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인뉴스] 트럼프 “호르무즈 기뢰 모두 제거”…이란 “미국이 약속 지켜야 해협 연다”
[천지인뉴스] 트럼프 “호르무즈 기뢰 모두 제거”…이란 “미국이 약속 지켜야 해협 연다”

정범규 기자
트럼프, 호르무즈 국제수역 기뢰 제거 선언…추가 매설 선박에는 군사 대응 경고
이란 “미국이 위반한 의무부터 전면 이행해야”…해협 개방 조건 제시
이란·오만 임시 공동항로 협의…세계 에너지 핵심 수송로 놓고 압박과 협상 교차
세계 에너지 수송의 핵심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힘겨루기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국제수역의 기뢰가 모두 제거됐다고 선언하고 추가 기뢰 설치에 강력한 군사 대응을 경고한 가운데, 이란은 미국이 기존 합의에 따른 의무를 먼저 이행해야 해협을 다시 열 수 있다며 맞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 해군으로부터 호르무즈 해협 국제수역에 설치됐던 기뢰가 모두 폭파되거나 제거됐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새로운 기뢰를 설치하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추가로 기뢰를 설치하는 선박에 대해서는 군사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강경한 입장도 내놨다.
특히 미국이 우주군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을 면밀하게 감시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기뢰 설치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미국의 실질적인 통제력을 강조하는 동시에 이란에 해협 재봉쇄를 시도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미국의 통제권을 거듭 강조해왔다. 지난 21일에는 이란이 합의를 원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미국이 통제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내놓았다.
그러나 이란의 입장은 정반대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부 차관은 25일 국영 IRIB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기 위한 조치를 취하기 전에 미국이 먼저 기존 합의에서 자신들이 위반한 의무를 전면적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란이 요구하는 조건에는 미국의 이란 항구 봉쇄 해제와 석유 제재 완화, 동결된 이란 자산 문제, 군사적 위협 중단 등이 포함돼 있다.
결국 미국은 ‘항행의 자유’와 기뢰 제거를 앞세워 해협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 하고 있지만,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미국과의 협상에서 핵심 지렛대로 활용하는 형국이다.
실제 해협이 정상적으로 개방됐다고 보기에는 아직 상당한 거리가 있다.
선박 추적업체 자료 등에 따르면 최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은 전쟁 이전보다 크게 감소한 상태다. 지난 주말 해협을 통과한 상품 운송 선박은 20척에도 미치지 못했고,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기준으로 파악한 통항량 역시 전쟁 이전과 비교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원유 수송량 역시 정상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전쟁 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원유 물량은 하루 2천만 배럴을 웃돌았지만, 25일 공개된 잠정 자료에서는 하루 약 500만 배럴 수준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쟁 이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원유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던 전략적 요충지다. 이 때문에 해협의 완전한 정상화 여부는 미국과 이란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유가와 세계 물류, 각국의 에너지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미국은 군사적 압박과 함께 경제 제재 카드도 꺼내 들었다.
미국 정부는 이란 경제를 겨냥한 새로운 제재 조치를 발표하고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와 기업들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이란은 미국의 제재를 강하게 비판하며 대응을 예고했다.
그럼에도 외교적 해결을 위한 움직임까지 끊어진 것은 아니다.
이란과 오만은 25일 호르무즈 해협에 ‘임시 공동 항행 통로’를 만드는 방안을 협의했다. 양측은 선박이 비교적 안전하게 해협을 통과할 수 있는 임시 항로와 기뢰 제거를 위한 공동 사업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 역시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파키스탄과 이란 간 협의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확전 방지, 전쟁을 조기에 끝내는 방안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기뢰 제거 완료’ 선언을 곧바로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한 정상 개방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기뢰라는 물리적 위험 가운데 일부가 제거됐다는 미국 측 발표와 선박이 자유롭고 안전하게 오갈 수 있는 해협의 정상화는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란은 여전히 통항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미국과 이란의 정치·군사적 합의도 마무리되지 않았다.
향후 최대 변수는 미국과 이란이 해협 개방 조건을 놓고 어느 수준에서 절충점을 찾느냐다.
미국이 제재와 군사적 압박을 더욱 강화할 경우 이란이 호르무즈 통항을 다시 압박 수단으로 사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반대로 오만과 파키스탄을 통한 중재가 진전을 보인다면 임시 항로 개설을 시작으로 단계적인 통항 정상화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싸움은 이제 단순한 해상 통제권을 넘어 미국의 대이란 제재, 이란의 경제적 생존, 중동전쟁 종식 협상과 국제 에너지 시장이 한데 얽힌 협상전으로 이동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언한 ‘기뢰 제거’가 해협의 실질적인 개방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미국과 이란의 새로운 충돌을 부르는 불씨가 될지는 앞으로 진행될 협상과 양측의 행동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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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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