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짜뉴스는 단순한 오보가 아니다. 이는 때로 한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고 인격을 파괴하며, 사회 전체의 신뢰 구조를 무너뜨리는 폭력에 가깝다. 최근 조수진 변호사의 사례는 이 같은 문제의식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조 변호사는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일부 언론이 허위 보도를 내보낸 피해자였다. 조선일보는 그에 대해 사실과 다른 기사를 보도했고, 이 기사는 선거에 영향을 줄 만큼 큰 비중으로 지면에 배치됐다. 이후 법원이 해당 보도가 허위임을 인정했지만, 정정보도는 조용히 지면 하단에 작은 글씨로 실렸다. 정정보도의 존재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조 변호사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독자가 대부분일 것이다.
허위보도의 파장은 단순히 왜곡된 정보 유통에 그치지 않는다. 조 변호사는 이후 수백 건의 악성 댓글에 시달렸다. 욕설, 조롱, 심지어 가족을 향한 저주까지 이어지는 인신공격성 댓글은 인터넷에 그대로 남아있다. 정정보도는 독자의 기억을 바꾸지 못했고, 언론은 원 기사 아래에 남겨진 악성댓글에 대한 책임조차 지지 않는다. 이에 조 변호사는 서초경찰서에 260건의 악성댓글에 대한 고소를 접수했고, 추가 고소도 예고한 상황이다.
이처럼 허위보도와 그 파급 효과는 하나의 고리를 형성한다. 자극적인 기사는 언론의 조회수를 끌어올리고, 방송사와 유튜브 채널은 이를 그대로 인용해 부정적 이미지를 확산시킨다. 사실 확인 없는 정치평론가의 해석과 유튜버의 자극적 편집은 비판이 아닌 공격을 양산하고, 이를 본 일부 대중은 분노의 화살을 피해자에게 돌린다. 그리고는 익명성을 방패 삼아 악의적인 댓글을 남긴다. 반복되는 이 고리는 피해자의 삶을 짓밟고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를 만든다.
정치시사 프로그램과 유튜브 채널이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는 현실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팩트체크 없이 언론 보도를 인용하고, 개인의 발언을 왜곡된 프레임 속에 가두며 여론을 오도한다. 잘못된 정보는 클릭수와 광고 수익으로 이어지고, 사과나 정정보도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공공성과 책임의식보다 자극과 수익이 앞서는 구조다. 언론과 2차 유통자, 그리고 플랫폼 모두가 가짜뉴스 생산의 공범이 되는 셈이다.
악성댓글은 또 다른 문제다. 단순한 비판이 아니라 명백한 언어폭력이다. 표현의 자유는 타인의 인격을 훼손할 권리가 아니다. 조 변호사의 사례처럼 허위정보에 기반한 무분별한 욕설은 사회적 린치이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의 몫으로 돌아간다. 정당한 의견 개진이 아닌 모욕과 협박은 범죄다. 그러나 인터넷 공간에서는 이 같은 행위가 너무도 쉽게 이뤄지고, 너무도 쉽게 잊힌다.
현행 법제도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엔 한계가 분명하다. 정정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기간은 기사를 본 날로부터 3개월에 불과하며, 법원에 정정청구를 하려면 기자의 고의 또는 과실을 피해자가 입증해야 한다. 정정보도를 받아도 원 기사와 동일한 지면, 분량, 위치에 실릴 의무는 없다. 사실상 정정보도는 명예회복의 수단이 되기 어렵다. 조 변호사의 경우처럼 법원의 강제조정으로 정정보도가 이뤄져도, 그 파급력은 최초 보도에 미치지 못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국회에 발의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반드시 논의되어야 한다. 악의적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정정보도 청구 기한 연장, 동일 조건 정정보도 의무화는 피해자 구제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또한 유튜브나 SNS 플랫폼이 언론 기능을 수행하는 현실에서 이들에 대한 법적 책임도 강화되어야 한다. 방송 심의 수준의 기준과 규제, 댓글 실명제나 필터링 제도 등 인터넷 환경에 맞는 장치 마련도 시급하다.
조수진 변호사의 싸움은 한 개인의 억울함을 넘는다. 이는 사회 전체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경고다. 지금까지는 피해자가 싸워야 했다. 이제는 제도가 싸워야 할 차례다. 진실이 허위보다 늦게 알려지지 않도록, 정의가 잊히지 않도록 법과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언론의 자유가 인격권보다 앞설 수는 없다. 자유에는 반드시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진실과 공정한 천지인 뉴스
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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