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인뉴스] 대법관 ‘서면 제청’ 갈등 확산…민주당 추천위 제도 손질, 국민의힘 “사법부 장악” 반발
[천지인뉴스] 대법관 ‘서면 제청’ 갈등 확산…민주당 추천위 제도 손질, 국민의힘 “사법부 장악” 반발

정범규 기자
조희대 대법원장 대법관 후보 서면 제청 놓고 청와대·대법원 갈등 지속
민주당, 대법관 후보추천위 다시 꾸리는 현행 법원조직법 개정 검토
국민의힘 “대법원장 제청권 침해”…노경필 “대통령 임명권 관행도 존중해야”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 서면 제청을 둘러싼 논란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제도 개편과 법원행정처 개혁 문제로 확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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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의 제청 과정과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의 대법관 후보 재추천 타진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한편, 대법관 후보추천 절차의 제도적 허점을 보완하기 위한 법원조직법 개정까지 검토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움직임을 대법원장의 헌법상 제청권을 약화시키려는 시도라고 비판하면서 사법부 독립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도 거세지고 있다.
논란의 출발점은 지난 18일 조 대법원장이 노태악·이흥구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와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임명 제청하면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 대법원은 대통령과 대법원장 사이의 협의가 충분했는지를 놓고 서로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청와대는 대법관 제청에 관한 일반적인 논의는 있었지만 서면 제청 여부를 포함한 구체적인 제청 방식에 대해서는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은 청와대 측과 지속적으로 협의를 진행했으며 마지막까지 의견을 조율했다는 취지로 설명해왔다.
노 처장은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대법관 후보 제청과 관련해 청와대와 지속적으로 협의했지만 최종적인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현행 헌법상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다만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 제청에 앞서 어떤 방식과 수준으로 사전 협의를 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규정한 헌법 조항은 없다.
노 처장 역시 25일 국회에서 헌법에 구체적인 협의 절차가 규정돼 있지는 않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그럼에도 그는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권과 그동안 이어져 온 관행 역시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논란은 대법관 후보 재추천 문제로도 번졌다.
노 처장은 앞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후보 4명에게 직접 연락해 새로운 추천 절차를 진행하는 방안에 대한 의견을 물은 사실을 국회에서 밝혔다.
노 처장은 후보들에게 사퇴를 요구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민주당은 기존 추천 절차를 무효화하고 새로운 후보군을 구성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2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조 대법원장이 대통령의 제청 반려를 유도한 뒤 추천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아 자신에게 유리한 후보군을 새롭게 구성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민주당의 정치적 문제 제기로, 현재까지 조 대법원장이 실제로 특정 후보군을 만들기 위해 이러한 절차를 추진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과 노 처장에게 오는 31일 예정된 국회 현안질의에 출석해 제청 및 재추천 논란을 직접 설명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동시에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제도 자체를 손보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현행 법원조직법에서는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대법관 후보를 추천하면 해당 추천위원회가 해산된 것으로 본다.
따라서 대법원장이 추천된 후보 가운데 한 명을 제청했지만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는 등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새로운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처음부터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은 이를 제도적 허점으로 보고 제청된 후보가 임명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기존 추천 후보군을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도 후보를 제청할 때마다 추천위원회를 다시 구성해야 하는 현행 구조에 문제가 있다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 개정을 둘러싼 시각은 엇갈린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대법원장의 헌법상 대법관 제청권을 약화시키고 사법부에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 법제사법위원들은 조 대법원장을 국회 현안질의 증인으로 채택한 데 대해서도 대법원장의 헌법상 권한 행사를 국회가 사후 심문하려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도 의견은 나뉜다.
대법원장의 권한이 지나치게 집중돼 있어 대법관 후보 추천과 사법행정 구조를 보다 민주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정치권이나 외부 인사의 개입 통로가 넓어질 경우 오히려 사법부 독립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번 논란에서 분리해서 볼 부분도 있다.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권과 대법원장의 제청권, 국회의 동의권은 각각 헌법이 부여한 권한이다. 어느 한 기관의 권한만을 절대적인 것으로 볼 수 없는 구조다.
따라서 이번 사태의 핵심은 어느 쪽의 정치적 주장이 더 강한지가 아니라,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대통령의 임명권이 충돌하지 않도록 제청 과정의 협의와 절차를 어디까지 제도화할 것인가에 있다.
특히 대법관 후보 추천제도를 손질한다면 현재 벌어진 조희대 대법원장과 청와대 사이의 갈등만을 기준으로 법을 설계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정권과 대법원장은 바뀐다. 특정 시기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 어느 정부와 어느 대법원장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대법관 공석 장기화 가능성도 현실적인 문제다.
대법관 임명을 둘러싼 청와대와 대법원의 갈등이 장기화되고 추천 절차 자체를 둘러싼 법 개정 논의까지 이어질 경우 대법원의 재판 업무에도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조 대법원장과 노 처장의 국회 출석이 예정된 오는 31일 현안질의에서는 서면 제청 전 청와대와 대법원 사이에 어떤 협의가 있었는지, 후보들에게 재추천 가능성을 타진한 이유는 무엇이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사법부 독립은 정치권으로부터 사법부를 보호하는 원칙인 동시에 사법행정의 중요한 결정 과정이 국민에게 설명될 필요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반대로 민주적 통제와 제도 개선이라는 명분 역시 정치권이 사법부의 인사와 재판에 영향력을 확대하는 통로가 돼서는 안 된다.
이번 대법관 제청 갈등이 정쟁에 머물지 않고 대통령의 임명권과 대법원장의 제청권, 국회의 동의권이 서로 존중받을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는 계기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향후 사법개혁 논의의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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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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