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 제40화. 안방에 들인 흉물, 자개장의 저주
[연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 제40화. 안방에 들인 흉물, 자개장의 저주

“법사님, 제 남편 좀 살려주십시오… 멀쩡하던 사람이 안방에만 들어가면 숨을 못 쉬고 펄펄 끓는 불덩이가 됩니다…”
하동 산자락의 아침은 이슬을 머금은 안개로 가득했다. 천신장군암의 양철지붕 위로 툭, 툭 떨어지는 밤새 고인 빗물 소리만이 적막한 도량을 채우고 있을 때, 서둘러 법당 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진주에서 왔다는 이십 대 후반의 새댁이었다. 결혼한 지 겨우 일 년 남짓 되었다는 여인의 안색은 이미 수개월은 앓은 사람처럼 휑뎅그렁했고, 초조하게 맞잡은 두 손은 사시나무 떨듯 덜덜 떨리고 있었다.
김 법사는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향연 너머로 여인을 바라보며, 따뜻한 옥수 한 사발을 건넸다. 삼십 년간 대도시의 거친 인간 군상을 상대하며 다져진 그의 예리한 눈은, 이미 여인의 등 뒤에 달라붙은 퀴퀴하고 눅눅한 안방 부정의 냄새를 맡고 있었다.
“새댁,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음양의 기운이 뒤틀려 집안에 온기가 끊긴 형국이니, 내 마음이 다 안 좋습니다. 차분히 말씀해 보셔요. 젊은 신랑에게 대체 무슨 우환이 닥친 것입니까?”
법사의 극진한 존칭과 인자한 목소리에 여인은 참았던 눈물을 왈칵 쏟아내며 사연을 털어놓았다. 여인의 남편은 아파트 리모델링과 실내 인테리어를 전문으로 하는 현장 기사였다. 손재주가 좋고 눈썰미가 있어 유행하는 가구나 소품을 고치는 게 취미인 성실한 사내였다. 비극은 불과 일주일 전, 남편이 대형 아파트 인테리어 공사를 맡으면서 시작되었다.
그 집은 대대로 살던 노모가 얼마 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자식들이 집을 완전히 뜯어고치고 팔기 위해 리모델링을 의뢰한 곳이었다. 인부들이 짐을 빼고 철거를 시작할 때, 남편의 눈에 안방 구석에 덩그러니 남겨진 오래된 자개장 한 통이 들어왔다.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정교하고 화려한 나전칠기 자개장이었다. 노모의 자식들은 쓰레기 스티커를 붙여 버려달라며 인부들에게 넘긴 흉물이었지만, 가구를 좋아하는 남편의 눈에는 가치가 높은 골동품으로 보였다.
“남편이 그 자개장을 보자마자 홀린 사람처럼 눈을 못 떼더라고요. 고인이 쓰던 물건이라 찝찝하니 버리라고 말렸는데도, 요즘 이런 진품은 구하기도 힘들고 안방에 두면 멋진 포인트가 될 거라고… 굳이 트럭에 실어서 우리 집 안방에 들여놓았습니다.”
장롱을 안방 정면에 들여놓은 그날 밤부터, 새댁의 집은 지옥으로 변했다.
그토록 건장하고 잔병치레 한 번 없던 남편이 자개장을 들인 날 새벽부터 급체한 것처럼 가슴을 쥐어짜며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병원에 실려 가 위 내시경을 하고 온갖 정밀 검사를 받아보았지만 의사들은 “신체적으로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 스트레스성 위경련 같다”는 무책임한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하지만 증상은 날이 갈수록 기괴해졌다. 퇴원해 집으로 돌아온 남편은 40도가 넘는 고열에 시달리며 온몸이 불덩이처럼 달아올랐고, 멀쩡하던 다리에 마비가 와 마루를 기어 다녔다. 무엇보다 끔찍한 것은 밤마다 안방 침대에 누우면 시작되는 남편의 발작이었다.
“밤만 되면 남편이 눈을 부릅뜨고 안방 구석에 둔 자개장을 보면서 사시나무 떨듯 떱니다. 자꾸 저기 자개장 문틈으로 웬 할머니가 머리채를 풀어헤치고 자기 목을 누르고 있다고… 제발 저 장롱 좀 치우라고 비명을 지르는데, 낮에 보면 장롱 문은 굳게 닫혀 있거든요… 법사님, 제 남편이 정말 미쳐버린 걸까요?”
(다음 회에 계속) / 글쓴이 계룡산 벼락신장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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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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