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참패 진단 회견서 이재명 대통령부터 비난… 김용태 위원장의 ‘동문서답’ 개혁안

정범규 기자
이재명 대통 비난으로 시작된 개혁 회견에 비판 쏟아져
자성보다 정쟁 택한 국민의힘, 메시지 혼선 자초
정작 개혁안은 친윤 책임론 중심… 내부 충돌 예고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당 개혁안을 발표하며 기자회견 서두부터 이재명 대통령을 언급하며 비난을 쏟아낸 데 대해 정치권 안팎에서 “적반하장식 프레임 몰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선 패배를 반성하고 당 개혁을 논하는 자리에서, 자당의 책임보다는 외부 공격부터 시작한 점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이날 김 위원장은 기자회견 서두에서 “대통령이 국정을 돌보지 말고 재판만 받으라는 말인가”라는 식의 말을 언급하며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했다. 이는 곧바로 더불어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의 반발을 불러왔다. 한 대변인은 “국민의힘이 이재명 대통령 없이는 혁신도 못하는 당이냐”며, “정작 자당 대통령이 내란을 일으킨 정황에도 반성하지 않는다”고 직격했다.
문제는 김 위원장이 이날 발표한 개혁안의 상당 부분이 오히려 친윤계에 대한 내부 비판을 포함하고 있었음에도, 정작 회견 시작은 엉뚱하게도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이날 회견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의 무효화, 12·3 계엄 논란 옹호자 징계, 후보 교체 파동에 대한 당무감사 실시, 당론 결정 절차 개편, 상향식 공천 등 다섯 가지 개혁안을 내놓았다.
핵심은 당의 계파정치와 지도부 책임론에 있다. 특히 후보 교체 시도라는 당내 역사상 초유의 사태에 대해 김 위원장이 직접 진상규명을 지시하겠다고 밝힌 점은, 친윤 지도부 전반에 대한 책임 추궁과도 연결된다. 그러나 이러한 내부 성찰과 개혁안 발표의 취지를 퇴색시킨 것은, 회견의 출발점이 외부 공격, 그것도 현직 대통령 비난이었다는 점이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당의 치부를 드러내고 혁신의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에, 왜 이재명 대통령이 첫 타자로 등장해야 했는가”라고 반문하며, “국민의힘이 여전히 본질을 피해가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이번 개혁안이 실제로 친윤계와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회견의 앞머리를 대통령 탓으로 시작한 것은 당내 일관성마저 흔들리게 만들었다는 평가다. 진정한 반성과 쇄신을 원하는 국민 앞에 내놓은 메시지가, 결국 또다시 정치적 갈등과 프레임 싸움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오는 9일로 예정된 의원총회에서는 김 위원장의 개혁안에 대한 당내 평가가 본격화될 예정이다. 중립 성향 의원들이 김 위원장의 안에 힘을 실어줄 경우 전당대회까지 비대위 체제가 연장될 수 있지만, 설득에 실패할 경우 김 위원장 역시 조기 퇴진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진정한 개혁은 타인 비판이 아니라, 스스로의 오류를 직시하는 데서 시작한다. 김 위원장이 당의 변화를 외치는 목소리에 진정성을 부여하려면, 대통령을 향한 정략적 비난보다 자당의 잘못부터 명확히 짚고 넘어가는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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