확산되어야 한다는 가치에 동의했다.
미·중 전략 경쟁 심화와 일부 국가의 공급망 무기화로 인해 다자주의 체제가 위기를 맞이한 현 시점에서 4억 5천만 명의 거대 시장을 보유한 EU와의 연대는 단순한 무역 확대를 넘어선 전략적 asset으로 평가된다. 양국은 경제적 선택지를 넓히고 국제 질서의 불확실성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최상위급 경제 협력 채널인 ‘경쟁력 파트너십’과 ‘고위급 경제대화’를 신속히 출범시키기로 합의했다. 이번 회담은 가치를 공유하는 유사입장국 간의 단단한 경제 안보 전선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향후 한국 통상 외교의 지평을 넓히고 신통상 질서를 주도할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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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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