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마라톤 ‘서브 2’ 대기록 달성, 첨단 카본화 둘러싼 ‘기술 도핑’ 논란 재점화 [천지인뉴스]
런던 마라톤 ‘서브 2’ 대기록 달성, 첨단 카본화 둘러싼 ‘기술 도핑’ 논란 재점화 [천지인뉴스]
정범규 기자
인류 첫 1시간대 마라톤 기록 달성 이면에 ‘기술 도핑’ 논란이 전 세계 육상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승인된 초경량 카본화를 신은 사바스티안 사웨가 공식 대회 최초로 2시간의 벽을 깨며 세계 신기록을 경신했다.
첨단 기술이 접목된 신발의 성능이 선수의 신체 능력을 압도한다는 비판과 규정 내 기술 발전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선다.

인류의 오랜 꿈이었던 마라톤 풀코스 ‘2시간의 벽’이 마침내 무너졌으나, 그 위대한 기록의 이면에 숨겨진 첨단 운동화 기술을 둘러싼 ‘기술 도핑’ 논란이 해외 육상계를 강타하고 있다. 지난 26일 열린 2026 런던 마라톤에서 케냐의 사바스티안 사웨가 1시간 59분 30초라는 경이로운 기록으로 우승하며 사상 첫 ‘서브 2(Sub-2)’ 시대를 열었지만, 그가 신은 아디다스의 초경량 카본화가 선수의 순수한 신체 능력을 넘어서는 과도한 도움을 주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사웨는 세계육상연맹의 승인을 받은 정당한 제품이라며 논란을 일축했으나, 기술의 진보가 스포츠 정신의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사웨가 이번 대회에서 작성한 기록은 종전 세계 기록을 무려 1분 5초나 앞당긴 것으로, 마라톤 데뷔전을 치른 요미프 케젤차 역시 같은 신발을 신고 1시간 59분 41초를 기록하며 나란히 1시간대 벽을 허물었다. 여자부에서도 티지스트 아세파가 같은 모델을 신고 세계 신기록을 경신하며 이번 대회의 주인공은 선수가 아닌 ‘신발’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들이 착용한 아디다스의 ‘아디제로 아디오스 프로 에보3’는 한 켤레 무게가 고작 97g에 불과하며, 내부에 삽입된 탄성 카본 플레이트가 극대화된 추진력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켤레에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이 첨단 장비가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열쇠가 된 셈이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은 최근 9년 사이 마라톤 세계 기록이 초 단위가 아닌 분 단위로 단축되고 있는 기현상의 원인으로 글로벌 브랜드 간의 ‘신발 전쟁’을 꼽고 있다. 2016년 나이키가 탄소섬유판을 삽입한 카본화를 처음 선보인 이후, 육상계는 장비가 성적을 결정짓는 이른바 ‘장비 빨’ 논란에 휩싸여왔다. 카본화는 지면 반발력을 추진력으로 전환해 에너지 손실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데, 이를 두고 일부 전문가들은 엔진을 장착한 것과 다름없는 ‘기술 도핑’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스포츠가 인간 체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장이 아닌, 거대 자본과 기술력의 각축장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다.
세계육상연맹(WA)은 이러한 비판을 의식해 2020년 밑창 두께를 40㎜ 이하로 제한하고 탄소섬유판을 1장만 허용하는 규정을 신설했으나, 브랜드들은 규정의 허점을 파고들며 매년 더 가볍고 탄성이 강한 신발을 내놓고 있다. 진보적인 시각에서 볼 때, 이러한 기술 지상주의는 자본력을 갖춘 브랜드의 후원을 받는 선수와 그렇지 못한 선수 간의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스포츠의 공정성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한다. 승인된 제품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논란을 덮기에는, 기록 단축의 공이 선수의 땀방울보다 연구소의 실험 데이터에 더 많이 쏠려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결국 사바스티안 사웨의 ‘서브 2’ 달성은 인류 진화의 기록이라기보다 ‘인간과 기계의 결합’이 만들어낸 합작품에 가깝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기술의 발전을 무조건 막을 수는 없으나, 선수의 순수한 근지구력과 심폐 능력이 첨단 소재의 반발력에 가려지는 현상은 스포츠의 감동을 반감시킨다. 인류가 2시간의 벽을 깬 것은 축하할 일이지만, 그것이 신발의 힘에 기댄 ‘장비의 승리’로 기억된다면 마라톤이 갖는 숭고한 가치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육상 당국은 기술 도핑에 대한 더 엄격하고 철저한 기준을 마련하여, 다시 트랙 위에서 선수의 심장 소리가 신발의 탄성음보다 더 크게 울려 퍼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진실과 공정한 천지인 뉴스, 정확한 팩트
정범규 기자
뉴스 제보: chonjiinnews@gmail.com
저작권자 © 천지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는 자료 수집과 정리 과정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이 참고 수준으로 활용됐을 수 있습니다.