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인뉴스] 이란, 한국 선박 5척 ‘호르무즈 블랙리스트’…벌금·억류·화물 압수 경고
[천지인뉴스] 이란, 한국 선박 5척 ‘호르무즈 블랙리스트’…벌금·억류·화물 압수 경고

정범규 기자
이란, 호르무즈 통항 규정 위반 주장하며 외국 선박 45척 명단 공개
한국 장금상선 소유 선박 5척 포함…구체적인 규정 위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아
국민의힘 “정부 적극 대응해야”…한국 선박·물류 안전 위한 외교 대응 시험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 규정을 위반했다며 한국 선사가 소유한 선박을 포함한 외국 선박 45척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벌금 부과와 선박 억류, 화물 압수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한국 선박의 안전과 해상 물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란이 신설한 페르시아만해협청(PGSA)은 지난 23일 호르무즈 해협 통항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조선 등 45척을 ‘규정 미준수 선박’ 명단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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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단에는 한국 해운사인 장금상선(Sinokor)이 소유한 선박 5척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밖에도 아랍에미리트(UAE) ADNOC의 해운 계열사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해운사 바흐리, 노르웨이와 유럽계 해운사 등이 운항하거나 관리하는 선박들이 포함됐다.
이란 당국은 블랙리스트에 오른 선박이 향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할 경우 벌금을 부과하거나 선박을 억류하고 화물을 압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재 범위가 해당 선박에만 국한되는 것도 아니다.
이란은 블랙리스트에 오른 선박과 해상에서 화물을 옮겨 싣는 선박 간 환적, 이른바 STS(ship-to-ship transfer)에 참여하는 다른 선박도 추가적인 조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걸프 산유국과 해운업계가 호르무즈 해협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활용하는 우회적인 원유 운송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치다.
다만 이란 당국은 45척의 선박이 구체적으로 어떤 통항 규정을 위반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선박은 관련 소명자료를 제출해 이란 해양 당국에 명단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한국 선박이 직접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는 점은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쟁 이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던 핵심 해상 통로다. 한국 역시 중동산 원유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만큼 해협의 통항 불안은 해운업계를 넘어 국내 에너지 수급과 물류비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 조치는 미국이 이란에 대한 강력한 추가 경제제재를 예고한 가운데 나왔다.
미국이 경제적 압박을 강화하자 이란이 세계 에너지 시장의 핵심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영향력을 지렛대로 활용해 맞대응에 나서는 양상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국제수역에 설치된 기뢰가 제거됐다고 밝히면서 이란이 추가로 기뢰를 설치할 경우 군사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내놓았다.
이에 이란은 미국이 기존 합의에 따른 의무를 먼저 이행해야 해협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대치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국내 정치권에서도 정부의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조용술 대변인은 25일 공식 논평을 통해 한국 선박이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사실을 거론하며 정부가 외교채널을 총동원해 우리 국민과 기업의 재산권 및 안전을 보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특히 지난 5월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한국 선박 피격 사건을 함께 거론하며 정부의 대이란 외교 대응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다만 국민의힘이 정부가 이번 사안에 대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취지로 비판한 부분은 정치적 평가인 만큼 정부의 실제 대응 상황과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이번 사태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정쟁보다 한국 선박의 실질적인 안전을 확보하는 일이다.
이란이 어떤 근거와 규정을 적용해 장금상선 선박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는지 확인하고, 해당 선박들이 실제 억류나 화물 압수 등의 조치를 받지 않도록 외교적·해운 당국 차원의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장금상선을 비롯한 국내 해운업계가 호르무즈 해협을 계속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선박과 선원의 안전을 위한 구체적인 통항 지침도 필요하다.
정부는 이란 당국과의 외교채널을 통해 한국 선박의 지정 사유와 해제 조건을 확인하는 동시에 국제법과 국제해양질서에 비춰 이란이 주장하는 통항 규정의 성격도 면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장기화할 경우 한국이 원치 않는 방식으로 양국 갈등에 휘말릴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면서도 이란과의 외교채널을 가동해 우리 선박과 기업의 안전을 확보해야 하는 복잡한 외교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한국 선박 5척의 블랙리스트 지정이 실제 억류나 화물 압수로 이어질지, 이란 당국과의 협의를 통해 해제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그러나 세계 핵심 에너지 수송로에서 한국 기업의 선박이 직접 제재 대상으로 지목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정부가 사태를 예의주시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정치권 역시 이를 국내 정쟁의 소재로만 소비하기보다 한국 선원과 기업의 안전, 에너지 수급과 물류망 보호라는 국익의 관점에서 정부의 대응을 점검해야 한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시작된 미국과 이란의 힘겨루기가 이제 한국 선박의 운항 문제로 직접 연결되면서 정부의 외교·경제안보 대응 능력도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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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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