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계엄 관련자 비화폰 ‘조치하라’ 지시 정황… 증거인멸 혐의 불거져



비화폰 서버 삭제 시점과 통화 정황 일치… “수사받는 사람들 비화폰 조치해야”
“삭제 지시 없었다” 주장에도 통화기록 남아… 증거인멸 교사 적용 가능성
정범규 기자
12·3 불법 계엄령 사건 발생 직후, 윤석열 전 대통령이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에게 계엄 관여자들의 비화폰에 대해 “조치하라”고 직접 지시한 정황이 확인되며 증거인멸 교사 혐의가 불거지고 있다. 이는 윤 전 대통령이 해당 사안과 관련해 증거 인멸을 시도한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난 첫 사례로 평가된다.
2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최근 김성훈 전 차장을 재소환 조사하면서 지난해 12월 7일 윤 전 대통령이 김 전 차장과 나눈 전화 통화 내용을 확보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서버 관련 규정이 어떻게 되는가”를 묻고, 이어 “수사받는 사람들 비화폰을 그렇게 놔둬도 되는 건가. 조치해야지? 그래서 비화폰이지?”라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현재 경호처에서 확보한 비화폰 서버 기록 등을 토대로, 지난해 12월 6일 비화폰 사용자 정보가 원격 삭제된 정황을 확인한 상태다. 삭제 대상에는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등의 정보도 포함돼 있었다. 특히 이 삭제가 진행된 12월 6일은 홍 전 차장이 국회 정보위에서 “윤 전 대통령이 ‘이번 기회에 싹 잡아들여 정리하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한 바로 그 날과 일치한다.
이에 따라 수사팀은 ‘비화폰 정보 삭제’가 윤 전 대통령의 직접적인 의중에 따라 이뤄진 것인지 여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김 전 차장은 당시 윤 전 대통령의 통화를 12월 7일에 받았으며, 정보 삭제 지시는 하지 않았고, 실무진 반발로 실제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다만 통화 기록과 내용 자체는 부인하지 않았다.
김 전 차장 측은 “통화는 맞지만 조치는 없었다”며 “오히려 통화 기록이 결백을 증명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경호처의 총책임자는 당시 경호처장이며, 비화폰 삭제와 관련된 지시는 내린 바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윤 전 대통령의 발언이 ‘명시적 지시’는 아니더라도, 증거 인멸을 유도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실제로 일부 정보가 삭제됐고, 그 과정에 윤 전 대통령의 발언이 작용했다면 증거인멸 교사 혐의 적용 가능성이 있다”며 “자신의 혐의와 관련된 자료를 제3자를 통해 은폐하려 한 시도가 있었다면 판례상 유죄로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은 현재 12·3 계엄령 선포 관련 사건으로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으며, 이번 증거인멸 정황까지 추가될 경우 혐의가 더욱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과 경찰은 통화기록과 서버 삭제 기록의 시간적, 논리적 인과관계를 정밀 분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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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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