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천지인뉴스] 이재용 올해 대통령 13번 만났다…국민의힘 ‘총수 소환정치’ 공세, 실제 일정 따져보니

[천지인뉴스] 이재용 올해 대통령 13번 만났다…국민의힘 ‘총수 소환정치’ 공세, 실제 일정 따져보니

정범규 기자

국민의힘 “이재용 13번·최태원 8번·정의선 7번”…회동 횟수는 사실과 부합

순방·국빈만찬·AI 행사 등 함께 포함…모든 만남을 ‘소환’으로 보기는 어려워

대미 투자 압박 속 국내 초대형 투자까지…정부·기업 소통 필요성과 경영 자율성 사이 과제

이재명 대통령이 올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13차례 만난 것으로 파악되면서 대통령과 주요 대기업 총수들의 잦은 만남을 둘러싼 정치권 논쟁이 시작됐다.

국민의힘은 이를 ‘총수 소환정치’라고 규정하며 기업에 국내외 투자 부담을 동시에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국민의힘이 제시한 숫자는 사실일까.

27일 국민의힘 공식 논평과 청와대 공개 일정 등을 토대로 한 언론의 일정 집계를 확인한 결과, 이재용 회장 13회, 최태원 SK그룹 회장 8회,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7회라는 횟수 자체는 현재까지 알려진 일정과 대체로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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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까지 공개된 대통령 일정 등을 토대로 집계한 이 대통령과 이 회장의 올해 대면 횟수는 12차례였다.

최 회장은 8차례, 정 회장은 7차례였다.

이후 이 대통령이 26일 이재용 회장과 비공개 만찬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회장과의 대면 횟수는 13차례로 늘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날 공식 논평을 통해 이 같은 횟수를 거론하며 이 대통령이 주요 그룹 총수들을 지나치게 자주 만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대통령과 기업의 만남이 과거 순방 동행이나 경제계 간담회 수준을 넘어 정부가 추진하는 호남 반도체와 새만금 등 대형 프로젝트의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속도를 요구하는 성격으로 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를 소통을 넘어 사실상 ‘소환’으로 비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여기서 숫자와 정치적 평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재용 회장이 대통령을 13차례 만났다는 사실과 그 13차례 모두가 대통령이 이 회장을 별도로 불러 기업의 투자 결정을 압박한 자리였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실제 올해 두 사람의 만남에는 중국 비즈니스 포럼과 청년 일자리 기업간담회, 브라질 대통령 국빈만찬, 인도·베트남 순방, 이탈리아 순방 국빈만찬과 비즈니스 행사, 충청권 첨단산업 행사, 샌프란시스코 AI 일정 등이 포함돼 있다.

청와대가 공개한 7월 샌프란시스코 AI 행사만 보더라도 이재용·최태원·정의선 회장뿐 아니라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과 엔비디아, 브로드컴,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 관계자들이 함께했다.

따라서 전체 대면 횟수를 곧바로 13차례의 개별 ‘소환’으로 해석하는 것은 실제 일정의 성격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다만 최근 대통령과 주요 기업 총수들의 접촉이 잦아지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일 최태원 회장과 비공개 만찬을 가진 데 이어 26일에는 이재용 회장과 비공개 만찬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선 회장과의 별도 회동도 추진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연쇄 회동의 배경에는 정부가 집권 2년 차 핵심 산업정책으로 추진하는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가 자리 잡고 있다.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와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 등 대규모 산업 프로젝트를 현실화하려면 삼성과 SK, 현대차를 비롯한 민간기업의 투자가 필수적이다.

정부와 기업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 이유다.

동시에 기업들이 국내 투자만 고민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도 이번 논쟁에서 빼놓을 수 없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37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미국 인디애나주에 38억7천만 달러 규모의 첨단 반도체 패키징 생산기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AI와 반도체를 둘러싼 미국의 자국 내 생산 확대 요구까지 이어지면서 한국 기업들은 국내 첨단산업 투자와 미국 현지 투자를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국민의힘은 바로 이 부분을 문제 삼았다.

최 수석대변인은 정부가 기업이 요구하는 규제 개선에는 더디게 대응하면서 정부가 원하는 투자에는 속도를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 52시간제 규제 완화와 배임죄 규정 개선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했다.

이 역시 국민의힘의 정치적 평가와 실제 정책 진행 상황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정부가 민간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요청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산업 인프라와 규제 개선, 인력 확보, 전력 공급 등 투자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 자체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특히 반도체와 AI 산업은 기업 하나의 결정만으로 대규모 투자가 가능한 분야가 아니다.

수십조원에서 수백조원이 투입되는 사업에는 전력과 용수, 부지, 인허가, 전문인력과 세제 지원까지 정부 정책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대통령이 기업 총수들을 자주 만나는 것 자체를 잘못이라고 단정할 이유도 없다.

글로벌 AI 패권 경쟁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공급망 재편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국가 지도자와 핵심 기업 경영진이 산업전략을 논의하는 것은 오히려 필요한 일일 수 있다.

문제는 만남의 횟수가 아니라 내용이다.

정부와 기업의 만남이 기업의 어려움을 듣고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만드는 자리라면 적극적인 소통으로 평가할 수 있다.

반대로 정부가 설정한 지역·산업 프로젝트에 민간기업의 투자를 끌어내기 위해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변한다면 경영 자율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비공개 회동이 계속될 경우 어떤 기업 현안을 논의했고 정부가 무엇을 요구했으며 기업은 어떤 애로사항을 전달했는지 국민이 알기 어려워진다는 문제도 남는다.

대기업 총수들과의 소통에 집중되는 대통령의 경제 행보가 중견기업과 중소기업, 벤처·스타트업으로 충분히 확대되고 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경제의 경쟁력은 삼성과 SK, 현대차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수많은 중소·중견기업과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함께 움직여야 대규모 산업정책도 현실이 된다.

국민의힘이 제기한 ‘총수 소환정치’라는 표현은 정치적 주장이다.

하지만 대통령과 주요 그룹 총수의 접촉이 크게 늘어난 것은 확인되는 사실이고, 정부가 추진하는 초대형 산업 프로젝트와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가 그 중심에 있다는 점 역시 분명하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대통령과 기업인의 만남 자체를 정치적으로 공격하거나 미화하는 일이 아니다.

정부는 기업에 투자를 요구하는 만큼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고, 기업 역시 국가적 지원을 받는 만큼 고용과 국내 산업 생태계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

대통령과 이재용 회장이 올해 13번 만났다는 숫자보다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그 열세 번의 만남이 기업에 새로운 숙제를 주는 자리였는가, 아니면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싸울 수 있도록 정부가 숙제를 받아오는 자리였는가.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그 질문에 대한 정부의 투명한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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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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